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 마곡지구 개발이 경영난을 겪는 대우조선해양 부지 매각 난항으로 암초에 부딪혔다. 해당 부지는 마곡지구 내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9호선 마곡나루역 옆에 있지만 용도가 기업 개발부지로만 묶여 매각 대상 선정에 한계가 있다. 매각이 늦어질 경우 전체 개발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뜨는 지역으로 각광 받아 오피스텔 등 주거지 공급 과열 현상이 빚어진 점은 앞으로 마곡지구 투자가치를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마곡지구 중심을 통과하는 교통 요충지인 마곡중앙로. /사진=김창성 기자
마곡지구 중심을 통과하는 교통 요충지인 마곡중앙로. /사진=김창성 기자

◆마지막 ‘기회의 땅’에 쏠린 눈

마곡지구 개발은 서울시 강서구 마곡·가양동 일대 366만5722㎡ 부지를 동북아 경제중심도시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이곳에는 주택 1만1400여가구를 비롯해 첨단 미래지식 산업단지와 국제 업무단지, 녹지 공간 등이 조성된다.

마곡지구 일대는 1990년대까지 대규모 논밭이었지만 민선 서울시장 3명을 거치는 동안 거듭된 개발 계획으로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개발 부지가 됐다. 서울시는 10여년 전 마곡지구 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며 단순한 단지 조성으로 끝내지 않고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복합 산업기지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서울시가 이 같은 중장기 개발 계획을 수립해 개발을 추진하면서 마곡지구는 ‘기회의 땅’으로 불렸다. 특히 기업들은 전체 개발 면적 중 190만2617㎡를 차지하는 산업단지 입주에 적극 투자했다.

2014년 LG컨소시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1개 기업이 마곡일반산업단지 내에 첨단 연구개발(R&D)센터를 착공했다. 올해는 에쓰오일 등 43개 기업이 착공을 준비 중이다. 티케이케미칼컨소시엄은 이미 올 초 준공했으며 올해 안에 11개, 내년까지 48개, 2020년까지 90개 기업의 R&D 센터가 준공될 예정이다.


외국기업과 중소·영세기업에게도 문이 열렸다. 서울시는 2020~2025년 입주를 목표로 글로벌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R&D센터를 건립 중인 LG 등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을 타진하는 외국기업들의 입주 수요가 꾸준한 만큼 이들을 유치한다면 마곡지구의 글로벌 인지도 역시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서울시는 중소·영세기업들에게 소규모필지 공급 및 지식산업센터 임대 지원책을 가동해 마곡지구는 이들에게도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최근 매각이 불발된 마곡지구 대우조선해양 부지. /사진=김창성 기자
최근 매각이 불발된 마곡지구 대우조선해양 부지. /사진=김창성 기자

◆대우조선 발 역풍… 전체 개발계획 '삐걱'

마곡지구가 기회의 땅으로 통하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 부지 매각이 불발돼 전체 개발 계획의 차질이 예상된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대우조선은 지난 4월 마곡산업단지 내에 보유한 부지 6만1232㎡(12개 필지) 전부를 처분하기로 하고 서울시에 부지 처분 신청서를 냈다. 7000억원 규모의 R&D 센터를 건립하려 했지만 경영난에 발목이 잡혀 투자계획을 철회했다.


서울시는 부지 매입을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까지 사업계획서를 접수했다. 최종적으로 1개 업체만 매입 의향을 밝혔고 같은 달 30일 열린 서울시 마곡산업단지 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에서 매각은 최종 불발됐다. 평가 점수 1000점 만점에 최소 600점을 획득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

대우조선 부지는 바로 옆에 아시아 최대 규모인 축구장 68개 크기의 마곡중앙공원이 예정됐고 9호선 마곡나루역, 공항철도 급행 정차역(예정)과 도보 5~10분 거리라 교통편이 우수하다. 길 건너에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오피스텔이 들어서는 등 입지 조건이 뛰어나다. 또 R&D센터가 완공되면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한 1만3000여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사업 자체가 철회되면서 인근 개발단지 시세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전체 개발 계획 추진도 지연될 조짐이다. 서울시는 해당부지 규모가 LG컨소시엄 부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크기 때문에 매각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블록단위 매각을 중점 추진했다. 관심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투자유치에 적극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전체 단지 개발이 막바지로 향해가는 와중에 대우조선 부지 매각이 장기화 될 경우 주변 상권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지만 해당부지는 기업 R&D센터 건립용도로만 묶여 매각대상 선정에 한계가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그동안 부지 매각과 개발 축소를 놓고 고민하다 매각에 들어갔지만 불발됐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매각이 빠를수록 좋지만 늦어져 난감하다”고 말했다.

9호선 마곡나루역 바로 옆에 들어서는 대우건설의 보타닉 푸르지오시티와 롯데건설의 캐슬파크. /사진=김창성 기자
9호선 마곡나루역 바로 옆에 들어서는 대우건설의 보타닉 푸르지오시티와 롯데건설의 캐슬파크. /사진=김창성 기자

◆‘묻지마 식 투자’ 지양해야

마곡지구는 오피스텔 ‘공급과잉’이라는 또 다른 불안요소도 품고 있다. 현재 마곡지구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이곳 중심을 관통하는 마곡중앙로가 위치한 9호선 마곡나루역 삼거리 주변이다. 이곳은 공항철도 급행 정차역 개통이 예정됐고 제2의 코엑스로 불리는 복합쇼핑몰과 호텔 등도 들어선다. 도보 10분 거리인 5호선 마곡역과 지하로 연결되면 트리플역세권이 형성된다.

산업단지에 유입될 인구도 상당해 배후수요가 탄탄하다. 인근 최대 산업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는 상주인구만 3만명 이상이고 산업단지 전체 유입 인구는 16만5000명이나 된다.

고정 배후수요가 풍부하다보니 투자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마곡지구 인근 부동산중개업자 A씨에 따르면 9호선 마곡나루역 사거리 인근 원룸 오피스텔(약 21㎡) 매매가는 1억2700만원~1억7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이다. 같은 지역 상가(약 40㎡) 매매가는 1억9100만원~2억6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90만원이다.

A씨는 “원룸은 당초 3.3㎡ 기준 800만원선에서 분양됐지만 지금은 2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된다”며 “새로 개발되는 지역이라 정확한 비교 잣대를 댈 순 없지만 저렴한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투자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다.

뛰어난 입지조건과 배후수요에 마곡지구 주거지 투자열기가 뜨겁지만 전문가들은 ‘묻지마 식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지난해 서울시가 마곡지구 오피스텔 공급을 제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단기간에 공급물량이 몰렸기 때문에 투자 시 목표 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특히 대우조선해양 부지 매각이 불발돼 1만명 넘는 배후수요가 한꺼번에 고갈됐고 앞으로의 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점은 마곡지구 개발에 큰 악재”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