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상생 정비소' 사장의 새로운 도전
People / 김선호 에스씨엔 대표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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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전의 한 동네 정비소에 100명이 넘는 정비사 지원자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 중 3명이 채용됐다. 경쟁률이 40대1에 가까웠던 셈이다. 2014년 창업 이후 대기업에 준하는 복지제도를 만들고 운영 중인 이 특별한 정비소의 이름은 ‘새천년카’. 경영자 김선호 대표(31)의 '상생' 철학이 이런 기현상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채용면접에서 지원자의 ‘꿈’을 묻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입사 후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물어본다. 회사가 꿈을 이루는 발판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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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에스씨엔 대표. /사진제공=에스씨엔 |
◆ ‘정비사’ 인식 바꾸고 싶어 사업시작
그가 자동차 정비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스무살 무렵이다. 44년간 자동차 정비를 해온 아버지의 가업을 잇겠다고 생각한 것. 다만 그는 아버지 세대와는 조금 다른 정비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낮은 임금을 받고 손님에게 홀대받는 정비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비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정비소 30여곳을 돌아다니며 노하우를 습득했다. 이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정비소에서 다양한 마케팅과 고객관리 방법을 실험했다.
김 대표는 아버지의 사업장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소셜마케팅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2012년 월 500만원 수준이었던 매출을 2014년 월 4000만원까지 증대하고 이후 2014년 말 자신의 정비소 ‘새천년카’를 창업했다.
그는 창업과 동시에 사람을 구하며 ‘대기업 수준’의 복지혜택을 제시했다. 회사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인재를 찾아나선 것. 새천년카는 직원들에게 육아비와 자녀학자금, 여행경비를 지원한다. 또 매년 국내외 자동차 전시회나 세미나에 참석하는 비용 일체를 회사가 부담한다.
하지만 복지혜택만을 원하는 구직자는 버티지 못한다. 김 대표의 업무 기준이 워낙 깐깐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김 대표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런 원칙을 고집한다”며 “나부터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많은 인재들이 꿈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동차 정비사에 대한 인식 전환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 ‘중고차 시장 상생’ 위한 새로운 도전
김 대표는 자동차 정비업에 종사하면서도 자기 명의의 차가 없다. 그는 “물건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며 “차를 살 돈은 다른 좋은 일에 쓰는게 더 보람차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매년 소아암어린이의 치료비를 정기후원한다.
하지만 사업에 있어서는 욕심쟁이다. 새천년카 창업과 동시에 그는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개시했다. 창업을 준비하며 카센터에서 일할 때 친한 손님들이 중고차 거래에 검증 동행을 요청하던 것에서 착안했다.
그는 중고차를 구매하기 전에 정비사가 동행해 차량을 체크하면 가격을 흥정하는 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고 이는 맞아 떨어졌다. 새천년카에서 실시한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는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에 대한 상세한 정보접근에 제한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량 매입과정에서 구매자는 딜러가 제공하는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받기 때문에 불안하다. 실제로 차를 봐도 차량의 컨디션이 어떤지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는 “자동차도 사람처럼 컨디션이 있기 때문에 연식과 주행거리가 같은 차라도 진단해보면 가치는 천지차이”라며 “사람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진단받듯이 자동차 역시 전문 정비사의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을 ‘개인간 중고차 거래 플랫폼’으로 확장시키기로 했다.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가 딜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자동차를 거래하며 정비사는 가운데서 자동차를 진단한다. 차량의 컨디션을 고려해 예상 수리비용 및 유지비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 딜러 수수료가 사라지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는 모두 이득을 보고 정비사의 검증을 거쳤으니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섣불리 시작하진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실전창업교육을 수강했고 그해 9월 센터에 사무실을 얻고 에스씨엔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박용호 센터장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고 현재의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기도 했다”며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에스씨엔은 현재 'PAMS'(Personal Automobile Matching System)라는 이름으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6개월 챌린지플랫폼 사업에 지원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제휴 정비소의 가맹비와 정비부품 유통, 홈페이지를 활용한 광고비 등으로 수익성도 충분하다.
김 대표는 “이미 전국에 실력있는 정비소 6곳과 계약을 맺었고 대전 ‘새천년카’에서 시범서비스를 운영하며 노하우도 축적했다”며 “500여건 이상의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중고차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사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추석합본호(제452호·제4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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