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포커스] 호세프 탄핵으로 '브라질펀드' 살아날까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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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브라질증시가 다시 살아났다. 국제유가 반등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며 정치불안이 감소됐기 때문이다. 증시가 살아나면서 브라질펀드 수익률도 양호한 모습이다. 올 들어서만 30%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모든 유형별펀드를 앞섰다.
하지만 투자자의 브라질펀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요원하다. 아직 과거 손실을 회복하려면 멀었고 전망도 불투명해서다. 전문가들도 브라질증시가 단기적 호재로 상승할 수는 있지만 낙관하긴 이르다는 의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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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DB |
◆호세프 대통령 탄핵, 단기적 ‘호재’
브라질의 대표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26일 3만7497.48을 기록하며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중국증시의 폭락과 함께 내림세를 이어왔다. 세계 최대 원자재수요국인 중국경제가 흔들리자 중국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브라질경기도 급속도로 악화된 것. 2014년 기준 브라질경제에서 원자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9%인데 이 중 18%가 중국으로의 수출이다. 특히 원자재가격 기준인 국제유가의 급락은 브라질경제에 치명타를 날렸다.
여기에 호세프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국가 회계장부를 조작해 재정적자를 흑자로 바꾼 혐의로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또 호세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국영 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자금을 세탁해 자신의 정당인 노동자당(PT)의 선거자금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경기위축과 정치불안이 맞물리며 악화일로를 걷던 브라질증시는 지난 2월부터 국제유가가 반등하며 다시 살아났다. 지난 2월11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26.21달러를 기록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말 46달러선을 넘기며 약 두달간 70% 넘게 급등했다. 유가상승과 함께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안이 브라질 하원을 통과하면서 정책변화의 기대감이 커진 점도 증시상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 17일 브라질 하원에서는 총 513명 중 367명(71.5%)의 찬성으로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다. 오는 11일 상원 전체회의에서도 찬성 표결이 우세할 경우 최대 180일간 연방대법원장의 탄핵심판이 진행된다. 그 사이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이 같은 이유로 보베스파지수는 지난 3일 종가 기준 5만2260.19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최저점보다 45% 넘게 치솟았다.
김은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보베스파지수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기대감이 반영돼 지난 3월부터 국제유가 상승세보다 더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며 “정치 리스크가 줄어들 수도 있지만 테메르 부통령도 비리혐의를 받아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주가의 기초체력인 브라질경제가 침체를 넘어 불황으로 접어드는 점도 주가 부담요인이다. 브라질 국립통계원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8%를 기록했다. 1990년 -4.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분기별 GDP성장률도 7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정국의 혼란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원자재 수요 감소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브라질에서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하며 관광객 수가 급감했고 내수경기도 위축됐다.
◆펀드수익 ‘최고’… 전망은 ‘별로’
GDP 역성장에도 꾸준히 상승가도를 달리는 보베스파증시에 힘입어 브라질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활짝 웃었다. 지난 4일 기준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브라질주식형펀드는 30.3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럽·일본·중국증시 등의 부진으로 전체 해외주식형펀드가 7.36% 빠진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익이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를 비롯해 모든 유형별 펀드를 통틀어 브라질펀드는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브라질펀드로의 자금유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부터 월별로 1억~3억원 내외의 순유입·유출이 발생해 전체 2억원의 자금유출이 있었을 뿐이다. 전체 브라질펀드 설정액 1768억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브라질펀드를 찾지 않았다. 2011년 브라질 투자 붐이 일어난 이후 지속적으로 손실을 거듭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증권사들은 브라질경제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지만 펀드손실은 나날이 커졌다. 실제 브라질펀드의 올 초부터의 수익률은 우수하지만 3년, 5년 수익률은 각각 -43%, -53%를 보였다. 2011년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5300만원을 날린 셈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12개 브라질펀드의 전체 설정액이 1770억원인데 순자산은 785억원인 점이 이를 잘 설명한다. 설정액은 펀드에 들어온 돈의 총합이고 순자산은 그 돈을 굴린 결과다.
국내 한 증권사 PB는 “최근 브라질채권이나 펀드가 어떤지를 묻는 고객 문의가 많아졌다”며 “하지만 과거 브라질투자를 권유했다가 낭패 본 경험이 있어 쉽게 추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브라질증시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정치불안이 호세프 대통령 탄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뿐더러 경제성장도 앞으로 몇년간 부진의 늪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BB로 낮추고 2018년까지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이나 중국경기가 크게 호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브라질경기가 회복되려면 재정개혁과 내수경기 활성화, 정책신뢰도 제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탄핵정국의 진행에 따라 일시적 호재와 주가반등이 있겠지만 정치안정과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의 반등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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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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