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짭조름한 이야기가 흐르는 강경
송세진의 On the Road – 강경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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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삭은 젓갈처럼 은근한 감칠맛이 있는 곳. 평범한 줄 알았던 골목에 전설이 있고 역사가 있고 자랑스런 사람들이 있다. 한층 시원해진 바람결을 따라 차차 느려지는 물길을 따라 강경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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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봉. |
◆ 용의 전설, 미내다리
논산에서 강경으로 넘어가다 보면 강경천을 지난다. 강경천을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돌다리 하나가 있다.
다리라는 게 물을 건널 수 있게 하는 것이니 당연히 물을 가로질러 놓였어야 하는데 물길과 나란히 놓여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3개의 동그란 아치를 가진 예쁜 무지개 다리다. 아래로는 물이 아닌 풀이 길게 자랐고 저 너머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철길과 강경읍이 보인다. 이름은 미내다리.
지금은 물길이 바뀌어 다리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예전에는 이 다리가 없으면 한양 가기도 어려웠다. 조선 영조 7년(1731년)에 평교였던 다리를 홍예교로 다시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 이전부터 이 자리에 다리가 있었다는 말이다.
다리는 조수가 물러가면 바위가 보인다고 조암교라고도 불렸다. 아래로는 큰 시내가 흘렀는데 이 하천의 이름이 미내천이다. 평교였던 다리는 석설산, 송만운 등이 나서 다리를 복원하며 지금의 아치다리로 다시 태어났다. 이때만 해도 미내다리는 3남 제일의 대교였다고 한다.
‘미내’라는 이름에 얽힌 전설도 있다. 두 청년이 주변 마을 사람들의 돈을 모아 다리를 만들었는데 돈이 조금 남았다. 기부자들에게 나누어 돌려주기에는 적은 돈이라 후일 다리 보수공사를 위해 쓰려고 다리 아래 묻어뒀다. 이 중 한 청년이 병에 걸렸고 그는 다리 아래에 묻어 둔 돈을 꺼내 병구완을 하고자 했지만 돈을 훔쳤기 때문인지 벌을 받아 구렁이가 됐다. 그는 용이 돼 승천하다가 떨어져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는 ‘미르다리’였다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미내다리가 됐다는 전설이다. 미르는 ‘용’의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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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내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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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침례회 최초교회. |
◆ 성지순례길
강경 트레일 4코스는 성지순례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경읍을 중심으로 젓갈시장에서 옥순봉을 지나는 코스인데 이곳에 개신교와 천주교, 성결교와 침례교 등 다양하고 중요한 성지가 모여있다.
강경성결교회 앞에는 ‘최초신사참배거부신도기념비’가 있다. 1924년 전도사와 교사, 57명의 주일학교 학생, 5명의 학생들이 일제가 강압한 신사참배를 거부했고 이로 인해 신사참배운동이 10년 후퇴했다.
이 시대에 신도들이 예배를 보던 곳은 지금의 자리가 아니라 옥녀봉 아래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1918년에 지어진 한옥 건물로, 현재 얼마 남지 않은 한옥교회라는 특성과 독특한 건축기술 때문에 등록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됐다. 정방형의 한옥교회는 남녀 공간을 구분했던 칸막이와 별도의 문 등으로 당시 시대상을 보여준다.
‘최초신사참배거부신도기념비’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김대건신부 유숙지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였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1845년 8월17일 상하이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1845년 10월 강경포구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신부가 돼 돌아온 김대건 성인이 한국에서 처음 머문 곳이다.
옥녀봉에는 한국침례회 최초교회터도 있다. 일명 ‘ㄱ’자 교회라 하는데 이는 남자와 여자의 자리를 구분하기 편리하도록 예배당을 지으면서 붙은 이름이다. 두 개의 획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 강대상이 있고 한쪽으로 남자, 한쪽으로는 여자가 앉아 예배를 봤다고 한다.
1897년 미국선교사 폴링이 설립한 이 교회는 한강 이남에서 지어진 최초의 ‘ㄱ’자 교회다. 1906년에는 전국 31개 교회를 모아 이곳에서 침례회 총회를 열었고, 당시 개설했던 성경학교가 현재 대전에 있는 침례신학대학으로 발전했으니 침례회에 있어 이곳은 역사적인 자리다.
그러나 일제는 교회터인 옥녀봉 중앙에 신사를 짓겠다며 탄압했고 수많은 목사와 교인을 투옥했다. 전치규 목사가 옥중에서 순교했고 결국 교회는 일제의 손에 넘어갔다.
옥순봉공원의 침례교회 터는 자리만 표시됐으며 그 옆에 복원된 교회가 있다. 작은 ‘ㄱ’자 초가집 앞에 교회와 운명을 함께한 초기 선교사, 목사를 기념한 게시판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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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봉 공원. |
◆ 강경산, 옥녀봉공원
강경읍 3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 옥녀봉이 있다. 언덕을 잠깐 오르면 옥녀봉공원에 이르는데 43m의 낮은 봉우리치고는 시야가 무척 넓다. 강경천과 논산천, 금강이 만나고 강 건너 논강평야가 펼쳐지는 풍경은 꽤 높은 산에 올라온 느낌을 준다. 산은 돌산으로 곳곳에 기묘한 바위들이 있어 볼거리 또한 다양하다.
정상에 있는 곰바위는 새끼곰이 어미를 기다리다 돌이 됐다 해 지어진 이름이다. 병풍바위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강경포구를 이용하는 어민들에게 밀물, 썰물의 시간, 현상을 알려주기 위해 기록한 암각화라 한다. 그러니까 조선시대의 게시판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해조문이라는데 한문으로 새겨진 것이 의문이다. 이것을 읽을 수 있었던 어부가 몇명이나 되었을지….
산의 이름이 원래는 강경산인데 옥녀봉이라 불리게 된 데는 전설이 있다. 옥녀봉 아래 물은 선녀들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 옥황상제의 딸도 하강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옥황상제의 딸은 때를 놓쳐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음을 맞았다. 옥황상제의 딸, 즉 옥녀가 죽은 곳이어서 옥녀봉이라 했고, 그녀가 보던 거울은 바위로 변해 용영대가 됐다고 한다.
선녀가 놀던 옥녀봉은 이제 주민들의 휴식터가 됐다. 강경 사람들에게 이곳은 추억의 장소이자 이 지역 흥망성쇠의 애환이 깃든 곳이고 산책과 데이트, 가족 소풍의 장소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위한 운동기구와 놀이터가 있고 옥녀봉 전설비와 순국열녀 안순득 여사 추모비, 강경 항일독립만세운동 기념비 등이 있다. 몇개의 시비와 함께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고 금강을 바라보는 송재정이 있다.
근처에는 박범신의 소설 <소금>의 배경이 된 집이 있다. 그러고 보니 박범신의 고향이 논산이다. 그는 강경이 자신의 문학적 모태라고 자주 말했다. 직접 와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짭짤한 젓갈냄새가 나는 강경읍과 곳곳에서 발견되는 문화유산, 잠깐만 발품을 팔아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금강의 풍경….
물을 따라 흐르는 이야기와 사람의 흔적을 찾다 보니 어느덧 해가 기운다.
[여행 정보]
논산천안고속도로 – 연무 IC에서 ‘강경’ 방면으로 우측방향 – 동안로 – 평촌교차로에서 ‘강경, 평촌리’ 방면으로 좌측방향 – 동안로 – 우측방향 – 동안로 263번길(강둑)을 따라 이동
[대중교통]
연무대고속버스터미널 – 연무삼거리에서 217번 버스 승차 – 산양리 정류장 하차 - 미내다리까지 600미터 도보이동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미내다리를 제외한 아래 장소는 강경읍내 옥녀봉 주변으로 걷기여행을 추천한다.
미내다리: 검색어 ‘미내다리’ / 충청남도 논산시 채운면 삼거리 541
최초신사참배거부신도기념비: 검색어 ‘강경성결교회’ /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계백로219번길 40-1
김대건신부유숙성지: 검색어 ‘김대건신부유숙성지’ /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홍교리 101-1
구 강경성결교회 예배당: 검색어 ‘구강경성결교회’ /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옥녀봉로73번길 8
침례교회 최초예배지: 검색어 ‘옥녀봉’ – 옥녀봉공원 내 위치
옥녀봉: 검색어 ‘옥녀봉’, ‘옥녀봉공원’ /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북옥리
논산시문화관광
문의: 041-746-5114
http://tour.nonsan.go.kr
강경발효젓갈축제
문의: 041-746-5662
http://www.ggfestival.co.kr
기간: 2016년 10월12일(수) ~ 16일(일)
장소: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금백로 45
옥녀봉
문의: 041-730-4601
음식
남촌칼국수: 가격도 착하고 푸짐하다. 근처 논산에서도 찾아와 먹는 바지락칼국수 맛집으로 유명하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보리비빔밥이 함께 나온다.
해물칼국수 6000원 / 개성왕만두 6000원 / 돈까스 6000원
041-745-3216 /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금백로 95
강경대동젓갈상회: 이곳은 젓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젓갈과 장아찌류를 시식해 보고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집으로 택배주문도 할 수 있다.
041-745-7335 /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태평리 39-2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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