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산 넘어 산 '금호그룹 재건'

2002년 취임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감행했다.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3조5000억원을 지원받으며 제시한 수익보장 풋백옵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무리한 확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금호그룹은 2010년 풋백옵션의 '덫'에 걸려 무너졌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재매각을 시작으로 금호생명과 금호렌터카, 금호고속을 차례로 팔았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7년이 지난 지금 박 회장은 그룹을 재건할 마지막 기둥인 금호타이어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금호타이어 영업이익률 하락 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호가 또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 회장이 그룹 재건과 경영권 확보를 위해 끌어들인 자금이 결국 회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박 회장의 차입이 회사에는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


박 회장은 앞서 2015년 재계 ‘백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마련한 바 있다. 금호기업(현 금호홀딩스)은 당시 박 회장 자금마련의 출발점이었다. 일가가 보유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팔아 1520억여원을 마련하고 금호기업을 설립해 외부자금 940억원 가량을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백기사로 참여한 기업 대부분이 금호타이어의 납품 거래사다. 코오롱인더스트리(450억원), LG화학(400억원), 효성(400억원), SK에너지(200억원), 롯데케미칼(100억원) 등이 금호산업·금호타이어 불록딜과 금호기업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납품 거래사들의 자금지원이 금호타이어의 영업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은 타사에 비해 낮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금호타이어는 4.07%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2014년만 해도 영업이익률이 10.6%에 달했는데 공교롭게도 박 회장이 그룹재건에 돌입한 시점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쟁사들이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것과 상반된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낮은 이유가 원료거래가에 대한 협상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금호타이어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70.5%에서 지난해 3분기 77%까지 올라갔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2014년 64%에서 지난해 3분기엔 60%까지 떨어졌다. 금호산업 인수에 동원된 외부자금이 원료가격 협상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은 "2015년 이후 경쟁사 대비 원재료 단가 상승 원인은 당시 경쟁사가 해외공장을 증설한 반면 금호타이어는 중국공장 캐파가 감소해 한국산 원재료 비중이 중국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과거 납품사들의 금호기업 유상증자 참여와 구매 가격은 전혀 상관이 없다" 고 주장했다.

◆ 말 많은 '금호산업 인수'


금호산업 인수과정에서 박 회장이 끌어들인 자금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룹 계열사들의 영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적법성 논란도 수차례 제기됐다.

본지 취재결과 기존에 알려진 대기업 차원의 지원 외에도 비상장사인 2차 협력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공시의무가 없는 소규모 회사인 광주소재 M사와 S사는 금호기업 증자 당시 100억원씩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곳 모두 금호타이어의 1차 하청업체에 원재료를 납품하는 회사다.


특히 2015년말 기준 자본금 7억5000만원에 불과한 M사는 100억원의 빚을 지고 금호기업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M사의 부채비율은 2015년 기준 3800% 수준까지 치솟았다. M사 대표이사는 “해당 지분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미 매각했고 우리 회사는 전혀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엇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지, 금호기업 주식을 누구에게 매각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S사는 기자의 질문에 응답을 일절 거부했다.

이외에 ‘풋백옵션’도 도마에 올랐다. 금호기업 자금모집에는 대상그룹 계열사인 대상에프앤에프와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등도 참여했다. 대상에프앤에프의 2015년 감사보고서에서 한영회계법인은 해당 지분을 '취득원가를 행사가격으로 하는 매도옵션 약정 지분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상에프앤에프가 투자한 원금 150억원을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회장의 사돈기업인 대상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금호기업을 지원하면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옵션은 오히려 금호기업과 합병한 금호터미널에 손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상에프앤에프가 현재 이 주식을 매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금호홀딩스 출범 이후 매도옵션을 행사했다면 사실상 금호터미널이 손실보전 책임을 떠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계열사 자금동원을 금지한 채권단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 개인자격 1조원 동원 가능할까

박 회장은 현재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1조원을 FI를 통해 마련했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FI의 정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박 회장 측은 “더 좋은 조건을 찾기 위함”이라며 전략적투자자(SI)를 계속 물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황을 고려할 때 금호타이어 인수과정에서 박 회장이 끌어들일 자본에 대해 채권단이 날카롭게 조사해 엄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호산업 인수 당시 2차 하청업체까지 동원해 자금을 마련한 박 회장이 당시보다 더 큰 금액을 ‘개인자격’으로 마련하려면 리스크가 큰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산업 인수 시 박삼구 회장 측이 투자자들과 체결한 옵션계약 내용을 조사해 인수조건을 위배한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철저히 살펴보고 인수적격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