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통념을 통쾌하게 깬 전기차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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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km.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IONIQ electric)이 한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다. 기존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가 길어야 150km 남짓이었고 여기서 고작 40km쯤 더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니 한번 주유로 1000km 주행이 가능한 내연기관 자동차들과 비교하면 가소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정부인증기준 도심 주행거리는 나름의 상징성이 있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206km까지 주행할 수 있어 공식 주행거리가 200km를 넘어선 첫 사례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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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EV 주행사진.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주행거리가 길어지지만 무작정 큰 배터리를 탑재할 수도 없다.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용량이 큰 걸 들고 다니면 오래 쓸 수 있지만 일정수준을 넘어설 경우 무거운 데다 값도 비싸 오히려 짐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고민 끝에 최적 성능을 내도록 만든 결과가 191km라고 보면 되겠다.
◆고효율 운전하면 주행거리가 2배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15일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시내 시승행사를 열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서울마리나에서 출발해 강동구 스테이지28 카페를 왕복하는 66km쯤 되는 코스였고, 강남 정체구간과 고속화도로를 두루 체험할 수 있었다. 전기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한 뒤 거래처에 들렀다가 다시 회사를 거쳐 퇴근하는 것을 가정한 구성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배터리 용량은 28kWh. 1000와트 전자레인지나 헤어드라이어를 28시간동안 쓸 수 있고, 30와트 LED 전구를 38.8일 켤 수 있는 용량이다. 일반적인 가정의 며칠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도로 위에선 고작 191km밖에 달리지 못하니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이날 현대차는 참가자들의 연비측정을 빼놓지 않았다. 복합공인효율은 6.3km/kWh다. 1kWh만큼의 에너지로 6.3km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참가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10.0km에 근접한 효율을 보였다. 이날 최고기록은 14.2km.
모든 차는 최적효율구간이 있다. 엔진과 변속기 등 여러 이유로 차종마다 에코 레인지가 다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도심 내 이동에 최적화된 세팅이었다. 시속 50km 구간에서 가장 효율이 좋게 만들어졌다. 회생제동은 3단계로 활용할 수 있는데 내리막이 아닌 이상에야 굳이 저항이 생기는 회생제동모드를 쓸 이유가 없다. 회생제동을 최소화하면 달리다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쉽사리 줄지 않는다. 마치 기어를 중립에 놓고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신호대기 등으로 속도를 줄일 때 회생제동모드를 활용하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어 주행거리가 조금 더 늘어난다. 도로별 규정 최고속도에 맞춰 운전해도 7~9km/kWh쯤은 쉽게 기록할 수 있다.
최적효율을 내는 구간이 시속 50km 부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운전한다면 누구나 충분히 뛰어난 효율을 느낄 수 있다. 차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속력을 유지하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시속 50km 이하에선 관성을 이용하기가 어려워 효율이 떨어지고 50km 이상에선 이런저런 저항이 심해지면서 효율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기록한 효율은 14.2km/kWh. 총 주행가능거리가 191km에서 383.4km로 늘어났다. 서울에서 대전쯤 갈 수 있던 효율이 대구까지 갈 수 있을 만큼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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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 EV 런칭 전 데이터지.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전기차여도 재밌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이름처럼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전용 라인업 ‘아이오닉’의 전기차 버전이다. 이 차엔 최고출력 88kW(120ps), 최대토크 295Nm(30Kg·m)의 성능을 내는 모터가 탑재됐다. 무거운 배터리를 장착했음에도 경량설계를 통해 차 무게는 1445kg에 불과하다.
가속페달을 밟아보면 ‘전기차는 힘이 약하고 운전이 재미없다’는 통념을 깨기에 충분하다. 물론 스포츠카처럼 힘이 넘친다는 얘기가 아니다. 태생은 ‘친환경’ 전기차지만 즐거움을 담았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서스펜션은 ‘탱탱’한 편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가끔씩 레이싱카처럼 단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차체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해 주행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웬만한 코너도 거뜬히 공략할 수 있다.
변속기 레버 대신 변속 버튼이 있고 운전대엔 회생제동장치 작동 스위치가 마치 패들시프터처럼 달려있다. 내리막이나 제동시 아래 기어로 바꾸는 다운시프팅 효과를 쉽게 낼 수 있다.
그리고 연비운전을 하다 보면 브레이크를 덜 밟게 되는데 운전자를 보조하기 위한 자동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 차선을 이탈하지 않게 도와주는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BSD) 등 첨단 안전품목도 적용됐다.
◆현실적인 전기차
현대차가 만든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운전하며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다. 전기차임에도 아날로그 감성을 담으려 노력해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최소화했다. 따라서 연비운전을 하든 속력을 높이든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그만큼 운전이 편한 차다. 다만 운전할 때 거슬린 건 리어뷰미러(룸미러)다. 아래가 넓은 사다리꼴인데 정작 뒤 유리는 역삼각형이다. 거울 형태가 반대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가격은 4000만원이 넘지만 정부지원금을 더하면 2000만원대로 떨어진다. 주거지역에 충전시설이 더 늘어난다면 대중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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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