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통 큰 승부사, '리딩뱅크' 찾는다
CEO In & Out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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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가 삼수 끝에 쾌재를 불렀다. 최근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실패했던 아픔을 깨끗이 씻어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에서 남다른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현대증권 인수에 1조원 이상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다 타이밍 놓쳤던 ‘회계사 출신의 한계’라는 꼬리표도 떼어냈다. KB금융은 이번 ‘현대+KB증권’ 합병을 통해 유니버셜뱅킹을 모델로 증권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권역별로 시너지를 끌어올려 리딩금융그룹을 탈환하는 것이 최종목표다.
하지만 올해도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실적상승에 험로가 예상된다. 기업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463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대비 27% 급감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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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신웅수 기자 |
◆몸값 비싼 현대증권, 시너지 모색해야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윤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고가에 인수한 현대증권과 KB금융투자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완전한 통합이 필요하다.
KB금융이 인수한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 22.43% 등 총 22.56%다. 지난해 말 현대증권의 장부가치는 7450억원으로 KB금융의 인수금액이 1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1.28~1.4배 비싸게 인수한 셈이다. 더욱이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현대증권이 보유한 자사주 등 7% 이상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상장법인)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현대증권의 몸값은 점점 더 비싸지는 것이다.
강성노조로 꼽히는 현대증권 노조와의 원활한 소통작업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꼽힌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조직문화와 임금 등 고용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통합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증권 인력은 총 2252명으로 KB투자증권의 인력 578명보다 4배 이상 많다. 현대증권의 1인당 평균 직원 연봉은 9700만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인 반면 KB투자증권은 이보다 1700만원 낮은 8000만원을 받는다. 피인수회사의 규모가 더 크고 연봉이 더 높은 점 등은 통합증권사가 출범하는 데 많은 갈등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통합 시 규모와 임금이 너무 차이 나면 사측과 노조의 의견대립, 각 노조간 갈등이 빚어지기 쉽다”며 “현대증권 인수로 단숨에 3위권으로 떠오른 ‘현대+KB’가 성공적으로 통합하기 위해선 양 노조의 화합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려와는 달리 현재 두 증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은행(IB) 리테일분야의 강자 현대증권과 기업금융이 강점인 KB투자증권이 합병할 경우 더 높은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본다. KB금융은 자산 3조원 이상에만 주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권한도 생겨 금융그룹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증권 인수는 은행과의 연계 시너지와 펀딩비용이 하락하는 등 여러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한해 평균 50% 이상 자산성장률을 기록한 16개 은행·증권 복합점포 확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비은행사업 수익·자회사 지분 확보 관건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를 완료하면 국내 금융그룹 자산규모 1위에 오른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증권과 KB손해보험을 모두 합한 KB금융의 자산규모는 379조3482억원으로 신한금융의 자산(370조5396억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총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업계 1위에 등극하기 위해선 최종인수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지분 50% 미만 계열사의 자산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금융지주 총자산에 포함할 수도 혹은 제외할 수도 있기 때문. 지난해 계열사로 편입한 KB손해보험의 경우 KB금융이 지분 33.3%를 보유해 KB금융 실적결산 시 총자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 1위의 잣대는 당기순이익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3722억원을 기록해 8년 연속 1위를 달렸다. 2014년 당기순이익 2조811억원보다 14% 증가한 실적을 냈다. KB금융은 당기순이익 1조7273억원으로 2위 자리를 유지했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 상승을 위해선 비금융의 수익개선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KB금융은 비은행 수익비중이 33%에 불과한 반면 신한금융은 42%로 높았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6948억원, 21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기 때문. 업계 최고수준의 비은행 수익비중이다. 게다가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100% 자회사 형태로 보유하는 것과 달리 KB손보 33%, 현대증권 22.56%(추후 30%로 확대)로 자회사 지분율도 낮다. 비은행 수익확대를 고려하면 지분율을 더 높여야 한다.
윤종규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로 증권부문 강화 및 시너지 확대를 통해 리딩금융그룹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KB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리딩뱅크 위상 회복을 향한 발걸음에 더욱 기세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는 내년 말에 끝난다. 윤 회장이 일군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의 인수성과가 1년 안에 드러나기 어렵겠지만 여러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온 만큼 임기 내 리딩뱅크 탈환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프로필 ▲1955년 전남 나주 출생 ▲광주상고 ▲성균관대 경영학과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KB국민은행 재무전략본부장 ▲KB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대표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 ▲KB금융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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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