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회사의 요구로 지난해 12월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에 가입했다. 하지만 A씨는 지금까지 퇴직연금을 방치해두고 있다. 수익률도 확인해보지 않았다. 은행에 다니는 지인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며 상품별 투자비율을 조정하고 편입되는 펀드도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해줬지만 A씨는 바쁜 업무로 정신이 없는데다 투자 경험도 없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 


A씨의 사례처럼 대부분의 직장인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해야 하는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할지, 언제 투자해야 할지, 리밸런싱(자산재조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 지금부터라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해보자.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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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형·IRP, 본인이 펀드운용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퇴직계좌(IRP) 등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직접 운용하면서 일정한 퇴직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신경 쓸 게 거의 없다. DB형에서 퇴직급여를 결정짓는 변수는 ‘임금상승률’과 ‘예상근속기간’이다. 퇴직 직전에 받은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주기 때문에 임금상승률이 높은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많고 안정적인 대기업에 어울리는 제도다.

반대로 DC형의 운용주체는 회사가 아닌 근로자 본인이다. 회사에서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1 이상을 1년에 한번 이상 근로자의 개인계좌에 납입하면 그 금액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 주식형펀드, 채권 등 어떤 것을 선택해 운용하든 근로자 개인의 선택이다. 대신 운용결과에 따라 퇴직연금액이 줄더라도 책임은 근로자 개인이 져야 한다. 급여상승률보다 운용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고려해볼 만하다. 급여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소규모 사업장에 유리하다.

IRP는 은퇴시점까지 퇴직금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계좌다. 기존에는 퇴직금을 일반통장에 이체받는 방식이었지만 IRP를 개설하면 이 계좌를 통해 근로자가 직접 원하는 상품을 선택, 운용할 수 있다. 운용방식은 DC형과 동일하다.


IRP의 경우 세제혜택이 여타 상품에 비해 좋은 것이 장점이다. IRP를 활용하면 적립금의 최대 700만원까지 13.2~16.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또 55세 이후 IRP를 통해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받을 경우 기존 퇴직소득세(6~38%)보다 훨씬 낮은 연금소득세(3.3~5.5%)만 부담하면 된다.

운용단계에서 예금과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이자·배당소득세가 과세되지 않아 투자원금이 커지는 효과가 생긴다. 무엇보다 IRP를 활용하면 퇴직연금 가입기간을 유지, 연장할 수 있어 장기근속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이직이 잦은 근로자에게 유용하다. 가령 5년마다 직장을 4번 옮겼어도 IRP 운용수익률이 3%이고 20년 장기근속한 근로자의 임금상승률도 3%라면 이 둘의 퇴직금은 동일하다. 


[머니이야기] 퇴직연금, 이렇게 관리하라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짜기

아직은 DB형이 국내 퇴직연금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면서 DC형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야 하는 DC형이나 IRP의 경우 어떻게 퇴직금을 불려야 할까.


◈통합연금포털서 내 연금 조회= 우선 통합연금포털에 접속해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부터 알아보자.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인의 연금정보 통합조회서비스를 신청, 본인 명의의 공인인증서로 전자서명한 후 회원가입을 완료하면 상품명, 상품유형, 가입일, 적립금 등의 계약정보가 펼쳐진다. 퇴직연금 중 DC형과 IRP 가입자의 경우 통합연금포털사이트에서 바로 연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DB형은 평균임금 및 근로기간에 따른 연금액 추정치가 나온다.

◈원리금보장상품 vs 실적배당상품= 통합연금포털에서 자신이 어떤 상품에 가입했는지 확인했다면 투자비중을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DC형에서 제공하는 금융상품은 크게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상품으로 분류된다. 정기예금은 원금이 보장되고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게 단점이다. 반면 펀드, ELS 등의 실적배당상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DC형·IRP 적립금 운용현황에서 원리금 보장상품의 비중이 70~80%에 달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만큼 퇴직금을 원금보장형 상품에만 넣어두지 말고 위험하더라도 포트폴리오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입할 수 있는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1.61%(6월 기준)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예금과 같은 상품만 고집하면 안된다”며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자산을 최대한 분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은퇴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은퇴가 임박한 근로자라면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직 퇴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주식투자비중을 높여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라”고 덧붙였다.

◈직접 관리 어렵다면 퇴직연금 랩 도움= 직접 상품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운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랩어카운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랩어카운트란 증권사가 여러 자산운용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고객의 기호에 맞게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수수료를 받는 맞춤형 자산종합관리계좌서비스다.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자산배분 퇴직연금 랩어카운트’가 대표적이다. 이 퇴직연금 랩에는 주식형펀드를 비롯한 혼합형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담겨있다. 금융상품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통해 적절한 목표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퇴직연금 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퇴직연금사업자 임의대로 상품을 운용하는 실정이다. 내년 이후에야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선택을 돕는 ‘대표상품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미래에셋증권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도 퇴직연금을 랩어카운트로 운용하는 상품을 본격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 알림서비스로 상·하한선 점검= 자신만의 목표수익률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놓는 것도 유용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선택한 펀드의 목표수익률이 5%라면 실제 5% 이상 기록했을 때 이를 현금화하는 식이다. 반대로 하한선을 마이너스 3%로 정했을 경우에도 실제 수익률이 마이너스 3% 이하로 떨어지면 현금화해 손절매하는 것이다. 문자메시지로 오는 수익률 알림서비스를 통해 이를 결정할 수 있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설정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목표수익률 도달 여부를 문자로 받는다면 상품전환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