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지금 하늘에선… '황금노선' 쟁탈전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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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3만명. 지난해 우리나라 항공사 국제선을 이용한 사람의 수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실적을 세웠다. 올해도 1월과 2월에 이미 1206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6500만명 이상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이는 항공기 추가도입과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신규노선 확대에 저유가 상황까지 맞물린 덕분이다. 항공업계는 테러 등 세계정세 불안과 경기침체, 환율 변동성 등 여행심리 위축 요인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수요창출에 집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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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국적LCC 위세에 외항사도 ‘벌벌’
요즘 항공업계는 겉으로는 즐거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항공수요 분담률은 대형항공사(FSC)가 49.6%, 저비용항공사(LCC)는 14.6%였다. 2011년 LCC분담률이 4.3%대에 머물렀던 점과 비교하면 LCC의 선전이 눈부실 정도다. FSC 입장에선 LCC의 영역확장이 달갑지 않지만 이들의 활약으로 시장규모가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우리나라 LCC의 활약(?)은 여객점유율에서 드러난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FSC뿐만 아니라 외항사의 점유율을 끌어내리는 데도 한몫했다. 우리나라 LCC의 지난해 2월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13.2%였지만 올해 2월 점유율은 18.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항사는 38.0%에서 34.9%로 떨어졌고 국내 FSC는 48.8%에서 46.7%로 낮아졌다.
LCC들은 주로 비행시간이 5~6시간쯤 걸리는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한다. 동남아시아와 괌 등 대양주, 일본, 중국 등이 대표적이다. 더 먼 곳에 취항하고 싶어도 ‘항공기 특성’이라는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기 쉽지 않아서다.
제주항공은 총 22대를 운영 중이며 모두 보잉사의 B737-800 기종이다. 올해 6대를 추가 도입하고 2대를 반납할 예정이다. 티웨이도 B737-800 기종으로 총 13대를 운영 중이다. 올해 같은 기종으로 3대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15대 중 B737-800이 12대, B737-700이 3대다. 올해 B737-800 2대를 늘린다.
LCC 중 그나마 여유로운 건 진에어다. 총 20대 중 17대가 B737-800 기종이며 올해 여름에 1대를 더 도입한다. 중형기종인 B777-200ER도 3대를 보유했고 올해 1대를 추가한다.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에 따르면 B737은 ‘소형기’에 속한다. 보잉코리아 관계자는 “동체 크기와 좌석 수를 고려할 때 소형기종인 B737로는 5~6시간 이하의 중·단거리 노선이 적합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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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 홍콩서 한국문화 알리기 캠페인. /사진제공=진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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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B747-8i 차세대 항공기 선보여. /사진=뉴스1 조희연 기자 |
◆황금노선 나눠먹기?
FSC와 LCC가 모두 탐내는 황금노선은 일본과 중국이다. 거리가 가깝고 운임이 저렴해 찾는 사람이 많다. 또 동남아와 함께 최근엔 대만도 크게 각광받는 곳 중 하나다. 이들 지역에 당장 5월부터 새로 추가되는 노선도 있다. 이에 LCC들은 기존 노선의 운항 편수를 늘리고 신규 취항지에도 공들이는 중이다.
LCC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취항지와 관련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다양한 체험거리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LCC중심의 노선과 운항이 크게 늘었고 지난 2월의 일본노선 여객은 지난해 2월보다 30.5%나 증가했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즉각 맞대응을 펼치기보단 ‘품질 차별화’를 노리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대한항공은 우선 자회사인 진에어와 함께 공동운항편을 운영한다. 대한항공은 노선확대효과를, 진에어는 판매망 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대만, 삿포로, 괌, 암스테르담, 토론토 등 성장 시장에 공급을 늘리고 성장세를 보이는 곳과 특정기간에 호조를 보이는 지역에도 부정기 운영을 늘린다. 이와 함께 차세대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며 ‘하이클래스’ 유치에 나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유럽과 미주지역의 장거리 주요 노선에 B747-8i, B777-300ER, A380 등 차세대 항공기를 투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A380 보유대수를 2대 더 늘려 6대 체제로 장거리노선의 경쟁력을 키운다. 특히 오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도입하는 중대형 항공기인 A350XWB기종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도입대수는 30대(A350-800 8대, A350-900 12대, A350-1000 10대)며, 여러 노선에 투입할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이 높아질 거란 설명이다. 또 2019년 A321 NEO 도입으로 A321-200을 순차적으로 교체한다. A321 NEO는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 등 중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제살 깎아먹기’ 경쟁은 한계
최근 몇년 새 LCC들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지만 안전사고를 비롯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체들도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의 한계를 느끼고 결국 서비스업종의 본질로 눈길을 돌려 항공기와 서비스품질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중이다.
항공업계에선 LCC의 위기의식이 대형항공사들에게도 자극제가 됐다고 본다. 항공사 관계자는 “이젠 FSC도 장거리노선에만 의존하기 힘들어 가까운 지역이라도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LCC들의 신규 노선 취항은 시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항공사들의 차별화 요소는 보다 좋은 항공기와 기내서비스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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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