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노예. 타이어 노예 사건 용의자들이 폭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몽둥이. /사진=뉴시스
타이어 노예. 타이어 노예 사건 용의자들이 폭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몽둥이. /사진=뉴시스

타이어 노예 사건으로 60대 부부가 검거됐다.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을 상습 폭행하고 기초생활수급비를 빼돌린 이른바 ‘타이어 노예’ 사건을 저지른 혐의로 60대 부부가 검거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장애인을 학대한 혐의(특수상해 등)로 A씨(64)와 B씨(64·여)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오늘(1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07년부터 지적장애 3급인 C씨(42)를 타이어 수리점에서 임금도 주지 않고 노예처럼 부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6년부터 지난달 7일까지 10여년 동안 자신이 운영하는 충북 청주시 내수읍 한 타이어 수리점에서 임금을 주지 않고 피해자 C씨에게 일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7년 5월 11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피해자 C씨를 둔기로 위협하고 수차례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의 부인 B씨는 같은 기간 C씨의 장애수당, 기초생활수급비 등 2400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매달 40만원씩 빼돌린 돈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적금을 들거나 생활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부부는 지난 2008년 숨진 C씨의 아버지가 같은 동네에 사는 A씨에게 돌봐줄 것을 부탁하면서 C씨를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C씨의 아버지는 C씨의 누나 2명과 형 1명이 결혼 후 타지로 떠나면서 C씨를 돌봐줄 사람이 없자 A씨 부부에게 부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C씨는 타이어 수리점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펑크난 타이어를 수리하는 일을 했고, 이 기간 동안 A씨 부부가 C씨를 10여차례 폭행한 사실이 병원 진료기록 등을 통해 확인됐다. 경찰이 ‘인간제조기’, ‘거짓말 정신봉’이라고 쓰여있는 몽둥이 등을 폭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압수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부가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 부부는 일부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몽둥이를 이용해 폭행한 사실은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4일 C씨가 폭행당한 모습을 목격했다는 주민 신고로 A씨 부부를 검거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폭행 사실에 대해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다며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과 협의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되는 대로 이들 부부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염전 노예, 축사 노예 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임금착취 사건이 최근 연이어 터지면서 장애인 관리 등 정부당국의 대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