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들의 대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국내 유통업체가 망설이고 주춤하는 사이 자금력으로 무장한 사모펀드가 국내 유통기업들을 모조리 사들이고 있어요.” (유통업체 관계자 A씨)


유통업계가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합병(M&A) 열풍에 휩싸였다. 지난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팔린 데 이어 최근 매물로 나온 이랜드의 킴스클럽 운영권도 미국계 사모투자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KKR은 블랙스톤, 칼라일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로 불리는 M&A전문기업.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가 2014년 다시 AB인베브에 6조2000억원에 재매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5년 새 무려 4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남긴 셈. 지난해에는 또 앵커에퀴티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국내 소셜커머스업체인 티켓몬스터의 경영권을 인수해 주목받았다.


티몬에 이어 킴스클럽 운영권까지 KKR에 넘어가면서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수년 사이 사모펀드는 국내 유통업계를 상대로 왕성한 식욕을 드러냈다. ▲코웨이·네파(MBK파트너스) ▲웅진식품(한앤컴퍼니) ▲버거킹코리아(보고펀드) 등 유통업계 알짜 매물 대부분을 사모펀드가 가져갔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요약하자면 피인수기업들의 성장성이 높고 수익창출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수익을 남기고 되파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사모펀드에게 최적의 먹잇감인 셈이다. 현금 흐름만 개선해도 성과가 나오는 사업구조인 데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도 쉽다. 과거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처였던 장치산업이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통업계를 향한 먹성본능에는 불안한 시선이 존재한다. 일명 ‘먹튀’ 논란이다. 단기요법으로 기업가치를 올려 되팔면 사모펀드는 차익을 남길 수 있지만 해당기업은 빈껍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 상당수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빠르게 개선한 이유도 바로
[기자수첩] 유통업계 '사모펀드 알레르기'
여기에 있다.

어쨌든 기대와 우려 속에 사모펀드는 유통 M&A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의 먹성에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관련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막강한 자금력을 실탄 삼아 왕성한 식탐을 자랑하는 사모펀드. 그들의 투자로 자금력을 잃은 유통업체가 빛을 볼지, ‘사모펀드 알레르기’에 시달릴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