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 "리우, 우리와는 상관 없어요"
성승제 기자
5,309
공유하기
은행과 카드사 등 주요 금융회사가 6일 개막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마케팅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축제임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리우올림픽 마케팅을 추진한 금융회사는 KEB하나은행과 삼성카드, 우리카드 등 3곳에 불과하다. 우리카드는 신용·체크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10일까지 한국의 총 획득메달 수를 맞히는 고객에게 여행상품권과 호텔숙박권,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개최 중이다. 대상자는 우리카드 홈페이지 또는 스마트폰앱에서 응모버튼을 클릭하고 대한민국의 금·은·동 총 메달수를 기재하면 된다. 총 메달수를 맞힌 인원이 총 획득메달 수보다 적을 경우 근접하게 맞힌 고객이 추첨대상이 된다. 당첨자는 31일 개별안내한다.
![]()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로에 위치한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사격 김은혜(IBK기업은행)가 훈련 전 소총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
삼성카드도 이달 4일까지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획득한 메달 예상구간을 선택해 이벤트에 응모하면 경품을 주는 행사를 마련했다. 1등에게 200만원 여행이용권, 2등 100만원 신세계상품권, 3등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모바일교환권 등을 제공한다.
KEB하나은행도 최근까지 ‘오 필승 코리아 적금·정기예금’ 특판이벤트를 진행했다. 해당 적금 가입고객에 한해 대한민국 올림픽축구국가대표팀의 최종성적에 따라 8강 진출 시 연 0.1%포인트, 4강 진출 시 연 0.2%포인트, 결승 진출 시 연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는 이벤트였다. 또 대표팀 선수의 친필 사인과 유니폼, 축구공 등의 프리미엄 사은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규정 위반하면 메달 박탈까지
금융회사가 올림픽마케팅에 무관심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마케팅 규제강화 영향이 가장 크다.
IOC는 2012년 올림픽 공식스폰서(TOP)가 아니면 올림픽마케팅으로 기업의 제품을 노출하거나 소셜미디어에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룰40(Rule40)을 발표했다. 룰40은 국가대표 선수의 후원사라 할지라도 의도적으로 위반할 경우 해당 선수의 메달을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미국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7)의 루이비통 광고가 올림픽 기간 중 사전노출돼 메달 박탈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또 당시 IOC 조직위원회가 ‘브랜드 경찰’을 운영해 런던지역 상인이 올림픽과 관련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단속하기도 했다.
이 규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IOC는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대한체육회에 ‘한국의 유통·호텔 등의 업체가 IOC의 허가 없이 올림픽마케팅을 펼칠 경우 적극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성 공문을 보냈다.
이는 공식후원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올림픽 공식후원 계약은 통상 하계·동계올림픽을 한차례씩 포함해 4년 기준으로 체결하는데 기본 후원비용만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마케팅 집행비용까지 합하면 후원사가 올림픽에 투자하는 실제 금액은 더 늘어난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IOC의 룰40 발표 이전까지 앰부시(Ambush)마케팅을 적극 펼쳤다. 앰부시는 ‘매복’이라는 뜻으로 스포츠대회의 공식후원사가 아닌 회사가 규정을 우회하는 여러가지 전략으로 광고효과를 거두는 걸 말한다. 후원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거나 우승했을 경우 금융회사가 특판이벤트를 하거나 추첨을 통해 경품을 주는 행사 등이 대표적인 앰부시마케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가 후원하는 선수라고 할지라도 올림픽에 출전하면 선수복에 붙는 (기업의) 로고를 지워야 한다”며 “IOC공식 후원기업이 아니면 어떤 마케팅도 펼치기 힘든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IOC가 이익단체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2016리우하계올림픽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 /사진=뉴스1 이광호 기자 |
◆넘치는 유동자금, 마케팅 시들
새로운 투자처가 없는 점도 올림픽마케팅이 시들해진 이유다. 은행의 경우 초저금리 기조에 새로운 투자처가 없고 유동성 자금까지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이벤트로 수신자금을 끌어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수신자금이 필요할 경우 굳이 올림픽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우대금리를 지급하면 충분히 끌어올 수 있다는 점도 올림픽마케팅을 외면한 이유로 꼽힌다. A은행 관계자는 “굳이 올림픽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우대금리를 주는 특판행사를 진행하면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의 경우 개최국이 너무 멀고 매년 판박이 이벤트로 식상하다는 의견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올림픽이 지구 반대편에서 열려 국민의 관심이 이전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매번 붕어빵처럼 똑같은 특판상품을 쏟아내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C은행 관계자는 “런던올림픽 때도 별다른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특별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장이 서울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격려하는 장면도 사라졌다. 하나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 주요 수장은 매번 올림픽이나 국제 스포츠대회가 열릴 때마다 태릉선수촌을 방문, 국가대표 선수를 격려했다. 또 고객을 대상으로 원정응원단을 모집해 현지로 보냈지만 최근에는 이런 풍경을 찾기 힘든 상태다.
◆후원선수 메달 따면 인지도‘UP’
금융권이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담담한 모습이지만 안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 금융사가 후원하는 선수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라는 것. 선수가 메달을 따면 자연스럽게 후원해주는 기업이 부각되고 이는 곧 브랜드 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KB금융이 후원하는 박인비 선수(여자골프)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전을 선언해서다. 만약 박인비가 메달을 획득한다면 KB금융은 별도의 마케팅을 펼치지 않아도 브랜드 인지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인비뿐만 아니다. KB금융은 배드민턴 남자복식에 출전하는 이용대를 포함해 배드민턴 국가대표팀도 후원 중이다. 또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와 사격종목에 출전하는 김민정·김준홍도 후원한다.
IBK기업은행은 여자배구 대표팀에 희망을 걸었다. 또 곽정혜·김은혜·김현준·이계림 등 사격선수도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격의 김장미와 박해미 등 소속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