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 공무원에게 접대를 금지하는 내용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합헌으로 결론나자 재계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김영란법 시행 후 대기업들이 대외 접대비 지출에 대한 감시를 받게 되면 감사원 감사나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비상이 걸렸다.
/사진=머니위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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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임원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28일 이후의 골프 약속을 전면 취소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식사나 선물은 법에서 정한 한도를 지키면 되지만 골프 접대는 아예 금지하고 있어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기업들은 대외활동 시 내부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인, 공공기관 종사자가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에게 3만원 이상의 식사나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으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SK그룹은 법무팀에서 가이드라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활동이 필요한 업무자의 경우 3만원 내에서 식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최근 임원들을 모아 놓고 김영란법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삼성그룹은 김영란법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았지만 매주 수요일 사장단회의 때 외부강사에게 주는 강연료를 인하할 전망이다. 삼성 사장단회의에는 서울대나 카이스트의 교수들이 강사로 초빙됐는데 김영란법 시행령을 적용하면 시간당 강연료가 최대 40만원으로 낮아진다. 기존 강연료의 10분의 1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1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시승행사나 VIP고객 초청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아직은 법에서 세부규정이나 업무 관련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지만 법 시행 초반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법 시행 초기 '시범타'로 걸리지 않도록 철저하게 규정을 지키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는 '김영란법과 기업의 대응전략'이라는 설명회가 열려 현대차·SK·LG·GS·롯데·KT 등 대기업 고위임원 약 150명이 참석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2시간가량 법의 내용과 쟁점,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기업 입장에서 명확한 판단이 어려워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