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항공여객 1억명' 빛과 그늘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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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나라의 연간 항공이용객이 1억명을 넘어섰다. 1948년 민간항공기가 최초로 취항한 이후 68년 만에 세운 대기록이다. 연간 항공이용객이 1000만명을 넘긴 건 1987년(1056만명)이었고, 5000만명을 태우기까지 무려 20년(2007년 5732만명)이 걸렸다. 이후 1억명을 넘어서는 데는 불과 9년(2016년 1억379명)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폭풍성장’에는 ‘성장통’이 뒤따랐다. 시장의 질적성장보다 양적성장 속도가 더 빨라 많은 문제를 낳은 것. 이른바 VIP 승객의 ‘갑질’이 도를 넘어섰고 항공기를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 갑자기 늘며 온갖 해프닝도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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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대한항공 뉴 이코노미. /사진제공=대한항공, 아시아나 안전훈련.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
◆국내 항공시장 급성장 배경은
국내 항공시장의 성장은 국제선이 이끌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국내선 7.9%, 국제선 12.0%다. 1970년대는 국제선, 1980년대는 국내선, 2000년대 이후에는 다시 국제선여객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16년 국제선 이용객은 약 7296만명으로 국내선의 2배 이상이다. 현재 53개 국가·177개 도시·387개 노선에 92개 항공사(국적사 9개, 외항사 83개)가 취항 중이다. 국제여객은 1990년부터 2000년 사이 연평균 약 7%대 성장을 기록했고 2010년 이후 성장률은 10.5%로 더 높아졌다. 국적 저비용항공사(57.1%)와 외항사(11.6%)의 성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국내외적 환경변화로 1970년 약 132만명에 불과하던 이용자가 무려 80배나 증가했다. 2016년 11월 누계 기준 전년 대비 증가율은 16.6%에 달했다. 국토교통부는 연간 항공여객 1억명 기록은 여러 정책과 환경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했다.
그동안 정부는 항공자유화·인천공항 경쟁력 강화·지방공항 활성화 추진·저비용항공사 안전 및 경쟁력 강화방안 등을 시행해 발전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저유가와 여행수요 증가 등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조성되며 LCC의 운항이 늘었고 대형항공사(FSC)의 전략적 사업운영이 더해지며 결실을 맺었다.
◆부족해진 항공인프라
우리나라의 대표공항인 인천공항의 연간 국제여객은 50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연간 항공여객 중 절반이 이곳을 이용한 것이다. 연간 이용객 5000만명을 넘은 공항은 전세계에 8곳뿐이다.
국내선은 2016년 기준 제주노선 점유율이 86.0%에 달해 2652만명이 제주공항을 이용했다. 2000년 제주노선은 38.3%(863만명)였고 내륙노선이 61.7%(1389만명)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KTX 등 대체교통수단이 생기고 LCC가 등장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이처럼 특정 공항에 수요가 몰리자 잦은 항공지연과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항공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기 전까지 기존 인프라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인천공항은 2017년 말이면 3단계 건설사업이 끝나 제2여객터미널이 문을 연다. 연간 수용능력은 7200만명까지 늘어난다. 제주공항은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제2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며 개항 전 1·2단계 단기대책도 마련했다.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는 김해 신공항은 2017년 초 국제선터미널 확장공사에 들어간다. 아울러 여객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해 2018년까지 체크인카운터와 셀프체크인시스템을 증설할 계획이다.
항공 소프트웨어도 개선한다. 항공교통량을 분산하고 안정적 관제업무제공과 효율적 흐름관리를 위해 2017년 8월 제2항공교통센터 및 항공교통통제센터를 연다. 또 최근 급증하는 항공교통량에 대비해 중국·동남아 등 혼잡항공로의 복선화를 추진한다.
항공 소프트웨어도 개선한다. 항공교통량을 분산하고 안정적 관제업무제공과 효율적 흐름관리를 위해 2017년 8월 제2항공교통센터 및 항공교통통제센터를 연다. 또 최근 급증하는 항공교통량에 대비해 중국·동남아 등 혼잡항공로의 복선화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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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에어아시아. /사진제공=에어아시아, 대한항공 인천공항 카운터. /사진제공=대한항공 |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블랙리스트’
얼마 전 대한항공 탑승객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유명가수 리처드 막스가 이를 진압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 화제가 됐다. 당시 막스는 항공승무원이 난동을 부리는 이 승객을 제때 제압하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대한항공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승무원이 해당 승객을 제압했고 다른 승객의 안전이 우려돼 테이저건(전기충격총)을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전에도 난동을 부린 적이 있는 이 승객은 공항에 내린 뒤에도 경찰에 연행되지 않고 바로 귀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911테러 이후 다양한 형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을 겪으면서도 보안관리를 강화했다. 최근 급성장 중인 중국은 항공기에서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잦아지자 주요 항공사가 연합해 해당 승객의 서비스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사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관리나 정보공유를 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진상고객’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보유하지만 대외적으론 비밀에 부치는 게 일반적이다.
항공사들이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항공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승객 중 ‘VIP’가 많고 이들은 주로 한 항공사만 이용하는 습성을 보인다. 다른 항공사와 정보를 공유하는 건 VIP의 신상을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민감한 문제다.
‘소수의 인권보호’냐, ‘다수의 안전’이냐를 둘러싼 딜레마는 항공업계의 깊은 고민거리다. 은행권에서 개인의 신용정보를 공유하듯 항공업계도 불량승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항공업체는 먼저 정부가 나서 정보공유제도를 만들면 따르겠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국민의 정보를 업체가 공유하는 제도를 만들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항공여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관련법과 처벌수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항공업체 관계자는 “항공기는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가 적용되는 독특한 공간이어서 비싼 좌석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 대접받길 원한다”면서 “무엇보다 항공승무원은 단순히 시중을 드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의 보안관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항공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항공안전을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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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