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2차 쩐의 전쟁' 카운트다운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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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각국에서 환율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은 9월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영란은행은 0.25%로 내렸다. 중국은 위안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했다. <머니S>는 이들 나라들의 통화정책 현황과 미래를 짚어봤다. 또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환율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연쇄 통화절하 움직임이 활발하다.
주요 선진국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내리기 위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를 도입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중앙은행이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전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일어났던 환율전쟁과 모양새도 다르다. 과거 미국은 주택가격 급락으로 촉발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달러를 시장에 내놓는 재정정책을 구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돈을 풀어도 경기회복이 요원해 금리를 낮춰 통화가치를 내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론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통화가치가 떨어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중앙은행의 국채매입 역시 국채수익률을 떨어뜨려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거둔다. 금융시장에서 국채수익률을 밑바닥으로 삼아 다른 금리들을 책정하는 만큼 국채수익률이 떨어지면 기준금리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은행은 연간 80조엔 매입을 목표로 10년물 국채수익률을 제로(0%)까지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시장의 거대한 투자자로 자리 잡은 동시에 ‘가격결정자’ 역할까지 수행하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그동안 채권금리는 일반적인 투자자에 의해 결정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국채수익률을 직접 낮추겠다며 마이너스금리 동결, 나아가 엔화 약세에 압력을 가했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 덴마크, 스위스 등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절하를 추진 중이다. 올해 기준금리를 바꾼 17개국 가운데 금리를 인하한 곳은 15개국에 달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여파로 7~8월 말레이시아, 호주, 영국, 뉴질랜드는 기준금리를 일제히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미국도 낮은 수준의 금리동결을 선언했다.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0.50%로 동결하면서 달러의 통화절하 압력을 높였다. 다음날인 22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46% 하락한 95.56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석달째 동결 중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꾸준히 내리고 정부가 추경을 통해 재정을 투입했지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출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임에도 높은 수준인 원화가치가 금리인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은이 10월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율경쟁,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글로벌 금융시장은 각국의 통화절하 움직임에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는 분위기다. 주요국들은 경기방어를 위해 통화절하에 나서 환율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확대를 추진 중이며 중국 인민은행 또한 지급준비율이나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연준은 연내 금리를 올리더라도 달러 약세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도 공격적인 돈 풀기로 엔화 강세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이너스금리 정책의 실효성이 미미한 상황에도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동원해 엔화가치를 약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유럽은 국가의 재정상태가 약화돼 통화정책 외에는 경기를 부양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 앞으로 통화완화정책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수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신흥국도 선진국의 영향으로 통화완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학에선 국가 간 경쟁적인 통화절하는 상대국의 통화가치를 올려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인근 궁핍화 정책’이라고 부른다. 실제 지난해 3월 유로존이 양적완화 도입으로 기준금리를 0.05%에서 0%로 내리자 일본이 3년 동안 유지해온 양적완화가 수포로 돌아가 엔화가 강세를 띠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환율전쟁을 ‘세계 경제가 공멸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시행할 때 해당국에 적절한지 살피는 것은 물론 다른 국가들과 적절히 공조를 이뤘는지도 봐야 한다. 세계화시대에 글로벌 정책 공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은 지난 9월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회의가 끝나자 변동성이 확대되는 중이다. 지난 9월21일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매입 규모를 유지한다고 결정한 데 이어 다음날인 22일(한국시간)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후 외환시장은 이틀간 술렁였다. 21일 원/엔화 환율은 10원가량 등락을 반복했고 22일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급락했다.
◆올 연말 통화강세는 ‘신흥국’
앞으로 외환시장에서는 한국 원화와 멕시코의 페소가 주도하는 신흥국의 통화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미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강하게 내놓은 만큼 달러의 통화절하가 예고돼 신흥국 통화의 절상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제거됐다는 분석이다.
멕시코의 페소/달러 환율(9월22일)은 0.47% 하락한 19.7186페소에 거래됐다. 러시아의 루블/달러 환율 역시 1.39% 내린 63.8893루블, 브라질의 헤알/달러 환율도 1.49% 밀린 3.2105헤알을 나타냈다.
퀴 가오 스코티아뱅크 분석가는 “신흥국의 내부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까지 더해져 원화·페소를 중심으로 신흥통화에 대한 유동성 수혜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만큼 공격적인 접근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요 선진국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내리기 위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를 도입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중앙은행이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전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일어났던 환율전쟁과 모양새도 다르다. 과거 미국은 주택가격 급락으로 촉발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달러를 시장에 내놓는 재정정책을 구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돈을 풀어도 경기회복이 요원해 금리를 낮춰 통화가치를 내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론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통화가치가 떨어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중앙은행의 국채매입 역시 국채수익률을 떨어뜨려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거둔다. 금융시장에서 국채수익률을 밑바닥으로 삼아 다른 금리들을 책정하는 만큼 국채수익률이 떨어지면 기준금리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은행은 연간 80조엔 매입을 목표로 10년물 국채수익률을 제로(0%)까지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시장의 거대한 투자자로 자리 잡은 동시에 ‘가격결정자’ 역할까지 수행하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그동안 채권금리는 일반적인 투자자에 의해 결정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국채수익률을 직접 낮추겠다며 마이너스금리 동결, 나아가 엔화 약세에 압력을 가했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 덴마크, 스위스 등도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절하를 추진 중이다. 올해 기준금리를 바꾼 17개국 가운데 금리를 인하한 곳은 15개국에 달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여파로 7~8월 말레이시아, 호주, 영국, 뉴질랜드는 기준금리를 일제히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미국도 낮은 수준의 금리동결을 선언했다. 지난 9월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0.50%로 동결하면서 달러의 통화절하 압력을 높였다. 다음날인 22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46% 하락한 95.56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석달째 동결 중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꾸준히 내리고 정부가 추경을 통해 재정을 투입했지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출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임에도 높은 수준인 원화가치가 금리인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한은이 10월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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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경쟁,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글로벌 금융시장은 각국의 통화절하 움직임에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는 분위기다. 주요국들은 경기방어를 위해 통화절하에 나서 환율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확대를 추진 중이며 중국 인민은행 또한 지급준비율이나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연준은 연내 금리를 올리더라도 달러 약세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도 공격적인 돈 풀기로 엔화 강세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이너스금리 정책의 실효성이 미미한 상황에도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동원해 엔화가치를 약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유럽은 국가의 재정상태가 약화돼 통화정책 외에는 경기를 부양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 앞으로 통화완화정책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수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신흥국도 선진국의 영향으로 통화완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학에선 국가 간 경쟁적인 통화절하는 상대국의 통화가치를 올려 이웃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인근 궁핍화 정책’이라고 부른다. 실제 지난해 3월 유로존이 양적완화 도입으로 기준금리를 0.05%에서 0%로 내리자 일본이 3년 동안 유지해온 양적완화가 수포로 돌아가 엔화가 강세를 띠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환율전쟁을 ‘세계 경제가 공멸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시행할 때 해당국에 적절한지 살피는 것은 물론 다른 국가들과 적절히 공조를 이뤘는지도 봐야 한다. 세계화시대에 글로벌 정책 공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은 지난 9월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회의가 끝나자 변동성이 확대되는 중이다. 지난 9월21일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매입 규모를 유지한다고 결정한 데 이어 다음날인 22일(한국시간)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후 외환시장은 이틀간 술렁였다. 21일 원/엔화 환율은 10원가량 등락을 반복했고 22일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급락했다.
◆올 연말 통화강세는 ‘신흥국’
앞으로 외환시장에서는 한국 원화와 멕시코의 페소가 주도하는 신흥국의 통화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미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강하게 내놓은 만큼 달러의 통화절하가 예고돼 신흥국 통화의 절상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제거됐다는 분석이다.
멕시코의 페소/달러 환율(9월22일)은 0.47% 하락한 19.7186페소에 거래됐다. 러시아의 루블/달러 환율 역시 1.39% 내린 63.8893루블, 브라질의 헤알/달러 환율도 1.49% 밀린 3.2105헤알을 나타냈다.
퀴 가오 스코티아뱅크 분석가는 “신흥국의 내부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까지 더해져 원화·페소를 중심으로 신흥통화에 대한 유동성 수혜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만큼 공격적인 접근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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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