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에서 ‘메기효과’는 기업의 경쟁을 위해 적절한 자극을 주는 충격요법으로 쓰인다. 미꾸라지가 사는 수조에 메기를 넣으면 미꾸라지가 살아남기 위해 더욱 강해진다는 것.


올해 은행권에서도 거대한 메기효과가 일어났다. 금융당국이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 인터넷은행의 등장을 알리면서 은행들이 인터넷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모바일뱅크를 쏟아냈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를 시작으로 써니뱅크(신한은행), 리브(국민은행), IQ뱅크(KEB하나은행), I-ONE뱅크(기업은행)가 출범했고 지방은행도 아이M뱅크(대구은행), 썸뱅크(부산은행)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은 은행들의 모바일금융, IT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끼쳤다. 또 비대면 거래에서 금리를 낮춘 신용대출이 활성화되면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5일 중금리대출인 ‘사잇돌 대출’을 선보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만으로 긍정적 효과가 조금씩 나타났다”며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도 중금리대출 상품을 자율적으로 출시하는 등 시장에 건전한 경쟁과 긴장감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자극제 역할을 해온 인터넷은행의 존립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출범에 걸림돌로 지목된 은행법 개정을 재추진한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회사가 은행지분을 10%(의결권 지분 4%)까지만 보유하도록 규정하지만 인터넷은행에 한해 오너가 있는 대기업집단을 제외한 산업자본도 은행지분을 50%까지 가질 수 있다는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금융당국과 인터넷은행은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이르면 10월 인터넷은행 출범을 단행할 계획이다. 수천억원을 출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카카오, KT 등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반쪽짜리 대주주가 된 채 인터넷은행의 문을 열게 된다. 지난달 말 기준 케이뱅크 준비법인은 2500억원을 출자했고 카카오뱅크는 1000억원에 2000억원을 더해 총 30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모바일 금융거래가 확대된 금융환경이 인터넷은행 영업환경의 저변을 넓힐 것이라며 위안한다. 그러나 스마트폰 하나로 해외송금까지 할 수 있는 금융환경에서 인터넷은행이 얼마나 차별화된 영업전략을 펼칠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기자수첩] 인터넷은행과 메기효과


해외사례를 봐도 인터넷은행은 금융관련법 개정, 강화된 금융규제, 은행의 견제 등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중국의 인터넷은행은 거대한 자본을 안고 출범했으나 금융당국의 규제와 은행의 견제로 악화일로를 걷는다. 대형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의 자금조달을 제한했고 중소은행만이 이를 지원한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기대한 메기효과는 비단 은행권의 비대면금융 발전에만 해당될까. 제2의 은행으로 불리는 인터넷은행의 존재가 금융연못에 자극을 주는 정도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