[머니포커스] 법정 최고금리 인하, 2금융권 '울상'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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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의 법정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마자 곧바로 국무회의를 거쳐 관련 개정안 시행을 확정했다.
유예기간 없이 개정안 시행이 확정되면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 등 금융회사들은 당장 수익이 줄 것으로 예상돼 초비상사태다. 가뜩이나 금융환경이 어려운데 금리까지 낮춰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애만 태우는 것. 일부 금융회사는 갑작스런 개정안 시행으로 적잖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A금융회사 관계자는 “CF 광고문구부터 내부 전산시스템까지 하루만에 모두 변경해야 했다”며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내부 회의에 쫓기고 시스템 변경에 매진했다”고 토로했다. B금융회사 관계자는 “준비할 시간도 없이 갑자기 (대부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경우는 처음”이라며 “내부적으로 혼란의 연속이었다”고 답답해했다.
반면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법정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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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월6일 대부업정책협의회에 참석, 법정한도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유예 없이 시행… 위반시 처벌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혼란을 겪은 것은 금융위원회가 대부업법 개정안만 공포 시일을 앞당겨서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총 20개. 이 중 대부업법 개정안만 당일 시행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덜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시행시기를 앞당겼다”고 밝혔다.
개정안 유효기간은 2018년 12월31일까지다. 이 법은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대출업자와 여신금융회사의 최고금리 상한을 규제한 대부업법은 지난해 말 일몰돼 올해 1월1일부터 3월2일까지 법적 공백 상태가 두달간 유지됐다. 따라서 이 기간에 이뤄진 대출계약은 기존 최고금리인 34.9%가 적용된다.
최고금리를 위반하는 대부업체 등은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초과이자를 낸 채무자는 초과이자분에 대해 반환청구가 가능하다.
금융권에선 이번 개정안 통과로 약 330만명이 이자가 절감되는 효과를 누리고 경감되는 이자부담은 약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가계빚 규모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지만 대상자가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하지만 대출회사인 저축은행과 카드, 대부업체는 울상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대부업계다. 대부업계는 그동안 거의 모든 대출에 최고금리 34.9%를 적용했는데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대부업계에선 이번 법정금리 인하로 연 6000억~7000억원가량의 마진이 줄 것으로 예측했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원가금리가 연 30.65%인데 이젠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축은행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현재 34개의 저축은행 가운데 대출금리 연 27.9% 이상을 적용한 저축은행은 27개에 달한다. 장기적으로 마진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용카드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 금리는 최대 연 25.90% 수준이지만 카드론 연체금리는 연 29%대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개정안 시행 이후 일제히 연체금리를 27.9% 미만으로 낮췄다.
카드론의 금리인하도 검토 중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연 34%대였을 때 카드론은 대부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금융회사가 대출금리의 한도를 연 27.9%로 낮춘 만큼 현재의 카드론 금리수준으로는 고객을 유혹하기 힘들어졌다. 카드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셈이다.
반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혜택을 받을 사람이 최대 약 300만명, 절감되는 이자비용은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앞으로 대부업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춰 서민의 이자 부담이 경감되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대부업 금리를 낮춘 것을 환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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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법 개정안이 3일 통과된 가운데 러시앤캐시 간판이 보이는 건물. /사진=뉴스1DB |
◆심사 강화… 저신용자 어쩌나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분명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 미등록 대부업으로 내쫓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은 최고금리를 종전 34.9%에서 27.9%로 내리면 대출 탈락자 규모가 최대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탈락자가 30만명 이상 나올 것으로 본다. 게다가 영세한 대부업체는 줄줄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면서 불법 사금융업체로 둔갑할 우려도 있다. 실제 최고금리가 연 66%일 때 1만8197개에 이르던 대부업체 수는 지난해 상반기 말 8794개로 급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금융회사는 신용평가와 상품금리 등의 재편에 나섰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진 만큼 대출심사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수익을 늘리기보다 우량고객을 확보하는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때”라며 “이제는 예대마진으로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토로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앞으로 대부업체에서 밀린 저신용자들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미등록 대부업으로 내몰리는 서민을 껴안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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