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보고서] 선진국은 '근무시간'부터 다르다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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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았던 ‘샐러리맨=안정된 직장’ 공식은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로 촉발된 불황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과거 샐러리맨은 직장에서 ‘안정된 삶’을 누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 불황 한파 속에서 샐러리맨은 이제 불안한 미래를 짊어졌다.
기업의 수명이 짧아진 탓이다.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 출구를 찾기 위해 샐러리맨을 몰아세웠고 과거 이들이 기대했던 종신고용은 시대착오적 용어가 됐다. 기업은 상시 구조조정을 실탄 삼아 샐러리맨을 겨냥했다. 결국 과거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샐러리맨은 ‘효율’을 앞세운 기업의 결단에 안정된 삶을 위협받는 처지로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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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그러나 최근 일부 선진국의 기업들이 효율을 위한 새로운 시도에 나서면서 샐러리맨의 삶에 변화가 일고 있다. 기업은 수익을 높이고 샐러리맨은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 ‘하루 6시간 근무제’와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해 얻은 결실이다. 물론 샐러리맨이 기대했던 안정된 직업의 위치를 되찾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업무효율을 높여 직장에 기여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 건강과 행복을 지키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루 6시간만 근무하면 ‘효율·행복’ 증진
16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는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 일하는 사회를 그리면서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뜻의 ‘유토피아’를 창시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등장했다. 하루 평균 8시간을 일하는 게 일반적인 스웨덴 등에서 6시간 근무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것.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기업들은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추세다.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고 근무시간을 줄이면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된 발상이다. 근무시간이 줄어 국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으니 스웨덴의 샐리리맨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스웨덴에서 하루에 6시간을 근무하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토요타서비스센터는 2003년 직원의 업무시간을 단축했다. 이후 직원의 행복도가 상승하고 회사 수익도 눈에 띄게 오르자 지금까지 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스톡홀름에 있는 유아용게임 애플리케이션회사 필리문더스도 지난해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하루 8시간 동안 일하면 특정업무에 집중하기 어렵고 생각만큼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을 줄였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도 하루 6시간 근무제를 반긴다. 또 예테보리의 한 노인전용시설도 올 초 6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연말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스웨덴의 공공부문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현재까지 유지하는 곳이 많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6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직원의 결근이 크게 줄고 직장 충성도와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건강도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회사의 실적도 오르는 효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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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주 4일 근무, 인재유출 막고 고용 늘리고
회사의 수익과 직원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하루 6시간 근무제 대신 ‘주 4일 근무제’를 선택한 기업도 있다. 미국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은 지난 8월부터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했다.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지만 임금이나 복지혜택은 동일하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도 지난달부터 5800여명의 전직원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역시 이달부터 주 4일 근무제에 동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주 4일 근무가 일반적인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2014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29시간, 33시간이다. 또 독일은 1990년대 초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당시 유럽에 경제위기가 찾아오자 경기침체 극복과 실업률 감소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주 4일 근무제를 선택한 국가의 경우 일하는 시간을 줄여 고용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 또 가사노동과 육아 부담이 큰 여성을 위한 일자리 제공 목적도 포함된다. 시장에서는 아마존에 근무하는 여성직원이 늘어난 것을 주 4일 근무제의 영향으로 풀이한다.
뿐만 아니라 인재유출을 막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야후재팬은 늙거나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회사를 관두는 경우가 발생하자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중장년의 ‘간병 휴직’을 막아 회사 수익과 직원 행복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도입 실패 후 근무시간 늘리려는 프랑스
일본 역시 매달 마지막 금요일 오후 3시 퇴근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에 의해 추진 중이다. 직장인의 금요일 퇴근시간을 앞당겨 소비증가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영국은 지난 4월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6명이 근무시간을 줄이는 게 업무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반대로 경제위기가 찾아와 근무시간을 늘리는 국가도 있어 눈길을 끈다.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제’ 철폐가 담긴 노동법 개정안을 놓고 대립 중이다. 프랑스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따 ‘엘 코므리 법’이라 불리는 이 개정안에는 최장 근무시간을 60시간까지 늘리고 초과근무수당 할증률을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주 35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것은 근무시간을 줄여 최대한 많은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만성적인 경기침체와 투자부진 등으로 실업률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반대개념을 내세웠다. 개정안은 초과근무수당이 늘어나면 기업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이 사례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무조건 기업의 수익과 국민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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