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포커스] 신흥국펀드, '돈맥경화' 풀리나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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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신흥국펀드가 유망상품으로 떠올랐다. 신흥국펀드는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과 달러 약세 전환에 따른 투자자의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반영되면서 높은 수익률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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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신흥국으로 옮겨간 투자심리
지난 2월 말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제도가 부활하면서 최근까지 하루 평균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금액이 많은 날은 600억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해외주식형펀드에 몰린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신흥국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돋보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러시아주식형펀드에는 3월1일부터 22일까지 46억원이 몰렸다. 같은 기간 브라질펀드도 1억원이 들어오며 유입세로 바뀌었다. 중국펀드에는 1027억원이 들어왔다. 반면 해당 기간 동안 국내주식형에서는 1조930억원이 빠졌다.
신흥국 중에서도 중국과 베트남으로 투자가 집중된다.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가까운 곳에 투자하는 ‘홈 바이어스’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현철 펀드온라인코리아 과장은 “미국이 브라질에 투자하는 것은 보편적이지만 똑같은 신흥국인 한국에는 잘 투자하지 않는다”며 “한국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정책 모멘텀으로 주가가 올라간다. 따라서 중국의 전국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나타난 경기부양책 기대감으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도 지난해부터 유망한 투자처로 분류됐다. 인구의 80%가 20~30대인 베트남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한도가 풀리면서 좋은 투자처로 꼽힌다.
실제로 신흥국펀드의 수익률은 상승세다. KG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신흥국주식펀드는 3월22일 기준으로 최근 1개월 동안 9.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주식형펀드 3.09% 대비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브라질이 23.8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남미신흥국(17.58%), 러시아(15.48%), 유럽신흥국(11.72%) 등의 순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최근 1개월 동안 신흥국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차지한 상품은 신한BNP파리바가 운용하는 ‘신한BNPP봉쥬르브라질자(H)[주식](종류A1)’과 ‘신한BNPP더드림브라질자1[주식](종류A)’이다. 각각 28.44%, 28.3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자1(주식)종류A’(26.37%), KB자산운용의 ‘KB브라질자(주식)A’(24.11%), KDB자산운용의 ‘산은삼바브라질자[주식]A’(24.04%)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해소되는 신흥국 3대 악재
최근 신흥국증시가 안도랠리를 보이는 이유는 해외자금 이탈, 원자재가격 약세, 경기둔화 등 3대 악재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들 악재의 배후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산유국의 정책적 판단, 중국 구조조정과 경기둔화가 있다. 그러나 이들 요인이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동결을 계기로 점차 해소되는 중이다.
또 지난달 FOMC 이후 달러가 약세로 전환됐고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입장이 동결 혹은 감산으로 모아지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원유가격 반등은 원자재 생산 의존도가 높은 여러 신흥국증시에 호재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 반등으로 인한 투자심리 호전으로 신흥국펀드와 아시아(일본 제외) 주식펀드로 자금유입이 재개됐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 2월 유가수입이 원천인 국부펀드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노르웨이가 순매수로 전환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유가 바닥권이 확인됐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유가반등은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지난 2월 국내주식시장에서는 싱가포르, 프랑스, 캐나다 등이 순매수를 주도했다.
신흥국의 3대 악재 가운데 2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도랠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FOMC 이후 신흥국 유동성 결정변수 가운데 선진국 통화정책 모멘텀이 소멸됐고 나머지 두 변수인 달러 약세와 국제유가 상승이 유지돼야 한다”며 “4월17일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인 15개 산유국 회의가 달러와 국제유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립식으로 투자 시점 분산
신흥국시장의 안도랠리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데 반대의견도 나온다. 비과세펀드는 판매가 마감되는 내년 말까지만 3000만원 범위 내에서 새로운 펀드를 추가할 수 있다. 2018년부터는 새로운 펀드를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신흥국에 집중투자하면 오히려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말에는 수년간 장기적으로 갖고 갈 새로운 펀드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오온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은 기본적으로 자본시장의 발달 정도가 낮은 데다 정보를 얻기도 어렵기 때문에 잠재된 위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에 자금이 몰린다고 해서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브라질은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는 분위기여서 금융시장이 점점 더 불안해질 수 있다. 러시아도 재정여력 축소 우려 등으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신흥국은 대외여건이 개선되더라도 구조개혁이 차질 없이 이행되지 않으면 높은 성장세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적립식으로 투자 시점을 나누는 방법을 제안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두자릿수 수익률이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한방을 노리고 신흥국펀드에만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의 기본은 분산투자인 만큼 신흥국펀드와 선진국펀드, 그밖에 테마펀드에 적절히 자금을 배분해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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