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그리스호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롱비치 항에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한진 그리스호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롱비치 항에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한진해운 선박이 미국에서 하역 작업을 재개하며 1차 물류대란을 해소했지만, 하역한 화물이 운임료를 내지 못해 내륙에서 또 다시 발목이 잡히는 등 2차 물류대란이 이어진다. 내륙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임료를 지불할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12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 선박 한진그리스호는 1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롱비치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 작업을 재개했다. 지난달 31일 한진몬테비데오호 이후 열흘 만에 이뤄진 하역 작업이다.


하역 작업은 하역비 150만달러를 롱비치 항만터미널에 지급함으로써 가능해졌다. 한진보스턴호, 한진정일호, 한진그디니아호 등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도 순차적 하역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라 당장 시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하지만 내륙에서의 물류대란이 좀처럼 진전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미국 내 철도, 트럭 회사들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에 운송비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한진해운 물량을 내륙으로 수송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기한 내 화물을 운송하지 못하면 당장의 손실은 물론 신용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어 화주들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별다른 해법이 없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이 문제의 핵심은 자금인데, 현재 운송비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파악된 것이 없는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전했다.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자금 수혈이 필요한데 당장은 한진그룹 및 조 회장이 내 건 1000억원 지원이 빠르게 이뤄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400억원을 마련, 한진해운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의 400억원 사재출연과 관련 금융기관에 ㈜한진 및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 절차를 밟고 있다”며 “늦어도 13일까지는 실제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한진그룹의 자금 지원이 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8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 한진해운 지원 자금 600억원 마련을 위해 미국의 롱비치터미널 등 해외 터미널 지분 및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한 자금 융통에 대한 논의를 펼쳤지만, 사외이사들의 배임 등 법적 문제에 대한 지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난 10일 오랜 논의 끝에 극적으로 이사회 의결이 이뤄졌지만 이 역시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당장 지원은 불가하며,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터미널 지분 등의 담보를 선취득한 후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조건부 지원'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만약 한진그룹의 자금 지원이 더 늦어지거나 혹은 담보 선취득 과정에 문제가 생겨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게 되고 정부 지원도 늦어진다면 추가적인 내륙 물류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