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 광고 막고 대출 풀라니… 답답한 저축은행
서대웅 기자
5,004
공유하기
![]()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최종구 SGI서울보증사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왼쪽부터)이 지난 3월 초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한 MOU 체결식'에서 양해각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광고 규제에 대한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저축은행은 평균 20% 대출 금리대인 캐피털, 상호금융의 대출 광고를 허용하면서도 중금리 상품을 잇달아 출시 중인 저축은행에 규제를 가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대출상품 ‘사이다’는 연 평균금리 9.9%로 기존 20%대의 금리보다 상당히 낮다. 이는 당국의 정책방향에도 부합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제2단계 금융개혁’을 통해 금리 10%대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급전을 요하는 서민들을 위해 중금리 상품 비중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민이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는 쉽지 않다. 당국의 광고 규제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 TV광고는 저축은행중앙회의 ‘광고심의규정’에 의해 ▲평일 밤10시~다음날 아침 7시 ▲평일 오전 9시~낮 1시 ▲토요일과 공휴일 밤 10시~다음날 아침 7시 등의 시간대에만 광고할 수 있다.
이 같은 광고 규제는 청소년이 대출광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광고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후 중앙회의 자율 규제에 맡기고 있다.
노출 빈도가 가장 높은 TV광고 규제가 지속되자 서민의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상품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저축은행의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이들 중 다수는 신용등급이 8~10등급이다.
실제 ‘나이스평가정보’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자 중 신용등급이 8~10등급인 사람은 40%에 육박했다. 이는 카드사(13%)나 캐피탈(17%)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제도권 밖의 불법 사채업으로 빠지기 직전의 서민들인 셈이다.
물론 신용등급이 낮으면 낮은 금리로 대출 받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연 평균 금리가 20%대의 대출상품이 주를 이뤘던 기존과 달리 10% 내외의 중금리 대출 상품은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게 분명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높은 금리 상품으로 자극적인 광고를 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요즘 나가는 광고는 예전과 많이 다른데 그 부분을 봐주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규제에 나선지 잉크도 안 말랐다는 입장일 것"이라며 "문제는 잉크가 언제 마를지 모르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