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생신선물을 사기 위해 최근 백화점 홍삼코너를 찾은 주부 김모씨. 담고 보니 남편이 마음에 걸려 남편용으로 하나, 큰 아들 걱정에 아이들용으로 하나… 어느새 장바구니가 가득 찼다. 김씨는 “너무 비싸서 들어다놨다 했는데 아이들 면역력에 좋다고 하고 남편 기력 보강에 좋다고 해서 샀다”며 “100만원정도를 결제하고 돌아오니 요즘 불량 홍삼 등 말이 하도 많아서 잘한 일인가 싶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1위’ ‘효도선물 1위’로 떠오른 홍삼이 휘청이고 있다. 노화방지, 면역력 개선 등 다양한 효능이 검증되면서 1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것도 잠시. 너도나도 홍삼시장에 뛰어들면서 중국산 홍삼제품이 유통되는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다양한 홍삼 제품들. /사진=식약처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다양한 홍삼 제품들. /사진=식약처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 불량 홍삼 유통…잇단 회수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집계에 따르면 불량 홍삼 관련 적발 건수가 올 들어서만 5건 이상이다. 무허가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파낙스코리아의 ‘고려홍삼골드연질캅셀’과 한일그린팜(주)의 ‘천일고려홍삼골드캅셀’에 이어 유통기한이 지난 첨가물을 사용한 금산고려홍삼의 ‘고려홍삼액골드’ 음료도 회수조치됐다. 앞서 ㈜고려원인삼의 ‘홍삼라떼골드’와 ‘파뜨래홍삼라떼’도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하다 적발됐다.


지금까지 안전성 관련 문제를 일으킨 제품들은 대부분 주문자생산방식(OEM) 방식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했지만, 최근 적발된 제품 중에는 자체 제조시설에서 만든 제품도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면서 “제조업체나 OEM업체나 비용절감을 위해 불량 원료를 거리낌없이 사용해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홍삼브랜드는 많아지는데 거기에 대응할 만큼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건강기능식품, 특히 먹는 것인 만큼 식약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5년째 정체된 홍삼시장


홍삼시장의 압도적 1위는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이다. 브랜드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한다. 그 뒤를 농협중앙회 ‘한삼인’이 지키고 있고 동원 F&B의 ‘천지인’, CJ제일제당의 ‘한뿌리’, 참다한의 ‘참다한홍삼’ 등이 10%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20%를 소규모 지역조합 등 홍삼제조사 350여곳이 나눠먹는 구조다.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홍삼시장은 2005년 5000억원에서 2010년 1조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한 뒤 지금까지 제자리 걸음이다. 2012년 1조2700억원, 2013년 1조2500억원으로 주저앉더니 2014년 이후 매년 1조3000억원 수준의 현상유지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정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연이어 발생한 ‘불량 홍삼’ 논란으로 소비자 불신이 커질까 우려가 깊어진다.

중소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불량 홍삼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자본력을 갖춘 대형업체들 제품만 선호할까봐 걱정”이라며 “정직하게 재배해 안전하게 제품을 생산하는 곳도 많은데 일부 업체들의 문제가 전체 중소업체의 문제로 확대돼 혹시나 직격탄을 맞게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당국의 관리 이외에는 중소업체들의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는 상태다. 홍삼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는 사태가 발생하면 회수하는 식의 단속이 이뤄지다 보니 앞으로도 불량 홍삼은 꾸준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직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당국과 업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