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인 주부 김씨는 최근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고민이 커졌다. 아파트값이 앞으로 몇년 동안 떨어질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뜻 집을 사기가 쉽지 않아서다. 김씨는 “투자목적이 아니더라도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전세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11·3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의 청약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정부는 투기과열이 심한 지역을 지정해 분양권 전매를 아예 금지하거나 제한기간을 연장했다. 청약 1순위와 재당첨 제한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세도 멈췄다.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11월 첫째주 서울 재건축아파트값은 8개월 반만에 하락전환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광풍을 일으킨 서울 재건축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정부의 규제 의지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내집 마련을 준비 중인 실수요자로서는 당장 주택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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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 기회 확대

집값 상승세가 주춤할 전망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이 더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수요가 줄면서 가격거품이 해소될 수 있어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투기수요의 당첨기회가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면서 무주택자의 분양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시중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투자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이번 부동산대책은 일부지역으로 규제가 국한돼 투자심리 자체를 꺾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형석 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부교수는 “실물경제가 좋지 않음에도 현재 금리가 낮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도심의 소형아파트 등 일부상품은 투자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재고아파트 가치 상승


하지만 청약규제가 강화되는 지역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은행대출이 부동산대책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그동안 아파트분양권에 수천만~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으면 되파는 일이 가능했기 때문에 은행이 별도의 소득심사 없이 집단대출을 해줬고 적은 계약금만 있어도 청약이 가능했다. 그러나 분양권에 프리미엄을 얹어 되파는 것이 어려워지면 은행은 차주의 상환능력과 소득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11·3 대책 전 8·25 대책 이후에도 은행의 중도금대출 보증건수는 1인당 4건에서 2건으로 축소됐다.

여기에 연말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한국은행도 뒤따라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이자부담도 늘어난다. 심형석 부교수는 “내년 부동산시장도 지금과 같은 호황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한 가운데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더라도 한국은행은 시차를 두고 적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1·3 부동산대책 이후 새 아파트가 아닌 재고아파트로 풍선효과가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아파트가 전체의 28.2%를 차지한다. 재건축 가능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되면서 수도권 1기 신도시의 경우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가 등장했다. 한편 재고아파트는 이번 부동산대책의 영향을 덜 받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률이 2주 연속 줄었으나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11월 첫째주 0.06% 올랐다. 서울 재건축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한 것과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