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더하기] 담배 경고그림 유감, "흡연자가 범죄자인가요"
인터뷰 /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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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가 범죄자인가요?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대다수 흡연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 나름의 이유로 흡연을 합니다. 담배가 불법적인 제품도 아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흡연자를 너무 죄인 취급하는 것 같아요. 정부의 담뱃갑 경고그림 선정에도 당사자인 흡연자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이렇게 무시하고 범죄자로 취급할거면 왜 국가에서 담배 판매를 허가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8일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뱉은 첫 마디다. 단체 이름에서 느껴지듯 아이러브스모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다. 이들은 그간 정부의 금연 확대 정책과 관련해 금연구역 확대에 따른 최소한의 흡연구역 보장, 세수확보 목적의 담뱃값 인상 반대, 건전한 흡연문화 형성 등의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이 대표와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의 최근 관심사는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10종의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이다. 시안에는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질병부위 관련 5종과 ▲간접흡연 ▲조기사망 ▲피부노화 ▲임산부흡연 ▲성기능장애 등 질병부위를 담은 5종의 경고그림이 담겼다.
복지부는 공개된 시안 중 10개 이하의 경고그림을 오는 6월23일까지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확정된 경고그림은 오는 12월23일부터 모든 담뱃갑 포장지 앞면과 뒷면 상단에 면적의 30% 크기로 표시해야 하며 18개월 주기로 변경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담배는 합법적 상품으로 흡연자들이 정상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해서 가지고 다니는데 시안은 너무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으로 구성됐다”며 “복지부가 담배를 직접 소비하는 흡연자의 입장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 흡연자를 배제한 채 금연정책을 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뱃갑 경고그림은 전세계 180개국이 이행을 약속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제11조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80여개 국가가 이미 채택하고 있으며 아직 채택하지 않은 나라들도 속속 도입을 추진 중인 글로벌 금연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WHO가 권고한다고 무조건 시행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WHO 속국도 아니고 우리 현실에 맞게 흡연자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아이러브스모킹이 트루이스에 의뢰해 지난 4월11~15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흡연자 250명, 비흡연자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2%가 ‘혐오감이 지나치다’고 응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이 대표는 “응답자의 62.2%가 경고그림을 슈퍼나 편의점 등 일상생활에서 계속 봐야 한다면 ‘불쾌감이 생길 것’이라고 답했고, 흡연자의 66.4%는 담배를 휴대하고 다닐 때 경고그림으로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 같다고 하는 등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이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에게도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고그림 제정위원회에선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혐오감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시안을 주제별로 3개 이상 제작해 검토하고 해외사례와 비교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주제별로 외국의 경고그림 보다 혐오감 점수가 높게 나온 것은 없었다”며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국의 경고그림은 평균 3.3점으로 외국의 경고그림(평균 3.69점)에 비해 0.39점 낮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보건당국이 공개한 경고그림 시안은 혐오감이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의 해외사례만 비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의 담뱃갑 경고그림의 혐오감이 높지 않다는 왜곡된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며 “대만, 우루과이, 헝가리 등 혐오도가 낮은 해외사례는 의도적으로 비교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주류광고 문구와의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소주, 맥주 등 주류도 담배 못지않게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주류에는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들이 활짝 웃는 모습이 주로 들어가 있고 담배에는 보기에도 역겨운 사진이 들어가는 게 형평성이 맞는 일이냐”며 “담배로 인한 사건사고보다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훨씬 더 많을 텐데 유독 흡연자에게만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와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소주는 연예인 사진’, ‘담뱃갑에는 폐암 사진’ 등의 피켓을 들고 “소주에는 연예인 사진이 붙으면서 담배에는 폐암 사진이 붙게 됐다”며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그림이 국민들에게 ‘흡연자=혐오대상’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퍼포먼스 시위를 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월 담뱃값 인상 당시 흡연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금연 효과가 거의 없고 세수만 3조6000억원가량 더 걷힌 것처럼 경고그림의 효과도 의문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회원들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설문조사를 2차례 진행했는데 경고그림이 들어가도 흡연을 계속하겠다는 의견이 90%가까이 됐다”며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은 실제 효과는 없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담뱃갑 가리개 케이스 구입 등 추가 비용지출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흡연자도 국민이다. 흡연자의 존재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며 “청소년들의 흡연을 예방하고 금연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명분인데 수단과 방법이 잘못되면 정당화될 수 없다. 금연정책의 당사자인 흡연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뱉은 첫 마디다. 단체 이름에서 느껴지듯 아이러브스모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다. 이들은 그간 정부의 금연 확대 정책과 관련해 금연구역 확대에 따른 최소한의 흡연구역 보장, 세수확보 목적의 담뱃값 인상 반대, 건전한 흡연문화 형성 등의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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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 /사진=아이러브스모킹 |
이 대표와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의 최근 관심사는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10종의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이다. 시안에는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질병부위 관련 5종과 ▲간접흡연 ▲조기사망 ▲피부노화 ▲임산부흡연 ▲성기능장애 등 질병부위를 담은 5종의 경고그림이 담겼다.
복지부는 공개된 시안 중 10개 이하의 경고그림을 오는 6월23일까지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확정된 경고그림은 오는 12월23일부터 모든 담뱃갑 포장지 앞면과 뒷면 상단에 면적의 30% 크기로 표시해야 하며 18개월 주기로 변경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담배는 합법적 상품으로 흡연자들이 정상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해서 가지고 다니는데 시안은 너무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으로 구성됐다”며 “복지부가 담배를 직접 소비하는 흡연자의 입장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 흡연자를 배제한 채 금연정책을 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뱃갑 경고그림은 전세계 180개국이 이행을 약속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제11조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80여개 국가가 이미 채택하고 있으며 아직 채택하지 않은 나라들도 속속 도입을 추진 중인 글로벌 금연 확대 정책의 일환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WHO가 권고한다고 무조건 시행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WHO 속국도 아니고 우리 현실에 맞게 흡연자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련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아이러브스모킹이 트루이스에 의뢰해 지난 4월11~15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흡연자 250명, 비흡연자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2%가 ‘혐오감이 지나치다’고 응답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이 대표는 “응답자의 62.2%가 경고그림을 슈퍼나 편의점 등 일상생활에서 계속 봐야 한다면 ‘불쾌감이 생길 것’이라고 답했고, 흡연자의 66.4%는 담배를 휴대하고 다닐 때 경고그림으로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 같다고 하는 등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이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에게도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고그림 제정위원회에선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혐오감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시안을 주제별로 3개 이상 제작해 검토하고 해외사례와 비교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주제별로 외국의 경고그림 보다 혐오감 점수가 높게 나온 것은 없었다”며 “5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국의 경고그림은 평균 3.3점으로 외국의 경고그림(평균 3.69점)에 비해 0.39점 낮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보건당국이 공개한 경고그림 시안은 혐오감이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의 해외사례만 비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의 담뱃갑 경고그림의 혐오감이 높지 않다는 왜곡된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며 “대만, 우루과이, 헝가리 등 혐오도가 낮은 해외사례는 의도적으로 비교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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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경고한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 10종. /사진=뉴스1 |
이와 함께 그는 주류광고 문구와의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소주, 맥주 등 주류도 담배 못지않게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주류에는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들이 활짝 웃는 모습이 주로 들어가 있고 담배에는 보기에도 역겨운 사진이 들어가는 게 형평성이 맞는 일이냐”며 “담배로 인한 사건사고보다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훨씬 더 많을 텐데 유독 흡연자에게만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와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소주는 연예인 사진’, ‘담뱃갑에는 폐암 사진’ 등의 피켓을 들고 “소주에는 연예인 사진이 붙으면서 담배에는 폐암 사진이 붙게 됐다”며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그림이 국민들에게 ‘흡연자=혐오대상’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퍼포먼스 시위를 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월 담뱃값 인상 당시 흡연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금연 효과가 거의 없고 세수만 3조6000억원가량 더 걷힌 것처럼 경고그림의 효과도 의문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회원들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설문조사를 2차례 진행했는데 경고그림이 들어가도 흡연을 계속하겠다는 의견이 90%가까이 됐다”며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은 실제 효과는 없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담뱃갑 가리개 케이스 구입 등 추가 비용지출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흡연자도 국민이다. 흡연자의 존재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며 “청소년들의 흡연을 예방하고 금연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명분인데 수단과 방법이 잘못되면 정당화될 수 없다. 금연정책의 당사자인 흡연자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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