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내 자동차시장에 '판매절벽'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정부의 한시적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이 지난해 말로 일몰하며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개소세 인하로 지난해 발생한 선수요에 올 상반기 내내 자동차시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정부는 2월이 되자 다시한번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최근 완성차업체들이 발표한 판매량 집계를 살펴보면 이번 카드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은 11만616대를 판매했다. 전달보다 4.1%, 전년동월보다 7.2% 늘어난 수치로 2013년 이후 2월 판매량에서 최고치다.


하지만 통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런 판매진작이 단순히 개소세인하 연장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힘들다. 업계 한 관계자는 “2월 판매진작은 신차효과와 개소세 인하 효과가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는 각 사의 판매를 이끈 모델들이 K7, EQ900, 렉스턴W 등 신차들이었기 때문이다. 신차 출시가 없었던 르노삼성의 경우 3월 출시된 SM6의 대기수요 때문에 판매량은 오히려 급감했고 한국지엠의 경우 개소세 인하와 관련이 없는 스파크가 전체판매량을 끌어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LP 580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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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8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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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2월 자동차업계의 영업일수가 짧았던 만큼 본격적인 개소세 인하 효과와 신차효과가 드러나는 것은 3월부터일 것”이라고 기대를 높였다.

◆주인공은 'SUV'


수많은 신차들이 경쟁을 앞둔 가운데 판매량 증진이 가장 기대되는 차종은 SUV다. 전세계적으로 SUV 선호도가 높은 만큼 소형부터 대형 플래그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이 출시된다.

먼저 소형SUV에서는 지난 2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쌍용차의 티볼리 에어가 주목받는다. 지난해 엄청난 인기로 쌍용차의 4분기 흑자전환을 도운 티볼리의 신화가 다시 한번 쓰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휠베이스를 늘린 롱바디 모델로 출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적재용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다. 쌍용차 측은 “최근 오토캠핑 등 야외활동 수요를 위해 개발한 모델”이라며 “티볼리 전 모델의 글로벌시장 판매를 연 10만대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피아트는 브랜드 최초의 소형SUV 500X를 이달 출시할 계획이다. 콤팩트카인 피아트 500L을 기반으로 만든 모델이다. BMW가 내놓은 가장 작은 SUV X1도 7년 만에 풀체인지 됐다. 전 모델에 비해 크기를 다소 키우고 출력과 토크도 늘었다. 한국지엠은 이달 말 유로6를 충족하는 디젤 엔진을 탑재한 캡티바를 내놓는다.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 전쟁도 뜨겁다. 유로6 대응차원에서 일시 단종됐던 기아차 모하비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달 16일 출시 후 매일 평균 250대가 팔린다.

10년 만에 완전 변경돼 출시된 아우디 최고급 Q시리즈인 Q7과 볼보 플래그십 SUV XC90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아우디는 올해 신형 Q7을 1200대 판매할 방침이다. 지난해 판매량이 603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치를 2배 가까이로 잡은 것이다. 볼보 또한 XC90을 올해 1000대 이상 판매한다는 포부다.


◆친환경차, 토요타·렉서스 vs 현대·기아차

친환경차는 아직까지 국내시장에서 판매볼륨상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지난달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이 1311대 팔리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이브리드 차의 경우 개소세 면제대상이라 이번 개소세 인하연장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지만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이달 22일 토요타가 국내시장에 4세대 프리우스를 내놓을 예정이라 아이오닉과의 경쟁에 눈길이 쏠린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출시 당시 경쟁상대로 지목한 3세대 프리우스의 연비를 넘어섰다고 밝혔는데, 4세대 프리우스가 아이오닉의 연비를 다시 넘어설 지도 관심요소다. 4세대 프리우스는 일본시장에서 지난해 말 출시 한달 만에 10만대라는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거둔 바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지난달 출시된 렉서스의 RX시리즈와 이달 출시 예정인 기아차 니로의 대결이다. 프리우스 대 아이오닉과 마찬가지로 토요타와 현대차그룹의 대결이다. 두 차의 경우 차급과 추구하는 바가 달라 성능이나 판매량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친환경과 SUV의 결합’이라는 키워드로 국내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두고볼 만하다.

◆고성능모델·슈퍼카

수입차브랜드들이 잇따라 집중하고 있는 ‘고성능 모델’ 시장도 판이 커진다. BMW의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등 주요 고성능차가 국내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다른 브랜드도 고성능 모델로 이 시장을 넘본다.

먼저 제너럴모터스(GM) 고급차브랜드인 캐딜락은 지난달 캐딜락브랜드의 고성능 라인업 ‘V-시리즈’인 ATS-V를 선보였다. 앞서 푸조도 현존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주행 성능을 보유한 GT모델을 출시했다. 308GT와 508GT 2종을 출시했는데 다른 브랜드의 프리미엄 고성능 모델에 비교하면 주행성능은 부족하지만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캐딜락 ATS - V
캐딜락 ATS - V


이와 함께 수입 럭셔리차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 포르쉐도 지난달 '우라칸 LP 580-2'과 '뉴 911 카레라'를 각각 선보였다. 지난해 가격대가 1억원이 넘는 수입 럭셔리자동차는 국내에서 전년대비 52.5% 증가한 2만2844대가 팔리는 등 엄청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