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이랜드 티니위니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 모습./사진=이랜드 제공
지난달 2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이랜드 티니위니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 모습./사진=이랜드 제공
그룹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티니위니’를 매각한 이랜드그룹이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브랜드와 자사 통합 PB상품으로 사업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랜드는 패션, 잡화, 리빙 등 전 사업 영역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티니위니 공백을 훌륭히 메꾸고 있다.

지난 9월 이랜드는 자사 패션브랜드 ‘티니위니’의 중국사업을 중국 패션업체 브이그라스(V·GRASS)에 1조원에 매각했다.

중국 내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등 1만3000여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던 티니위니는 지난해 매출 4218억원, 영업이익 1120억원을 올릴 정도로 이랜드의 ‘알짜배기’ 패션사업군이었다. 당초 이랜드는 티니위니의 희망매각가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잡았지만 최종적으로 1조원에 매각이 결정돼 아쉬움을 삼켰다.


그동안 과도한 부채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던 이랜드는 티니위니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상당부분 줄여 유동성 위기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반면 영업이익만 1000억원에 달하던 티니위니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패션사업은 사실상 이랜드그룹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핵심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이랜드 전체 매출에서 국내·외 패션사업은 5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랜드는 티니위니의 매각에 따른 매출 공백을 기존 패션사업과 글로벌 SPA사업으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파오·미쏘·슈펜 SPA브랜드 순항

이랜드의 SPA브랜드는 순항 중이다. 지난 2009년 SPA시장에 진출한 ‘스파오’(SPAO)는 박성수 회장의 야심찬 계획 아래 디자인, 물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브랜드로 탄탄한 유통망과 매장 운영 노하우에 힘입어 론칭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 규모도 2013년 약 1400억원에서 2014년 2000억원, 지난해 240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랜드는 현재 88개 스파오 매장을 운영 중이며 중국에서만 20개 매장을 열었다. 또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에도 플래그십 매장을 열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성층을 겨냥한 SPA브랜드 ‘미쏘’도 합리적인 가격대와 1만5000여개의 다양한 스타일로 론칭 3년여 만에 1000억원대 브랜드로 진입했다.


뉴코아 씨티몰 성도점 오픈 사진./사진=이랜드 제공
뉴코아 씨티몰 성도점 오픈 사진./사진=이랜드 제공
이외에도 SPA브랜드를 세분화한 신발 브랜드 ‘슈펜’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44%, 72% 성장했으며 현재 국내 43개 매장을 비롯해 중국,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했다.

생활 SPA브랜드 ‘버터’도 지난 9월까지 매출이 176% 급증했으며 앞으로 매장을 2배 이상 늘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사실 SPA브랜드를 제외하고도 이랜드의 중국패션사업 매출은 국내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뉴발란스는 지난해 기준 5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으며 플로리, 로엠, 스코필드 등의 브랜드들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앞으로 이랜드는 자사의 강점인 유통분야를 최대한 활용, 중국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달 29일에는 중국 성도에 유통 2호점인 ‘뉴코아 씨티몰 성도점’을 선보였고 내년 1월까지 추가로 6개의 쇼핑몰을 잇따라 오픈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1호점 출점 이후 중국 유통 대기업들과 추가 매장 오픈에 대한 협상을 이어왔다”면서 “기존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던 백화점을 리뉴얼해서 출점하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유통’ 강점 활용해 글로벌 시장 노린다


이랜드는 통합 PB시장도 진출했다. 지난 9월 이랜드는 통합 자체브랜드(PB) ‘E∙상품’을 출시, 국내외 SPA브랜드보다 평균 30% 가량 단가를 낮춰 판매 중이다.

이랜드리테일의 통합PB상품 애디바디_E웜업./사진=이랜드 제공
이랜드리테일의 통합PB상품 애디바디_E웜업./사진=이랜드 제공
E∙상품은 ‘이랜드리테일’의 전문 MD 200여명이 지난 1년간 연구해온 자체브랜드로 세계 최대 섬유공장인 베트남 탕콤과 인도 무드라 등 자가 공장을 비롯한 9개국 공급처를 통해 국내·외 SPA브랜드 상품보다 평균 30% 저렴한 상품을 들여온다. 패션뿐만 아니라 리빙∙잡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매달 시즌과 트렌드에 맞게 상품들이 출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패션업계에서 유통업체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보유한 백화점·쇼핑몰 등의 매장들을 자체 브랜드의 매장으로 바꿔 대량 출점 및 생산 체제를 용이하게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와 유통으로 이어지는 유통 단계를 절감해 저비용 구조를 확립, 자체 PB브랜드 출시도 유리한 편”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의 최대 강점은 ‘패션’과 ‘유통’ 분야”라면서 “올해부터 시작한 중국 유통사업과 글로벌 SPA 확장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