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쟁] 항공·정유 '야호' vs 자동차 '어휴'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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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환율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은 9월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영란은행은 0.25%로 내렸다. 중국은 위안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했다. <머니S>는 이들 나라들의 통화정책 현황과 미래를 짚어봤다. 또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여섯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주저하면서 증시전문가들은 한동안 원/달러 환율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들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스피시장은 외국인투자자의 유출을 막고 선방하며 투자심리 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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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항공 |
◆금리동결, 코스피 추가 회복 기대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월 연방기금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코스피시장의 추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올 2월 이후 8개월째 이어지며 7년 만에 최장기간을 기록한 것도 시너지효과를 낼 전망이다. 8개월 연속 외국인 순매수는 달러화 약세가 이어졌던 2009년의 11개월 연속 순매수 이후 최장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닛 옐런 FRB 의장은 9월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생산성 둔화라는 구조적 요인을 거론했다”며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FRB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시장친화적으로 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은 한동안 코스피시장 흐름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예상에 부합하는 9월 FOMC 회의결과로 주식시장의 추가 회복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시장 흐름의 초점은 10월부터 시작될 3분기 어닝시즌으로 이동할 전망”이라며 “추가적인 급등 여지가 많지 않겠지만 금리인상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코스피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리콜사태로 불협화음을 일으켰지만 국내외 어닝시즌이 동반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안정적인 시장 흐름과 맞물려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과 12월 FOMC 회의 등 연말에 대형 이벤트를 앞둔 상태여서 원/달러 환율의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12월이 우세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국내수출기업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분석했다.
◆계속되는 원화 강세… 항공·조선·정유 ‘맑음’
미국의 금리동결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가격경쟁에 유리한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 간 희비가 엇갈렸다.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가 항공업이고 정유업과 철강업도 호재가 예상된다.
항공업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호재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항공기를 구매할 때 항공사들은 일시불 지급방식이 아닌 장기리스 방식을 선택하기 때문에 외화(달러화)부채를 많이 보유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경우 원화가 강세(달러화가치 하락)면 부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유리하다.
같은 맥락에서 선박을 리스로 도입하는 조선업도 외화부채를 많이 보유해 원화가 강세일수록 부채에 드는 비용이 감소한다. 또 부채에 대한 이자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수록 이득이다.
강호상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원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상태여서 수출기업에는 불리하고 수입을 많이 하는 기업에는 유리한 입장”이라며 “또 외화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엔 악재이고 외화부채를 많이 보유한 기업엔 호재”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과 철강업은 원자재를 수입하고 재가공해서 수출하는 기업들이다. 원가(원자재)가 상승하면 제품 수출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어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다.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원유와 철광석, 원료탄 등의 원자재 수입과 일부 설비자금 차관 등에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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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DB |
◆미국 수출의존도 높은 자동차업종 ‘흐림’
지난 8월 수출물가지수는 1984년 12월(76.06) 이후 31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7월(78.89)보다 1.9% 내리며 두달째 하락세를 거듭한 탓에 수출로 먹고사는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동결이 더해지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 실망한 눈치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은 수출기업 중에서도 특히 미국시장에 주력하는 회사다. 자동차업계로서는 원화 강세가 이어질수록 중국과 일본보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진다. 국내자동차산업의 올 8월 수출량은 지난해 동월 대비 18.6% 하락해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8~9월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안팎의 상승세일 때와 대비되는 결과다.
강 교수는 “그동안 일본 아베정권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엔화가치가 많이 하락했고 일본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수출상품의 타격이 불가피했다”며 “대표적으로 자동차가 악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 위안화도 과거 오랫동안 저평가됐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달러)를 많이 축적한 상태”라며 “미국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질수록 한·중·일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한국”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 교수는 “당분간 우리나라는 환율전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특히 국내수출기업은 원화가치 상승 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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