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위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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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한 A씨는 서울의 살인적인 전셋값을 피해 경기도 이주를 고민 중이다. 분당, 과천, 일산 등 전셋값을 알아보니 서울과 비교해 저렴하긴 하지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1억2000만원짜리 빌라의 매매가가 1억6000만원, 불과 4000만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중개를 의뢰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사장은 “나중에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2년마다 재계약하고 전세금을 올려줄 바에야 낮은 이자에 은행 대출을 받아서 매입하라”고 권유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이 80%대를 넘나드는 지역이 늘고 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금융투자회사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평균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부동산114도 올해 서울·경기에서 전세가율 80%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이 총 21곳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1년 동안의 월평균 전세가율 추이를 산출하고 80%까지 오르는데 소요 예상되는 시간을 계산했다.

서울에서 이미 전세가율이 80%를 넘은 곳은 성북구(83.1%) 동대문구(80.8%) 관악구(80.7%) 중랑구(80.1%) 동작구(80.0%) 등이다. 경기도에서는 군포시(84.2%) 의왕시(82.5%) 안양시(81.3%) 3곳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었고 올해 고양시(79.7%) 파주시(79%) 용인시(78.9%) 구리시(78.7%) 의정부시(78.4%) 오산시(78.3%) 부천시(77.6%) 10곳의 전세가율이 80%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전셋값이 치솟는 이유는 주택시장 전망이 불안해 매매가 저조한 데다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한달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3만8225건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34% 줄었지만 전월세 거래량은 6만5432건으로 같은 기간 6.4% 늘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면 이주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경기도의 경우 연령대가 낮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주로 이주하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한 틈을 타 내집 마련의 기회로 삼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서울에서 밀려난 전월세 수요가 경기도로 유입되면서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의 매매를 고민하는 수요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거래시장이 호조를 보이지 않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불투명해 방향을 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전세가율이 떨어진 하남시와 화성시는 올해 1만 가구 이상의 입주 물량이 예정돼 인근지역 주택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매매 전환 시기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용인시에서는 위례신도시 입주 영향으로 올해 1분기 매매가가 0.31%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