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잠실 새 야구장, '천장' 막을까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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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장점 많지만 ‘고척돔 교훈’… 신축 앞두고 설왕설래
88올림픽의 메카였던 서울 송파구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옆 보조경기장 부지에 들어설 신축 야구장 형태를 두고 각각 돔구장과 개방형으로 지어야 한다는 격론이 한창이다. 당초 서울시는 오는 2025년까지 한강변으로 자리를 옮겨 신축할 예정인 잠실야구장을 기존 2만6000여석에서 3만5000여석으로 늘린 국내 최대 개방형 야구장으로 신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 돔구장을 지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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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린 잠실야구장을 정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한축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가 오는 2025년까지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한 축으로 개발된다. 서울시는 이곳을 2025년까지 전시·컨벤션·스포츠·엔터테인먼트·수변 문화여가가 어우러진 글로벌 마이스(MICE)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와 16개사가 참여하는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 ‘글로벌복합마이스 주식회사(가칭)’가 지난 10월14일 ‘잠실운동장 일대 스포츠·마이스 인프라 건립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하며 계획 실행에 힘을 보탰다.
컨소시엄은 서울시가 밝힌 기본계획을 토대로 잠실운동장 일대를 ‘대한민국 문화·체육 육성과 더불어 마이스를 통한 한국경제 재점화의 시발점’인 일명 ‘올림픽 트레이드 파크’로 조성하겠다고 제안했다. 총 사업비 2조4918억원이 전액 민자로 투입될 계획이다.
세부 제안내용에는 대상지 33만4605㎡에 ▲전시·컨벤션(전용 12만㎡ 규모) ▲야구장(3만5000석 규모) ▲스포츠컴플렉스(1만1000석 규모) ▲마리나·수영장 ▲업무시설(70층) ▲숙박시설(특급·비즈니스 호텔 각 600실 규모) ▲문화·상업시설 등의 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컨소시엄은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이 완료되면 연평균 약 1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약 9만여개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야구장 건립 방안이다. 현재는 신축 야구장을 개방형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과 돔구장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두 형태는 건축비 절감과 활용성 방안에서 각각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날씨·소음 영향, 건축·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도 지녀 결정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방형에 맞선 돔구장 추진론
당초 서울시는 신축 야구장을 한강 조망이 가능한 3만5000석 규모의 수변 개방형으로 계획했다.
구체적인 모델은 샌프란시스코 해변에 지어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AT&T파크다. 바다와 야구장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메이저리그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야구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돔구장의 필요성을 제기해 서울시 신축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돔구장을 건설하면 눈·비·바람 등 날씨 영향 없이 경기를 진행할 수 있고 야구경기가 없는 날에는 콘서트 등을 개최해 활용성을 높이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서울시가 잠실운동장 일대에 추진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 건설 계획과도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특히 돔구장이 비시즌인 겨울철 치러지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국제대회 유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소음과 조명으로 인한 인근 아파트 거주민들의 피해 가능성을 줄인다는 점도 더해졌다.
지난 2일 이 같은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 동남권사업단 관계자는 “당초 개방형으로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계획을 좀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의견 수렴 자리를 마련했다”며 “착공 및 완공 시점까지 아직 10년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내년에도 토론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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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카이돔 내부. /사진=뉴시스 DB |
◆고척스카이돔 실패의 교훈
돔구장이냐 개방형이냐를 놓고 토론회까지 진행됐지만 마땅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동남권사업단 관계자는 “지난 토론회는 해답을 얻는 자리라기보다 계획 추진을 위한 각계 의견 수렴하는데 의의를 뒀다”고 설명했다.
개방형과 돔구장 의견이 나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차이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가 배포한 잠실 일대 개발계획 자료에 따르면 3만5000석 규모의 개방형 야구장을 지을 경우 약 2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1년 운영비는 약 50억원이 들어간다.
반면 같은 크기의 돔구장을 지으면 건립비용은 약 4000억원, 1년 운영비는 100억원(1만700석의 고척돔 올 운영비는 75억원)이 소요된다.
특히 두 방안 모두 비용과 관련된 문제점이 있다. 최신식 구장인 만큼 건립 과정에 들어가는 수천억원의 비용을 조달하는 과정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 있고 추가 비용 발생 우려도 있다. 또 완공 뒤에 들어갈 고정비용도 만만치 않아 마땅한 수익 창출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적자에 허덕일 수 있다.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대표 사례도 있다. 바로 지난해 11월 개장한 고척스카이돔.
이곳은 국내 최초 돔구장이지만 협소한 부지와 상습 교통체증 구간의 한복판에 지어진 탓에 각종 오명을 뒤집어썼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건설 과정에서 추가비용 발생도 컸다.
또 지하푸드몰은 구조상 관객 접근성이 떨어져 매출이 낮았다. 여기에 운영업체와 점주가 수익배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 최근 영업중단 사태를 맞았다.
수익구조도 단순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악의 돔구장으로 평가받는다. 잠실 신축 야구장 건립 시 있어 고척스카이돔 실패 사례를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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