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시니어] "삶의 목적, '비전'의 다른 이름"
서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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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가 '앙코르시니어'를 자처하는 이유는 늘어난 '2막' 기간만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0년(30~50세) 벌어 30년(50~80세)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빠듯하다. 그럼에도 경제력 손실을 넘어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시니어가 있다. 재능기부 경영컨설팅 비영리단체인 '희망나눔세상'의 박현철 전문위원(58)이 그 주인공.
박 위원은 대기업 사원과 공무원을 거치며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했다. 1986년 당시 삼성그룹 계열 제일제당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1년 지식경제부 산하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현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직 공무원이 됐다. 벌이도 쏠쏠했을 터. 하지만 2011년 그는 스스로 공무원 명함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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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희망나눔세상 전문위원. /사진=임한별 기자 |
◆"돈보다는 윤택한 삶을 택하라"
"공무원교육원에서 신입공무원을 대상으로 '비전'에 대한 강의를 했어요. 주기적으로 같은 강의를 했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었죠. 그런데 정작 저의 비전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어요. 나의 비전과 사명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공무원직을 떠났습니다."
박 위원은 '삶의 목적'이 '비전'의 다른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베이비붐세대 대부분의 사람은 1막을 타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산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인생의 중심에 나 자신이 없는 경우가 다수다. 은퇴 후 2막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박 위원은 조언한다.
"저는 자식뻘 되는 젊은 창업가를 돕고 싶었어요. 내가 가진 경영학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죠. 퇴직 후 사회공헌아카데미 'KDB시니어브리지’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뜻이 맞는 다섯 분과 경영 컨설팅 멘토링 활동을 시작했죠."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경제력을 상실한 후 심적 부담감은 커져만 갔다. 소비를 줄여야 했고 결국 아내도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 작은 마찰도 있었다. 하지만 박 위원은 침착하게 자신의 계획과 비전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지금요? 누구보다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응원단이 바로 가족입니다.(웃음)"
누구나 인생 2막을 시작하면 소득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 위원은 이것이야말로 1막과 2막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재취업해서 1막처럼 하루 8시간 이상 주 5일을 일하겠다는 건 욕심이에요. 체력적으로도 힘들고요. 하루 3~4시간 주 2~3일 일하는 게 적당하다고 봐요.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워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1막과 2막의 차이를 빛낼 수 있는 것이라고 박 위원은 강조한다. 은퇴한 시니어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소득은 다름 아닌 '시간'이라는 것.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2막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시간 배분이 달라야 해요. 가족과의 관계,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는 데서 경제적 손실을 메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무형적이라서 직접 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월급과 더불어 직장 내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죠. 경제적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건강과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1막의 전문성에 '트렌드' 결합
2막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그는 실무능력과 시대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지식과 경험이 지속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을 최근의 동향과 결합시키려는 노력 역시 필수적이라고 했다.
"사실 시니어들은 결재자, 즉 관리자 자리까지 올라간 후 은퇴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했더라도 실무에서 떠나 있던 셈이죠. 하지만 2막에선 '실무자'가 돼야 해요. 현장에서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세상의 변화에 맞게 결합시키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전문성은 1막을 마친 시니어의 가장 큰 강점이다. 반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자칫 외곬이 될 수도 있다. 박 위원은 신문을 읽고 책을 읽는 등 자기계발은 2막을 위한 필수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의 경우는 어떨까. 희망나눔세상에서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는 그는 1막에서 얻은 전문성과 자신의 사명을 결합시켰다. 삼성그룹 재직 시절 사내 벤처기업을 꾸린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근무할 때 반복되는 강의를 탈피하고자 야간 대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퇴직 후에도 꾸준히 공부한 박 위원은 지난해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2013년 설립한 희망나눔세상은 올해 초 서울시로부터 비영리단체 기관으로 인증받았다.
박 위원은 올해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옛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관리'와 '경영학'을 강의한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학생들이 경청할 때 그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가장 기쁜 일은 자신의 조언을 젊은 사업가들이 받아들일 때다.
"제 사명은 아이들이 바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아이들이 청년이 되고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가장 큰 사명이죠. 앞으로 15년은 더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능력이 될 때까지 도우며 보람찬 인생을 살 겁니다."
▲1959년 서울출생
▲1986년~1997년 삼성그룹 CJ 제일제당 과장
▲2001년~2011년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교수
▲2013년 비영리단체 '희망나눔세상' 전문위원(현)
▲2016년 숭실대학교 '브랜드관리' 강의(현)
▲2016년 한국폴리택 대학 '경영학' 강의(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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