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몰, '제2의 스타필드' 될 수 있을까  

국내 복합쇼핑몰의 원조격인 코엑스몰이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다시 태어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8일 삼성동 코엑스몰 및 칼트몰 임차운영사업자 선정 최종계약을 체결, 코엑스몰의 경영을 10년간 맡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을 성공리에 오픈하는 등 올 들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코엑스몰-스타필드 하남'으로 이어지는 강남벨트 구축의 마지막 퍼즐인 코엑스몰 임차경영권을 획득, 잠실 ‘롯데타운’에 버금가는 강남 ‘신세계타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리뉴얼 이후 무너진 코엑스의 명성을 과연 신세계는 되찾을 수 있을까.


코엑스몰 상인연합회가 임대료 현실화 요구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코엑스몰 상인연합회가 임대료 현실화 요구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신세계 “안정운영 가능하다” 현대·애경 “글쎄...”

지난 2013년 리모델링에 들어간 코엑스몰은 3000억원을 들여 1년 8개월간 새단장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장기간 공사를 진행한 탓에 기존 고객의 이탈이 이어지며 강남쇼핑의 핫플레이스 자리에서 조금 밀려난 분위기다. 그사이 코엑스에 버금가는 대형쇼핑몰들이 하나둘 생겨 고객이탈을 가속화했다. 앞으로 코엑스몰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현대백화점과 애경그룹이 지난 7월 본입찰 때 우선협상대상자 신청을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기업은 신세계와 함께 코엑스몰 임차운영사업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종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신세계도 자신없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7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8월16일까지 실사와 추가협상을 마치겠다고 공언했으나 당초 예상보다 2개월이나 늦춰진 지난달 말에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신세계 측은 스타필드 하남 오픈준비와 맞물려 협상이 지연됐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코엑스몰 운영을 놓고 막판까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고심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신세계프라퍼티(신세계부동산관리회사)가 이번 입찰에서 제시한 최저이익보장금액(MRG)은 600억원대에 달한다. 입점된 매장들의 임대료로 수익을 내야 하는 코엑스몰의 지난해 임대 수익은 500억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짜리 계약임을 감안하면 총 1000억원의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10여년간 코엑스몰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현대백화점이 입찰을 포기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신세계 측은 "코엑스몰 실사 결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코엑스몰 임대수입 530억원은 코엑스몰만의 최소보장 임대료를 산정한 것"이라며 "칼트몰을 합친 실제 예상임대수입은 올해 기준 약 660억원 수준으로 안정적인 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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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임대료·동선MD 문제로 ‘부글부글’


문제는 상인들이 들끓고 있다는 것. 리뉴얼 오픈 전 고가의 임대료로 계약한 상인들은 리뉴얼 오픈 후 고객발길이 '뚝' 끊기자 무역협회가 무책임한 계약을 진행했다고 반발했다.


코엑스몰은 위탁운영자가 매년 600억원 이상을 무역협회에 수수료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코엑스몰이 걷어들인 임대수익은 500억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엑스몰 상인들은 매출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내야 하는 현재 계약구조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다.

코엑스몰에서 2010년부터 의류매장을 운영해 온 한 상인은 "쇼핑매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MD구성을 통해 쇼핑몰 동선을 어떻게 만드느냐다. 하지만 고객은 코엑스몰의 광대한 크기 안에서 메인스트리트가 5개나 되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헤매기 일쑤다"면서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시선은 무역협회에서 임차운영권을 획득한 신세계 측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코엑스몰 상인연합회는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신세계 측에 임대료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코엑스몰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고객 발길이 절반 이상 끊긴 상황에서 리뉴얼 오픈 전 계약한 임대료를 계속 부담하긴 힘들다”면서 “지금도 일부 매장들이 높은 임대료를 못견디고 코엑스몰을 떠나는 상황이다.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코엑스몰 매장 중에는 매출보다 임대료가 높은 곳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대화를 통해 상인 개개인별 임대료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세계 측 관계자는 “상인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해 그들이 주장하는 임대료 현실화 방안을 함께 맞춰나갈 계획”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무역협회로부터 관련자료가 이관되는 대로 실행에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상인들이 주장하는 임대료 조정은 결국 인하다. 신세계는 당초 예상임대수익을 660억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임대료 인하는 결국 임대수입 하락으로 이어져 적자구조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안정적인 운영은 먼나라 얘기가 될 수 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내년 초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무역협회와 공동으로 다양한 명소화 계획을 추진함은 물론, 코엑스몰로 2000만 신세계포인트 회원들의 사용처를 확대해 몰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엑스가 쇼핑명소로서의 매력을 이미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박람회를 통해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지만 쇼핑으로의 연계성이 약한 편"이라며 "과거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메가박스는 명성을 떨쳤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콘텐츠면에서 인근 잠실 제2롯데월드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신세계가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이름을 바꾸는 등 기존 이미지를 지우고 자사가 보유한 유통망과 복합쇼핑몰 운영 노하우를 잘 버무린다면 새로운 명소로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