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디젤의 누명' 주장하는 수입차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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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충식 KAIST 교수. /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
지난해 하반기 자동차업계를 뜨겁게 달군 ‘폭스바겐 게이트’가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바꿔놨다. 특히 수입차시장이 크게 변했다. 폭스바겐 산하의 아우디와 폭스바겐 모델 대부분이 판매금지되며 다른 브랜드의 디젤차에도 불신의 눈초리가 번졌다. 소비자들은 가솔린차나 친환경차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불과 1년만에 ‘클린디젤’이란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디젤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을 내뿜는 ‘괴물’로 여겨진다. 머지않아 모든 자동차는 전기로만 움직이는 ‘친환경차’로 변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도 생겼다.
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0월 판매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49.5%(1만196대)였다. 8596대가 팔린 가솔린차가 디젤차를 맹추격했고 하이브리드카(1780대), 전기자동차(40대)가 뒤를 이었다. 수입차 판매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밑돈 것은 2012년 7월 이후 51개월 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KAIDA는 제1회 오토모티브 포럼을 개최, ‘디젤자동차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재희 KAIDA 회장은 “올 한해 자동차 시장은 기술적, 윤리적, 산업성장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흐름을 파악해 미래 자동차시장의 방향성을 전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 폭스바겐 게이트는 ‘부작용’
“자동차업계는 다양한 배출가스 완화장치로 클린디젤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전체 디젤이 누명을 썼다고 생각합니다.”이날 포럼의 진행을 맡은 전광민 연세대 교수의 말이다.
발표자로 나선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도 비슷한 맥락으로 발언했다. 그는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 엔진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친환경 디젤엔진 기술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형성됐다"며 "디젤 엔진이 환경 규제에 맞추려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연비 손상이 있어서 그걸 피해 보려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게 '디젤 게이트'인데, 부작용만 보고 본질을 잘못 이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디젤은 현존하는 연료 중 제동열효율(BTE)이 가장 높은 연료다. BTE는 연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가 활용 가능한 유효 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이다. 디젤은 BTE가 평균 43%로 나타났지만 가솔린의 경우 38%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유럽연합(EU)에서는 BTE를 50% 이상으로 높이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특히 스웨덴은 BTE 60% 달성을 위한 신연소 프로그램을 국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배 교수는 "디젤을 이용한 엔진 기술은 여전히 수송 분야 에너지 기술 중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기술이며, 고효율·저배기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유망한 친환경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의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도 30년 이상 디젤 엔진이 다양한 에너지 기술의 중추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두가 전기차를 친환경차라고 말하지만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 내연기관은 주요 동력원으로 존재할 것이고, 가솔린이 존재하는 한 디젤 또한 공존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독일 다임러AG와 프랑스 PSA그룹 측이 참여해 각사의 디젤 기술을 소개했다. 패트리스 마레즈 PSA그룹 부사장은 "디젤은 가솔린에 비해 25% 가량 적게 연료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적다"고 강조했다. 가솔린에 비해 더 높은 온도에서 더 완전히 연소하는 디젤의 특성상 NOx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CO2배출량이 낮다는 장점을 배제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PSA그룹은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를 적극 적용해 NOx 배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20년 도입될 유로 6d의 기준을 이미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 루에커트 다임러 AG 디젤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은 “다임러는 실도로조건(RDE)인증에서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디젤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며 “전체 엔진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OM654 4기통 디젤 엔진은 계단식 피스톤 설계와 다방면의 배출가스재순환(EGR) 시스템을 통해 이에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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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와다 마사노부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 전 상무, 패트리스 마레즈 PSA 그룹 부사장, 배충식 KAIST 교수, 전광민 연세대학교 교수, 피터 루에커트 다임러AG 디젤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 클라우스 란트 부사장, 옌스 프란츠 책임연구원 /사진=한국수입자동차협회 |
◆ 감정적 규제는 자해행위… 디젤에도 공평한 기회달라
배 교수는 최근 디젤차 저공해차 인증기준을 강화한 정부 정책의 방향이 옳지 않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디젤에 가솔린과 같은 수준의 NOx배출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매우 감정적인 규제라고 본다”며 “국가 경제 차원에서 거의 자해하는 수준으로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제는 기술발전이 따라갈 수 있는 만큼 진행돼야하며, 대안없는 규제가 나와서는 안된다”며 “현재 회의적 환경주의가 주도하는 규제는 디젤을 매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를 수입해와서 가솔린만 사용하고 디젤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버리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패널들은 디젤차량이 가솔린 하이브리드보다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디젤은 현재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있고, 환경측면에서 유일한 단점인 NOx의 배출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왔다는 것.
다만 저감을 위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디젤의 공통적인 문제로 꼽았다. 와다 마사노부 일본자동차수입조합 전 상무는 “일본의 경우 정부 정책을 기반으로 하이브리드가 경쟁우위를 가져가고 있다”며 “비용이 같다면 경쟁이 되겠지만 이런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디젤이 가솔린 하이브리드보다 CO2 배출 측면에서 우월한 성능을 보이는 만큼 정책 역시 동등하게 부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디젤 하이브리드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됐다. 가솔린엔진과 모터가 아닌 디젤엔진과 모터가 결합된 형태를 말한다. 패널들은 도심에서는 모터로 주행하고 고속도로에서 디젤로 주행한다면 현재의 가솔린 하이브리드보다 훨씬 이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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