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중국어선 불법조업. 지난 9월 불법조업으로 단속을 받던 중 화재가 발생한 중국어선. /자료사진=뉴시스
환구시보. 중국어선 불법조업. 지난 9월 불법조업으로 단속을 받던 중 화재가 발생한 중국어선. /자료사진=뉴시스

환구시보가 발작과 같은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한국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을 비난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12일(현지시간) ‘중국어선에 포격을 허용한 한국정부는 미쳤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최근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이 우리 해경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도주한 사건을 언급했다. 환구시보는 이후 우리 정부가 발포허용 등 강력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한국 여론이 충동적인데다 포격 허가령까지 내렸다. 이는 한 국가 전체의 집단발작"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현재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설명은 한국 측의 일방적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전제한 뒤, "사건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한국 정부는 인내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어민들 중 일부는 법치 관념이 희박하고 고기 한 마리를 더 잡기 위해, 혹은 아내나 자식에게 고기 몇 마리를 더 팔아 남긴 돈을 가져다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며 불법조업에 나선 중국어민들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한국 해경은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해상 법집행 부대 중 하나가 됐다. 이들은 수시로 헬리콥터를 띄우거나 경계를 넘어 조업을 하는 어민들에 무거운 벌금을 물린다"고 주장했다. 포격허용을 두고도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국이 얼마나 커다란 대가를 치를 지 한국 정부 관료들이 생각은 해봤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 문제를 꺼내며 한중 사이의 외교마찰이라는 더 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사설은 "사드 배치로 한중 상호 신뢰가 약해져 사소한 마찰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오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이다. 세계 90여개 국가에 특파원을 파견하고, 발행부수만 일평균 200만부가 넘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매체다.

한편 지난 7일 오후 3시8분쯤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이 단속을 벌이던 우리 해경 고속단정 1척(4.5톤급)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선원들은 모두 구조됐으나 국민안전처가 해당 사실을 뒤늦게 발표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