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대륙, 마라톤에 빠지다
World News / 원종태 특파원의 China Report
베이징(중국)=원종태 머니투데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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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항저우의 조용한 시골마을인 진동구 리푸전의 즈다오산 자락에는 즈다오런쟈라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이 식당은 오전에는 항상 손님이 없어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러나 이 식당은 지난달 24일 아침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즈다오산 일대에서 제2회 진동마라톤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즈다오런쟈는 마라톤 출발점과 가까워 수백명의 마라톤 참가자들로 북적거렸다.
진동구가 마라톤대회를 개최한 배경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동구는 당시 즈다오산 아래 리장호수를 중심으로 63.5km 구간의 진동 녹색로를 완공했다. 리푸전 전체를 감싸고 있는 이 길은 달리기에 최적화됐다. 해발 306m의 즈다오산과 리장호수 등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보며 달리는 코스는 금새 항저우시 마라톤동호회에 입소문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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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항저우의 시골마을 진동구에서 열린 ‘제2회 진동마라톤대회’ 모습. |
◆마라톤 덕분에 확 달라진 지역경제
그리고 이 마라톤 덕분에 리푸전의 마을 경제는 180도 운명이 바뀌었다. 마라톤 대회 기간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마라톤동호회를 중심으로 진동 녹색로를 달리기 위해 수많은 외지인들이 마을을 찾았다. 테이블이 다 찰 일이 없던 식당들은 매상이 쭉쭉 올라갔다. 즈다오런쟈는 하루 8000위안을 벌기까지 했다.
마라토너들은 리푸전의 원예산업까지 부활시켰다. 원래 이 마을은 1980년대 중반까지는 원예산업이 번창했지만 마을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원예산업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러나 마라토너들이 진동 녹색로를 달리면서 이곳의 묘목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리푸전에서 원예 농장을 하는 쟝위에지 사장은 “어느 날 마라톤을 하던 사람들이 이 마을에는 왜 이렇게 예쁜 묘목들이 많으냐고 물었다”며 “우리는 이전까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외지에서 온 마라토너들이 이곳의 묘목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쟝 대표는 은행에서 20만위안을 대출받아 원예 농장을 시작했고, 수백명의 마라토너들은 자연스럽게 고객이 됐다.
진동 녹색길을 달리던 마라토너들은 이곳의 관광 홍보맨 역할도 자처했다. 리푸전 곳곳을 달리다 보니 이곳이 천혜의 풍광을 머금은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휴양림에는 숙박시설이 들어섰고 민박도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리푸전은 관광수입으로만 30억8000만위안을 벌어들였다. 올해 1분기 관광수입은 7억8300만위안으로 전년대비 86% 증가했다. 마라톤이 아니었다면 꿈꾸지 못했을 흥행이다.
대륙의 마라톤 열기가 뜨겁다. 중국육상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만도 54개에 달한다. 무더운 7월을 빼면 매달 대회가 열린다. 날씨가 좋은 10월과 11월에는 사실상 매주마다 전국 곳곳이 마라톤대회로 달아 오른다. 마라톤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스포츠로 통한다. 중국 경제 발전이 마라톤 인구를 크게 늘리며 마라톤 붐이 나타난 것이다.
◆입시경쟁 못잖은 마라톤 참가 경쟁
유명 마라톤대회 참가는 입시경쟁 못지 않게 치열하다. 춘계 베이징 마라톤대회는 참가 정원이 3만명인데 등록 완료까지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주최 측은 2014년 대회부터 6만명의 참가 신청자를 대상으로 풀코스와 하프코스 완주가 가능한 지 자격 심사까지 하고 있다. 하프코스 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2만8120명으로 이중 추첨을 통해 7대1의 경쟁률을 뚫은 최종 4000명을 선발한다.
마라톤은 도시 홍보에도 더 없이 좋은 수단이다.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앞다퉈 마라톤대회를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도시 경제에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스포츠로 정평이 나 있다. 2014년 40여개 마라톤대회를 통해 중국이 거둔 직접 수입만 20억위안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마라톤 관련 산업 시장규모가 300억위안을돌파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베이징과 상하이, 샤먼, 광저우 등은 유명 마라톤대회가 끊이지 않는다. 일찌감치 마라톤대회를 유치한 샤먼시는 2003년부터 샤먼국제마라톤대회로 15억위안이 넘는 누적 수입을 올렸다. 2014년 이 대회 직접 수입만 2억6500만위안에 달한다.
특히 마라톤을 지역 관광산업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성공한 사례도 눈에 띈다. 허베이성 헝수이시가 대표적이다. 이 도시의 지난해 상반기 숙박과 식음료 산업 규모는 40억1000만위안으로 전년대비 17.9% 늘었다. 이 같은 증가에는 헝수이호수 주변에서 실시하는 마라톤대회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헝수이시 관계자는 “마라톤대회 개최 이후 헝수이호수의 대자연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며 “덕분에 식음료 산업 매출은 36억4000만위안으로 전년대비 18.3% 늘었고, 숙박 매출은 3억7000만위안으로 14.4%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앞다퉈 "마라톤 열풍 잡자"
마라톤 열기로 수혜를 입는 기업도 늘고 있다. 중국 스포츠브랜드 터보는 마라톤 인구가 늘며 매출이 쑥쑥 커지고 있다. 터보는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13개 마라톤대회를 협찬하며 적극적으로 러닝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경기침체에도 불구, 지난해 매출은 47억7800만위안으로 10% 늘었다. 이중 러닝화와 러닝의류 매출이 30억위안(매출 비중 71%)을 넘는다.
나이키도 지난해 3분기 중국 러닝화와 러닝의류 매출이 전년대비 22% 증가했다. 아디다스도 마라톤 열기에 힘입어 중국 러닝화와 러닝의류 매출이 크게 늘며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10.4% 늘었다.
음료기업들도 마라톤 대회 협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음료업체인 화룬이바오는 2015 상하이국제마라톤대회에만 생수 25만병과 비타민음료 10만병을 제공했다. 농푸샨취엔과 젠리바오, 코카콜라 등도 앞다퉈 마라톤대회 후원에 나서고 있다. 마라톤 대회 협찬이 매출 증가는 물론 기업 이미지 홍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인터넷 개발에 이색 마라톤 열기까지 후끈
마라톤은 인터넷 대박도 연출하고 있다. 2014년 량펑과 친구 3명이 만든 마라톤 전문 애플리케이션 ‘위에파오쥐엔’은 현재 다운로드가 1500만건을 돌파했다. 매일 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만 50만명이 넘는다. GPS를 활용해 달리기 기록을 정리할 수 있고 거리·시간·속도 등을 통해 과학적인 기록 경신도 가능하다. 날씨와 마라톤대회 정보 등 최신 소식도 빠르게 얻을 수 있다. 량펑은 “마라톤화 같은 장비 구입은 물론 달리기 훈련, 국내외 마라톤대회 참가 등이 모두 애플리케이션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이디어가 기발한 이색 마라톤대회도 끊이지 않는다. 마라톤과 참선을 연계한 대회까지 있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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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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