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양생명
/사진=동양생명
동양생명이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지 1년 가까이 지났다.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동양생명은 실적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저축성보험 판매 확대와 적극적인 해외투자 확대전략이 올해 상반기 동양생명 실적 호조세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저축성보험 판매를 축소∙중단하고 해외투자보다는 보수적 운용전략을 고수하는 다른 보험사와는 다른 행보다. 

업계에선 주인이 안방보험으로 바뀌었기에 가능한 행보라고 본다. 최근 1년여의 동양생명 전략이 ‘중국식 경영전략’과 닮았다는 해석이다. 실제 안방보험은 중국에서 일시납 저축성보험을 팔아 수입보험료를 늘리고 방카슈랑스 모집을 확대해 몸집을 불린 뒤 자산운용 중심의 전략을 펼쳐 수익을 올린다. 보험 본업보다는 자산운용에 집중하는 식이다. 자산 규모를 불린 뒤 이를 굴려 수익을 내는 중국식 경영전략을 한국에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이다.

◆수입보험료 급증… 4조 달해


동양생명이 올 상반기 15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창사 이래 반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 매출은 4조946억원, 영업이익은 18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6.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1%, 18.2% 증가했다.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25조4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보험사의 건전성지표를 나타내는 지급여력(RBC)비율도 252.4%로 4.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하면서 수입보험료 증가세가 도드라졌다. 동양생명의 수입보험료 규모는 3조711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00% 가까이 급증했다. 반 년 만에 올해 수입보험료 목표치(4조6564억원)의 79.7%를 달성한 것.


방카슈랑스채널의 저축성상품인 ‘양로보험’ 판매액도 동양생명 실적을 견인했다. 올 상반기 일시납 양로보험 판매액만 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양로보험 판매를 중지하는 여타 보험사와 달리 동양생명만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이 상품을 팔고 있다. 

양로보험은 은행에서 파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해주는 저축성보험이다.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최저보증이율과 공시이율을 적용한 양로보험은 일시에 수입보험료를 끌어모아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내고 회사의 몸집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금리역마진 부담도 함께 안고 있다. 상반기에 팔린 동양생명 일시납 양로보험의 평균 최저보증이율은 2.85%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양로보험 판매 확대를 동양생명 깜짝실적 배경으로 본다. 다만 동양생명의 이 전략이 앞으로 대규모 보험영업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역마진 부담은 없겠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는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본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의 일시납 양로보험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사업비차손익 호조에 기여하지만 저금리에 따른 이차역마진 부담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시납 양로보험 확대∙중국채권 투자 ↑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채권 등 비교적 안전한 자산을 선택하는 가운데 동양생명은 국내 회사채를 매각하는 대신 중국, 미국, 유럽 등 해외물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동양생명의 지난 6월 기준 해외자산 비중은 전체 운용자산 중 11.1%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부동산투자 비중은 1.6%에 그쳤다. 

업계에선 동양생명의 공격적 해외 자산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해외채권이 부실화되면 이를 기반으로 이미 판 고금리 상품도 모두 부실화될 수 있어서다. 특히 중국경제의 리스크가 동양생명 투자대상인 중국 공기업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수익률이 현재 3~4%대를 기록하더라도 저금리가 지속되면 양로보험 최저보증이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까지의 행보가 계속된다면 동양생명은 앞으로 돌려줘야 할 보험금 규모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안방보험은 자산운용사처럼 회사를 굴린다”며 “일단 덩치를 키워 실탄을 마련한 뒤 이를 가지고 고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안방보험은 중국 본토에서 은행 채널을 통해 수입보험료를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덩치를 키운 곳이다. 지금까지 동양생명 판매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에서 썼던 경영전략을 한국에서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저축성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것도 이 같은 운용방식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물 투자 리스크에 대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다보니 국내 회사채보다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해외 채권쪽에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중국 국영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만큼 부실화 우려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