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없이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요.” 예술인 대부분의 마음 아닐까. 인디문화는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예술 그 자체를 추구하겠다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자본은 상업화, 시장성, 수익성의 대명사다. 자본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예술적 갈래를 획일화한다.


그럼에도 인디 예술가에게 자본은 필요하다. 여기서 자본은 음악앨범을 녹음하고 영화와 공연을 제작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인디 예술가가 제작비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크라우드펀딩’은 그런 인디 예술가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예술가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대중들에게 십시일반 투자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인디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자금이 부족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윈-윈’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이런 선순환구조를 만들며 문화산업 발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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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이 투심으로… 내가 키운 ‘콘텐츠’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기부후원형, 대출형, 증권형으로 나뉜다. 문화예술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후원형 방식으로 성장했다.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높은 금전적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창작자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크다. 일종의 ‘팬심’이 새로운 금융기술을 만나 표출된 셈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정보공유가 빨라지면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크라우드펀딩 참여가 느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문화예술관련 크라우드펀딩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 특히 크라우드펀딩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 <귀향>이 개봉 후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영화 <귀향>은 흥행 위주로 제작된 상업영화와 거리가 멀다 보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제작이 중단된 채로 14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영화 의미에 공감한 시민들이 나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고 무려 7만여명이 넘는 투자자가 11억원가량을 모아 제작비를 마련했다.


이에 영화제작사 측은 투자자들에게 영화관람권을 주고 엔딩크레딧에 모든 투자자의 이름을 올리는 등으로 보답했다. 한 투자자는 “크라우드펀딩 참여로 내가 선택한 영화 제작에 힘을 보탠 느낌을 받아 뿌듯하다”는 소감을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제공한다는 만족감, 프로젝트가 완성돼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과 같은 내재적 요인이 투자자를 크라우드펀딩에 참여시킨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의 자금조달은 영화산업뿐 아니라 다른 문화예술업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프로젝트 그룹 ‘옥상거지’는 지난 4월 미국을 횡단하며 느낀 점을 음악과 디자인 콘텐츠로 제작하겠다며 200만원을 목표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150% 초과 달성에 성공했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은 보상으로 미국 횡단 중인 옥상거지와 영상통화하는 기회를 얻었고 공식 SNS와 네이버 뮤지션리그 등을 통해 그들의 버스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유캔스타트는 국내 뮤지션의 공연기회를 늘리고 평일 공연무대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유캔스테이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관람을 원하는 관객이 직접 크라우드펀딩으로 해당 뮤지션의 공연을 후원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총 15개팀 중 3개팀이 진행됐으며 이들 모두 100%를 넘는 펀딩달성률을 기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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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보상, 동시에 누려볼까

문화예술 크라우드펀딩은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온라인펀딩중개업자는 유캔스타트,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펀딩포유 등 14개 업체가 있다.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만든 예술나무, 한류문화인진흥재단 등의 기관에서도 펀딩을 진행한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려면 먼저 관심 있는 분야의 창작자를 찾아 펀딩 계획이 무엇인지,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분석해 적당한 프로젝트를 선정해야 한다. 통상 소액 크라우드펀딩은 각 금액별로 모집자가 보상을 달리 구성한다. 예컨대 3만원을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공연티켓을 주고 5만원을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공연티켓과 함께 기념품도 더 주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문화예술관련 크라우드펀딩시장이 커지면서 직접적인 수익을 보상으로 주는 대출형, 증권형 펀딩도 나왔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700만 관객을 동원해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한 269명의 투자자들이 연 25.6%의 수익을 올린 것이 그 사례다.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지난 1월 시행된 후 약 111억원이 발행됐고 이들 중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사업 분야는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크라우드펀딩이 높은 기대수익률을 제시하는 만큼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금융위는 일반투자자의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연간 총 크라우드펀딩 투자한도를 500만원으로, 동일 발행인 투자한도를 200만원으로 제한했다.

실제 영화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는 개봉 이전에 성공여부를 가늠하기 매우 힘들다. 10편을 제작하면 2~3편이 평균 흥행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저예산 영화의 경우는 흥행여부가 더 불투명하다. 또 일반기업의 공시와 달리 영화는 투자하기 전에 시나리오를 검토하거나 제작 상황을 일일이 보고받을 수 없다. 사전에 영화 내용이 유출될 수도 있어서다.

인디 가수의 앨범제작이나 공연, 신인작가의 전시회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분산투자로 위험을 줄인다면 높은 기대수익과 함께 자신이 선호하는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정환 유캔스타트 대표는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투자는 실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손익분기점이 낮아 투자회수가 빠르다”며 “단순한 후원뿐 아니라 결과에 따라 수익을 얻고 다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