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현장, 딱 두가지에 집중하겠다.”

지난달 28일 제25대 기업은행 수장에 오른 김도진 행장의 취임일성이다. 권선주 전 행장에 이어 내부출신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김 행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행장 취임식에서 진솔한 소통경영을 강조했다.

“책상 위에 올라오는 업무보고보다 끊임없이 현장을 누비며 고객과 직원의 진짜 목소리를 듣겠다”는 스킨십 경영 소신도 밝혔다. 또 ‘은행은 사람이 운영하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명제를 들며 고객이 다시 오고 싶어하는 따뜻한 은행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불확실성이 대두되는 금융환경은 풍전등화에 비유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업은행의 설립목적인 중소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옛 관행을 과감히 탈피할 계획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 /사진제공=IBK기업은행
김도진 기업은행장. /사진제공=IBK기업은행

김 행장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했고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금융영역을 파괴하고 있다”며 “기업은행의 생존과 발전을 담보하는 길은 변화와 혁신밖에 없다. 업무추진, 회의문화 등에서 보여주기식 관행을 벗겠다”고 강조했다.

◆수익구조 개선, 복합점포·해외진출 강화

1985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김 행장은 32년간 은행업무 전반을 두루 담당하며 영업현장뿐 아니라 조직관리와 경영전략을 경험했다. 은행의 경영전략 방향기획 및 추진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셈이다.

취임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경영과제로는 외환·IB(투자은행)·신탁 등 비이자수익 확대와 스마트뱅킹·핀테크 분야의 개척을 꼽았다. 기업은행이 지난 3년간 1조원대 순익 달성, 핀테크·기술금융 확대 등 눈부신 외형성장을 기록했으나 은행에 수익이 집중돼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업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355억원 증가한 249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대출잔액은 173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조4000억원(7.0%) 증가하면서 누적 이자수익이 전년대비 5.6%(1915억원) 늘었다. 그러나 수수료 수입이 줄고 외환매매 및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커지면서 비이자이익이 전년대비 935억원 줄어든 774억원을 기록, 이자수익 증가분을 상쇄했다.

그는 우선 은행에 90% 이상 편중된 수익구조를 IBK투자증권·IBK연금보험 등 비은행부문이 20% 이상 차지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김 행장은 “저금리·저성장의 장기화는 앞으로 이자수익의 급격한 축소를 불러올 것”이라며 “외환과 IB, 신탁 등의 부문에서 수익을 대폭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비대면채널을 확대하고 적자점포는 과감히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복합점포 확대를 꼽았다. 기업은행은 금융지주회사체제가 아닌 탓에 계열사 간 정보공유가 어렵다. 따라서 복합점포를 통해 계열사간 협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복합점포는 각 계열사의 영업채널을 한곳에 모아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김 행장은 올해 자회사 IBK투자증권과 함께 복합점포를 늘리기로 했다. 기업은행 PB센터를 IBK증권사 입점이 가능한 WM센터로 전환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점포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김 행장은 “지주회사 계열사처럼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본부·부서·자회사 상호간 시너지, 새로운 상품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주사 전환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타 은행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 해외진출도 공격적으로 추진한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경기침체는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해외진출을 필수과제로 꼽았다. 특히 올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잇는 ‘동남아시아 금융벨트’를 완성하고 현지 은행점포 M&A(인수합병), 지점설립, 지분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해외이익비중을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첫 경영시험대, 인사와 조직통합

그가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시장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인터넷은행 등장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정권교체 시기까지 맞물려 국책은행의 경영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

1월에는 인사, 성과연봉제 도입이 예정됐다. 평등한 인사조치로 노사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첫 경영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내부에선 김 행장이 단행하는 인사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김 행장이 능력을 인정받아 은행장으로 올랐듯 직원들에게도 평등한 인사가 시행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노조와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업은행은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법이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탄력을 받은 상태다. 앞서 기업은행은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했고 노조는 즉각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노조는 이사회 효력을 무효화하는 본안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김 행장은 “학연·지연 등 모든 연고에서 벗어나 오로지 능력과 열정만 보고 인재를 등용하겠다”며 “은행장 취임 후 대의원, 분회장 100여명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과연봉제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노조와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 마무리 발언으로 일본 한 총리의 인사말을 인용했다. “여러분은 신바람 나게 마음껏 일하십시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궂은일, 어려운 일에도 앞장서겠다는 김 행장. 권선주 전 행장의 마더십을 능가하는 ‘기업맨’의 리더십으로 기업은행에 신바람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프로필
▲1959년생 ▲대륜고 졸업 ▲단국대 경제학과 졸업 ▲기업은행 입행 ▲기업은행 인천원당지점장 ▲기업은행 본부기업금융센터장 ▲기업은행 기업은행 카드마케팅부장 ▲기업은행 전략기획부 대외협력팀장 ▲기업은행 전략기획부장 ▲기업은행 남중지역본부장 ▲기업은행 남부지역본부장 ▲기업은행 경영전략그룹장 ▲기업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S>(
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