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우 후폭풍'에 '비뚤어진 먹거리'

‘착하고 바른 먹거리’의 추락. 종합식품기업 풀무원이 ‘남승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30여년간 풀무원을 이끈 남승우 사장은 그동안 다방면으로 M&A(인수합병) 시장에 손을 뻗쳤다. 실탄은 핵심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이 장전했다. 남 사장은 이 실탄을 바탕으로 생수·건강식에 이어 식품업과 무관한 청소용품 렌탈 등에 진출, 연매출 1조원대의 ‘거대한 풀무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풀무원은 껍데기뿐, 돌아온 대가는 혹독했다. 계열사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잇따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풀무원식품의 실적도, 남 사장의 자존심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해외에서도 연일 적자를 내며 악화일로다. 여기에 두부값 인상 논란, 불매운동 등 안팎으로 터져 나오는 각종 악재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 몸집은 커졌지만 남 사장이 평소 강조한 ‘5조원대 글로벌 식품기업’은 멀어졌다. 


남승우 풀무원 사장. /사진=뉴시스 이광호 기자
남승우 풀무원 사장. /사진=뉴시스 이광호 기자


엄연히 말하면 남 사장은 풀무원의 본래 주인이 아니다. 풀무원의 설립자는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 원경선 선생. 고인은 정치인으로 잘 알려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버지다. 원 의원과 고교 동창인 남 사장은 1970년대 원 의원의 유기농사업에 투자하면서 풀무원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원 의원이 정계 진출의 뜻을 밝히며 1987년 회사를 떠나자 남 사장이 풀무원의 안방자리를 꿰차게 됐다. 원씨 일가가 씨를 뿌린 풀무원을 남 사장이 키워낸 셈이다. 남 사장에 대한 경영 평가는 엇갈린다. 회사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정상화시켜 오늘날 풀무원을 만든 인물로, 혹은 원씨 일가가 일군 풀무원의 뿌리를 퇴색시켜 풀무원을 위태롭게 만든 주범으로다. 최근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 문어발 M&A 최후, 텅빈 곳간…배당은 ‘두둑’ 

가장 큰 악재는 실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 전체 계열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8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98억원, 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2%, -76.2% 곤두박질쳤다. 핵심 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은 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2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은 1조13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8억원으로 40.6% 감소했다.


풀무원 실적이 악화된 것은 무리하게 확장한 계열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풀무원은 현재 이씨엠디, 푸드머스, 로하스아카데미, 찬마루유통, 풀무원건강생활, 풀무원더스킨, 풀무원다논 등 25개 계열사를 지녔다. 하지만 이 가운데 매출은 풀무원식품과 급식사업을 전담하는 이씨엠디, 식자재를 납품하는 푸드머스 등 3곳에 약 80%가 집중된 실정이다. 지난해 풀무원 전체 매출 약 1조8000억원 중 이 세 계열사를 통해 1조5000억원 이상을 올렸다.

반면 나머지 계열사들은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남 사장이 2004년부터 본격화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여파가 수익구조 불균형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남 사장은 이러한 적자에도 2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겨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풀무원의 주주 현금배당 총액은 37억9861만원. 순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1주당 1020원의 현금배당이 이뤄진 것이다. 38억1700만원의 배당이 이뤄진 지난해와 총액은 비슷하지만 배당 성향은 지난해 6.9%와 비교해 4배 이상 뛰었다.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남 사장이 총액의 절반 이상을 챙겨가는 까닭에 ‘속보이는 배당잔치’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실적이 악화될 경우 배당액을 줄이거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배당을 건너뛰는 다른 기업과 풀무원은 확실히 다르다”며 “2007년 이후 매년 비슷한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고 남 대표가 가져간 배당금 규모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풀무원 관계자는 “배당 정책은 2000년대 초반 지주회사가 설립될 때부터 1020원 배당정책을 유지해 온 부분”이라며 “특정시기 영업이익, 실적에 관계없이 이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기업 총수들을 보면 100억 이상씩 배당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소액주주의 차익 실현과 기업 전체 가치를 통해 결정된 배당으로 대주주가 많이 가져가기 위해 고배당 한 것으로 해석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 흔들리는 해외시장… 적자 탈출구는 '글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시장.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 미국법인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249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은 남 사장이 꿈꾸는 ‘글로벌 풀무원’을 이룰 수 있는 대표적 시장으로, 풀무원은 1991년 미국에 진출한 뒤 미국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2009년 미국 식품회사 몬터레이고메이 푸드를 4500만달러에 인수하는가 하면 2011년 미국 길로이 공장 건설에도 많은 비용을 쏟았다.

결과는 대실패. 2012년 이후 풀무원 미국 법인은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 매출도 매년 감소 추세다. 중국과 일본 법인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일본 두부시장 진출을 위해 2014년 인수한 아사히식품공업은 그해 7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뒤 지난해 130억원으로 손실 폭이 커졌고, 중국법인들도 지난해 49억원의 손실을 봤다.

국내외 어느 한 곳도 탈출구가 없는 형국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국내와 트렌드·영업환경이 달라 수익구조를 쉽게 개선하기 어렵다”며 “적자폭이 커지고 추가 자금투입만 불가피해 앞으로 몇년간은 밑빠진 독에 물 붓는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올 들어서는 풀무원식품의 주력제품인 36개 두부 제품 판매가를 평균 5.3% 인상하면서 풀무원이 국내외 실적 악화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물류자회사의 화물차주 파업사태가 ‘풀무원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풀무원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안정화 시키는 단계로 올해 일본 사업은 설비투자가 이뤄졌고 미국 시장도 M&A 과정이 마무리 중”이라며 “올해는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차주 파업 사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타결됐다 말할 순 없지만 다음주 정도에 협상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며 “(사측에서도)조율 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남 사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수익개선보다 무너진 풀무원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 배당금 문제, 문어발 사업 확장, 가격 인상 등 최근 풀무원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이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앞으로 남 사장의 리더십과 풀무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