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울고 웃는 '감자칩 삼국지'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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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 맛과 함께 바삭한 식감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사랑받는 감자칩이 국내 ‘혼술’(홀로 즐기는 술) 열풍을 타고 제과업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생감자칩시장은 지난 2013년 1600억원에서 지난해 2500억원으로 급등했으며 올해도 27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될 만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감자칩은 제과업계 ‘효자제품’이었지만 최근에는 ‘짜왕맛 감자칩, 김치찌개맛 감자칩’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출시되며 효자를 넘어 주력상품군으로 커가는 추세다. 국내 감자칩시장을 삼분한 오리온, 농심, 해태제과의 시장전략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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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정훈 기자 |
◆오리온, ‘견고한 감자칩 왕조’
오리온은 26년간 사랑받아온 포카칩시리즈로 꾸준히 매출을 올려 왔다. 흔히 오리온의 대표상품으로 초코파이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회사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은 포카칩이다. 포카칩은 1988년 출시된 이래 2012년 감자칩 최초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연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의 감자칩 라인업이 포카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출시한 신제품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윙칩 간장치킨맛'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판매 1000만개, 누적매출액 120억원을 달성했으며, '포카칩 구운김맛'은 출시 6주 만에 누적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8월에는 파격적인(?) 감자칩도 출시했다. 오리온은 GS리테일의 인기PB상품 '오모리김치찌개'와 ‘스윙칩’의 콜라보를 통해 '스윙칩 오모리김치찌개맛' 감자칩을 내놨다.
이 제품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발한 감자칩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오리온과 GS리테일은 판매데이터를 통해 오리온 감자칩을 구매한 고객 중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을 구매한 적 있는 고객 비율이 23.3%로 비교적 높다는 점을 고려, 아예 두 제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감자칩을 출시했다.
또한 오리온은 한때 감자칩업계를 강타한 '질소과자' 논란을 타개하기 위해 포장재를 줄이고, 제품 중량을 10% 늘리는 등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농심, 수미칩 부진 ‘군것질’로 만회할까
전체 스낵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인 농심은 오리온의 감자칩 왕좌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대표제품인 ‘수미칩’의 매출하락세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의 품목별 소매점 매출에 따르면 수미칩의 소매점 매출액은 올 2분기 45억3400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125억3200만원)보다 67%가량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허니열풍 속 국내 스낵시장을 평정했던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는 올해 허니맛 과자 열기가 식으며 판매량도 동반 하락했다.
농심은 신제품 ‘감자군것질’로 수미칩의 매출하락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출시된 감자군것질은 바삭한 식감과 소리가 극대화될 수 있는 1.4㎜ 두께가 특징으로 수미칩에 사용됐던 국내 유일의 연속식 저온진공기술을 적용했다. 영양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더욱 바삭해지도록 감자칩을 개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각오다.
농심은 기존 인기제품 ‘포테토칩’을 활용한 이색제품도 출시했다. 자사 라면제품인 ‘짜왕’과 ‘맛짬뽕’을 포테토칩과 결합, ‘포테토칩 짜왕맛’, ‘맛짬뽕맛’ 등을 내놨으며 올해 식품·외식업계에 분 바나나 열풍을 감자칩에 적용한 제품 '포테토칩 바나나킥맛'도 출시했다. 이 제품라인업은 '대박'은 아니지만 틈새시장을 적절히 공략하며 늘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감자칩은 첨가하는 양념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변화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라면서 "새로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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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포카칩,허니더블칩,감자 군것질. /사진제공=각사 |
◆해태제과 '허니' 사랑은 계속된다
2014년 하반기 감자칩시장을 강타한 '허니버터칩'은 한때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해 온라인상에서 봉지당 가격이 몇십배로 뛰는 등 없어서 못 팔던 과자였다. 특히 허니버터칩의 유행과 함께 식품업계에는 '허니버터맛'이 대세로 떠올랐으며 감자칩시장도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허니 열풍이 급속히 식으며 소비자 사이에서 '허니버터칩 인기는 옛말'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언론도 허니버터칩의 매출이 반토막을 기록했다며 '꼬꼬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실제 허니버터칩의 매출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의 올 2분기 기준 매출은 142억6500만원이다. 지난 1분기에는 127억9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감자스낵 매출 상위제품 중 2위의 기록이다. 1위는 오리온 포카칩(174억2400만원)이 차지했으며 3위는 한국프링글스 프링글스(140억5400만원), 4위는 오리온 스윙칩(75억2400만원)이다.
물론 FIS는 소매점 매출을 기준으로 잡아 실제 매출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지난 5월 문막공장 증설 당시 해태제과가 자신했던 매출인 1400억원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2분기 시장 매출 2위를 기록한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식었다고 표현하기도 어렵다.
해태제과는 또 다른 허니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해태제과는 기존 감자칩보다 두꺼운 두께의 감자칩 '허니더블칩'을 출시했다. 허니맛 과자의 인기를 이어갈 해태제과의 새로운 야심작인 셈.
해태제과 관계자는 “허니맛 과자 열풍이 식었다고 평가하긴 무리가 있다”면서 “허니더블칩의 경우 해태로(홍대와 동대문에 위치한 해태제과숍)의 안테나숍을 통해 나온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 만든 제품이다. 허니버터칩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제품으로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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