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누가 퇴물? 우리는 '백금세대'
'액티브 시니어'를 잡아라 / 은퇴한 베이비부머, 화려한 귀환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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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바야흐로 ‘액티브 시니어’ 전성시대다.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부동산과 금융으로 경제력을 축적한 베이비부머가 그 주역이다. <머니위크>는 액티브 시니어가 등장한 배경과 소비행태, 그리고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이를 겨냥한 기업마케팅 등을 살펴봤다.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60대의 생활패턴이 급변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의 은퇴는 약 10년 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지만 여유 있는 사람들은 자기만족과 삶의 경쟁력을 우선시한다. 나이가 들면서 죽음을 두려워하던 이들이 웰다잉(Well-Dying)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남은 인생을 품위 있게 보내려는 60대들은 이제 백금세대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전성시대를 열었다.
◆평생 일만 한 60대, 가장 역할 내려놓고 변신
사실 60대는 돈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늘 일만 하다 보니 놀 시간이 없었다. 오히려 노는 건 사치고 성실하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 돈을 벌지만 내 집 장만에 자식 공부시키고 결혼시키느라 지출이 줄지 않았다.
부모님까지 돌봐야 하니 빠듯한 생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취직하지 못하고 결혼도 안한 자녀를 부모가 부양하는 일도 다반사다. 심지어 결혼 후 손주를 돌봐주는 책임까지 떠안기도 한다. 해외여행은커녕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여유나 시간이 없다.
이 세대가 약 700만명이나 된다. 이제 베이비붐세대로 불리는 이들의 정년퇴직이 시작됐다. 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뼈 빠지게 고생했던 책임감과 무거운 가장 역할이 종착역에 다다른 것. 이들 가운데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생활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1970~1980년대 고도의 성장기를 거치며 부동산과 금융으로 경제력을 축적한 이들도 상당하다.
부를 축적한 이들은 이제 취미가 눈에 보이고 외모나 건강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 여유 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고가의 제품에 관심을 갖는다. 가장 역할을 슬쩍 내려놓고 큰돈을 모아야 한다는 강박감과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에 매달리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자신을 위해 좀 더 즐겁게 놀기 원하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액티브 시니어’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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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나이 든 오빠·언니들의 화려한 귀환
영화 <여인의 향기>에는 실명한 뒤 삶의 낙을 잃은 채 살아가는 퇴역 중령(알 파치노)이 매력적이고 젊은 여인(가브리엘 앤워)과 멋들어지게 탱고를 추는 장면이 나온다. 알 파치노가 가브리엘 앤워와 탱고로 하나가 될 때는 노인이 아닌 세련된 남자의 매력이 빛난다.
2년 전 국내 가요계를 강타한 60대 중반 가수 조용필 신드롬도 흥미롭다. 당시 데뷔 45주년을 맞아 10년 만에 낸 음반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19집 앨범 ‘Hello’ 수록곡 중 하나인 ‘Bounce’ 음원은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다.
60대가 나이든 오빠와 언니로 다시 태어났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더 이상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들은 이제 매력적으로 놀 궁리를 하느라 바쁘다. 등산을 하더라도 복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춘다. 고가의 자동차와 명품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고 패션과 고급외식, 해외여행에 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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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구매력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2010년 148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평균 167만원으로 13% 증가했다. 가처분 소득도 2010년 197만원에서 지난해 242만원으로 23% 증가해 전체 증가율 21%를 웃돌았다. 평균 소비성향 역시 60세 이상 가구가 지난해 3분기 71.4%로 39세 이하 가구(71.2%), 50대 가구(66.5%)보다 높다. 40대 가구(75.6%)에 이어 두번째다.
이들은 60대 청춘을 만끽한다. 50대는 노년을 앞둔 사람이 아니라 젊은 중년일 뿐이고 60대 역시 노년이 아닌 중년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70대는 돼야 노년이라고 여긴다. 예전부터 내려온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이제 현실이 됐다. 평균수명 80세를 훌쩍 넘어 90세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60대는 아직 한창 놀아도 될 청춘이기 때문이다.
◆잘 놀고 잘 사는 60대 청춘, 소비도 화끈
요즘에는 회갑연도 잘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60세라는 나이가 인생을 마무리하는 숫자였다. 60년을 살았으면 명이 다한 것이고 61세부터 다시 사는 인생이었다. 따라서 회갑을 기념했지만 이제 60세는 노인 축에도 못 든다. 회갑연 대신 기념여행을 다녀오거나 가족모임을 갖는 추세다. 70세 고희연 때나 친인척을 불러놓고 잔치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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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들의 전성기가 시작되면서 60대에 대한 시선도 바뀌었다. 실버·올드 등의 표현은 점차 사라지고 ‘어번 그래니’(Urban Granny: 도시 할머니)나 ‘노무’(No More Uncle: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와 같은 단어가 등장했다. 기업들은 이 백금세대를 잡기 위한 마케팅전략을 다양하게 펼친다.
실버타운의 변화도 눈에 띈다. 한때 실버타운 건설 붐이 일면서 자연과 가까운 도시 외곽으로 타운건설이 집중됐지만 결국 살아남은 건 도심형 호텔식 고급 실버타운이다. 놀기 시작한 60대의 취향을 제대로 공략한 것.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노나니~’라는 노래 가사가 있지만 이젠 나이 들어서도 잘 논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라는 맥아더 장군의 명언은 ‘노인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여행을 떠날 뿐이다’로 바뀌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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