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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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
"'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

'국어기본법' 제3조에서 밝히고 있는 '국어'와 '한글'의 정의(각 1항과 2항)다. 이어지는 제4조는 '국어'와 '한글'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밝히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과 지역어 보전 등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4조 1항)

아마도 이에 토를 다는 이는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조항에 대해선?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제14조 1항·공문서의 작성)

◆한글 전용, '자기결정권' 침해 vs '공공성' 약화


현행 국어기본법상 교과서에는 한자 혼용이 금지돼 있다. 고등학교까지의 필수 교육에도 한자 혼용은 배제돼 있다. 공문서도 마찬가지다. 한자는 쓸 수 없다. 이른바 '한글 전용 정책'이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2시부터 '국어기본법'의 이 같은 내용이 어문생활에 관한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에 대해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펼치고 있다. 앞서 학부모와 대학교수, 한자·한문 강사 등 333명이 2012년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한자혼용 금지에 반대하는 이들, 즉 한자를 혼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국어를 표기하는 데 순우리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주 논리로 내세운다. 고유 문자뿐 아니라 한자도 전통적으로 써온 우리 문자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영어 알파벳은 영국과 미국뿐 아니라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 쓰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문자' 역시 알파벳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문자 및 언어를 '영어'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들의 문화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문자만 차용했을 뿐 엄연히 그들의 문자다. 한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말한다.

이번 헌재 공개변론에 나선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헌법 속에 서울을 수도로 한다는 규정은 없다. 마찬가지로 한자도 헌법에 '국자'라고 규정돼 있지 않지만 분명히 국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병기'가 아닌 '혼용'에 초점을 맞춘다. '병기'는 한글과 한자를 동시에 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모'를 '부모(父母)'로 쓰면 '병기', '父母'로 쓰면 '혼용'이다. 한글전용만으로도 문제가 없는데 한자와 혼용하면 '이중 문자생활'과 다름없다는 논리다.

또 국민들이 정확하게 읽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특히 공문서의 경우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공공'문서의 취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선 시민의 참여가 있어야 하듯, 정책 역시 시민이 참여해 여론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는 10일 CBS 라디오에서 한자혼용에 대해 "결국은 일본처럼 이중문자 생활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현재 한글전용으로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상임대표는 또 "(196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한글 전용으로 왔고, (국민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 그리고 권리, 어떤 정치를 해야 되는가까지 전부 자기가 판단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