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비대면’으로 얼굴 알리는 저축은행
서대웅 기자
7,335
공유하기
핀테크 바람 업고 ‘더 가까이’… 전국구 영업망 구축, 젊은층 유인 '일석이조'
저축은행이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모바일뱅킹으로 영업력을 확장해 수익창출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모바일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는 영업창구 방문 없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신규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계좌개설 전 최초 1회 점포를 방문해야 하는 인터넷뱅킹보다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자사 전산망을 갖춘 대형저축은행은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를 선보였거나 준비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오는 11월11일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 공동전산망을 전격 가동한다. 저축은행업계는 계좌개설뿐 아니라 신규대출과 체크카드 발급 등 대부분의 금융거래에 비대면 인증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몇몇 소형저축은행의 경우 비대면 계좌 해지가 불가능한 점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
/사진=이미지투데이 |
◆비대면 계좌개설, 두 토끼 잡는다
저축은행이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를 확대한 이유는 영업망을 전국으로 확장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전략에서다. 점포확대가 어려운 저축은행이 한정된 영업공간의 제약을 해결해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 최초 1회 창구를 방문해야 하는 인터넷뱅킹과 달리 모바일뱅킹은 점포를 방문하지 않아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어 보다 많은 고객 유인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신저축은행의 앱 ‘스마트뱅크’의 신규가입통장 발급 수는 지난 9월30일 기준 900좌수에 달한다. 시행 첫달인 4월 35좌수에 그쳤으나 이후 꾸준히 신규발급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 8월엔 한달 동안 332좌수가 신규고객으로 유입되기도 했다.
지난 10월13일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로 개설 가능한 입출금통장 ‘올비’를 선보인 KB저축은행은 서울·인천·경기 지역을 영업기반으로 5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가입자 수는 수도권 외 지역의 고객이 절반 정도”라며 “내방하고 싶어도 못 오는 고객이 비대면 실명인증으로 거래한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는 핀테크에 익숙한 젊은 고객층을 유인하는 데도 유리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저축은행 ‘스마트뱅크’의 연령대별 가입비율을 보면 지난 9월30일 기준 ▲20대 21.49% ▲30대 36.13% ▲40대 28.69%다. 2030세대의 가입비율이 60%에 달한다. KB저축은행 관계자도 “전체 가입자 중 20~40대가 90%에 달하며 2030세대는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귀띔했다.
대형저축은행도 연내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서비스를 위한 자체 전산망을 개발 중이며 올해 안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K저축은행 관계자도 “저축은행중앙회의 비대면 인증서비스 시행 시기에 맞춰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인증 공동전산망’ 가동
저축은행중앙회도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중앙회는 오는 11월11일 비대면 계좌개설을 위한 공동전산망을 전격 가동할 계획이다. 이로써 자체 전산망이 없는 중소형저축은행도 비대면 인증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중소형저축은행은 전산망을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 이 서비스를 시행하기가 어려웠다. 중앙회 공동전산망을 이용하는 저축은행은 자산규모별로 차등해 N분의1씩 사용료를 내면 된다.
전국의 중소저축은행들은 중앙회 공동전산망 구축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SBI는 물론 대신, KB 등 자체 전산망을 쓰는 대형저축은행 10개사를 제외한 저축은행 69개사 가운데 61개사가 이번 중앙회 비대면 인증 공동전산망사업에 참여했다.
대구에서 점포 2개를 운영 중인 드림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를 하고 싶어도 비용이 부담이었다”며 비대면 거래서비스 공동개발에 참여한 배경을 설명했다.
중소형저축은행이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를 시행하려는 배경은 대형저축은행의 의도와 사뭇 다르다. 전국의 고객을 유인해 수익 창출을 꾀하는 대형저축은행과 달리 중소형저축은행의 경우 모바일뱅킹을 필요로 하는 금융소비자 니즈를 충족하려는 목적이 크다.
경북 포항과 경주에 각각 1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대원저축은행과 광주에서 단일점포만 운영하는 센트럴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관리 차원”이라며 “단순히 고객유치로 실적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다”고 공통된 입장을 전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 같은 비대면 인증시스템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 분야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계좌개설뿐만 아니라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대출, 체크카드 발급 등 모든 금융거래에 비대면 인증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
KB저축은행 비대면개설통장 올비 출시. /사진제공=KB저축은행 |
◆자산건전성, 꾸준히 관리해야
한편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는 소형저축은행의 경우 계좌 해지를 비대면으로 할 수 없어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예상된다.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는 고객의 신분증을 스캔해 이메일로 중앙회에 송부하면 휴대폰 인증, 고객의 다른 은행계좌에서 출금 등의 절차로 신분을 확인한다. 그러나 계좌 해지는 인터넷뱅킹에서 해야 하므로 인터넷뱅킹이 구축되지 않은 곳에서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해당 저축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또한 중소형저축은행의 수신액이 증가하면 자산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부산·경남 지역의 솔브레인저축은행은 “소형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액이 많아지면 오히려 곤란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예대마진을 남기기 위해선 증가한 수신액만큼 대출액을 늘려야 하는데 이때 자산건정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영업권역을 초월해 자금을 조달하는 대형저축은행과 달리 소형저축은행은 한두개 점포에서 2000억~3000억원 정도만 조달해도 회사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영업확대를 위해 대출을 늘리다 보면 경기사이클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류 연구원은 “저축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서비스가 장기적으로 활성화되겠지만 이를 통해 수신액이 급격히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