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제약 빅4 '2017 기상도'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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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경제를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제약산업이 주목받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제약산업은 생산 3.8%, 수출 17.3%, 매출 6.3%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모든 제약사에게 '맑은 하늘'이 예고된 것은 아니다. 각 제약사의 상황에 따라 뚜렷한 기상 차이가 존재한다. 제약업계 ‘빅4’로 꼽히는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의 2017년 기상도를 전망해봤다.
◆유한양행 ‘흐림’
지난해 제약업계 매출 1위를 기록한 유한양행은 올해 다양한 변수가 예고됐다. 전체 매출 중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의약품 비중이 74.1%에 달하는데 주요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거나 계약기간 종료를 앞둬 실적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는 지난해 8월 재심사(PMS) 기간이 만료돼 제네릭(복제약) 출시가 가능해졌다. 효자 상품인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도 오는 11월 특허가 만료된다. 경쟁사에서 이들 제품의 제네릭을 본격적으로 쏟아낼 경우 유한양행의 실적은 타격을 입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신약 개발이 절실하지만 유한양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용비율은 6.5%에 불과하다. 다른 상위 제약사들이 평균 10%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미래 대비는 부족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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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유한양행, 녹십자 목암타운, 한미약품, 대웅제약. /사진제공=각사 |
이런 가운데 유한양행이 지난해 7월 중국 제약사 뤄신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YH25448’의 계약도 최근 해지됐다. 최초 계약에서 유한양행은 계약금 600만달러(약 72억원)와 개발 및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료로 최대 1억2000만달러(약 1450억원)를 받기로 했지만 뤄신이 계약이행 의사를 보이지 않아 결국 물거품이 됐다.
유한양행 측은 “YH25448은 해외 전문시험기관에서 전임상 독성시험을 완료했고 지난해 12월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국내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며 “올해 1월부터 임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고 밝혔다.
YH25448은 일단 독자적 임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신약개발 성공 확률이 10% 미만이고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신약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R&D 파이프라인 중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퇴행성디스크 치료제(YH14618)가 임상 2상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해 실패했다.
◆녹십자 ‘맑음’
국내 백신·혈액제제 분야 강자로 손꼽히는 녹십자는 올해 혈액제제의 미국시장 진출에 주력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 실사 단계에서 제조공정과 관련한 추가 자료제출 요구만 받은 만큼 착실한 자료 보강으로 올해 내 최종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IVIG-SN은 선천성면역결핍증, 혈소판감소증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혈액제제로 미국시장 규모만 약 13조원에 달한다.
또 녹십자는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의 미국 임상 2상도 진행 중이다. 헌터증후군 환자는 미국에 약 500명, 전세계에서 20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환자수가 적지만 3㎖ 약병 한개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라 수익성이 보장된 약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3세대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 에프가 중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녹십자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IVIG-SN, 헌터라제, 그린진 에프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한미약품 ‘한파’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의 약점이었던 신약개발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제약사다. 2015년 8조원대, 2016년 1조원대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받은 계약금만 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올무티닙’ 권리 반환에 이은 늑장 공시와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투자 논란으로 주가가 폭락했고 급기야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지난달 말에는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지속형 인슐린’ 권리 일부가 반환돼 계약금으로 받았던 4억유로(5052억원) 중 절반가량인 1억9600만유로(약 2475억원)를 토해내게 됐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는 상업화에 근접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개발에 집중하고 당사는 당뇨치료 옵션의 미래 유망신약으로 평가받는 주1회 인슐린 콤보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글로벌 신약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약강국의 길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낮은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감안하면 기술수출 계약이 추가로 해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지름길은 신약개발에 가시적 성과를 보이거나 상품화에 성공하는 것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국내 최고 수준의 R&D 비용과 역량을 앞세워 올해도 신약에서 답을 찾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맑음’
지난해 초 뇌기능 개선제 등 주요 도입품목 판권이 경쟁사로 넘어가면서 연매출이 2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대웅제약은 끈질긴 뒷심을 발휘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전사적 노력을 통한 신규품목 도입 및 신제품 판매, 기존 주요 품목의 꾸준한 성장, 해외수출 확대 등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소폭 증가할 것이라는 게 대웅제약 측의 설명이다.
올해 대웅제약은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보톨리눔톡신(보톡스) 바이오시밀러 ‘나보타’를 앞세워 미국시장을 두드리고, 중국에서도 전초기지인 제약공장 설립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초 미국 임상 3상을 마무리한 나보타의 2018년 미국 발매를 위해 FDA 공장실사 등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올해는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R&D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글로벌 헬스케어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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