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은행의 '계파 트라우마'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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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을까요?”
지난 4일 우리은행 이사회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행장 후보가 50명쯤 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한 사외이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내놓은 답변이다.
우리은행은 이날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을 내부출신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외부공모를 배제하고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의 5년 이내 전·현직 임원 중 차기 행장을 선임키로 했다. 전·현직 임원의 경우 우리은행은 부행장급 이상, 우리금융지주는 부사장 이상, 계열회사는 대표이사가 포함됐다. 자격으로만 보면 최대 50명 안팎의 인물이 행장 후보군으로 꼽힌 셈이다.
후보가 많아서인지 행장 선임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이 유력하지만 새로운 과점주주체제 아래 구성된 이사회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서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의 계파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일각에선 2008년 이종휘 행장을 제외하고 이순우 행장, 이광구 행장 등 상업은행 출신이 은행장을 맡아온 만큼 ‘이제는 한일은행 출신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장 후보로 꼽히는 인물도 계파경쟁에 표정관리하는 모양새다. 민영화 성공 후 첫 은행장이라는 점에서 출신을 강조하는 게 독이 될 수 있으나 기존 관행대로 계파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차기 은행장에 한걸음 다가서길 바라는 눈치다.
우리은행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은 19년 전부터 시작됐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돼 정부에 의해 강제 합병되면서다. 두 은행은 대등한 형태로 합병했으나 출신에 따른 내부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합병 후에도 3년 가까이 공동 노조위원장 체제를 유지할 만큼 내부융합에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차기 우리은행장은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내부융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 입김을 벗더니 내부 잡음에 시달린다’는 쓴소리를 들어선 안될 것이다. 금융지주 전환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2014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우리금융지주 재전환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행장 후보군을 정하는 이사회가 공정해야 한다. 행장 선임작업이 각기 다른 과점주주의 이해관계에서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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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후보로 추천된 차기 은행장은 오는 3월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공정한 기준으로 선임된 차기 행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수십년간 지속된 계파 갈등을 잠재우고 민간은행의 성공적인 재도약, 금융지주의 영광을 재현하길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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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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