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한정석 판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뇌물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이재용 구속. 한정석 판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뇌물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박영수 특검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심사가 어제(16일) 한정석 판사 심리로 열린 가운데, 오늘(17일) 새벽 19시간만에 구속영장 발부 판결이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오늘 새벽 5시36분쯤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사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대기하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 판결이 나온 후 바로 수감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된 사례로 남게 됐다.


특검은 지난달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당시 심사를 맡은 조의연 부장판사가 범죄사실 소명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 뇌물 혐의 수사 등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3주 동안 보강수사를 벌인 특검은 지난 14일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모두 5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특히 재산국외도피 혐의와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혐의는 영장 재청구 과정에서 추가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승마지원 등 최씨 일가에 대한 특혜지원을 대가로, 경영권 계승을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정부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2015년(당시 보건복지부장관)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을 국민연금에 종용한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태다.


삼성은 그동안 이번 사건에 대해 강요에 따른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지시 혹은 관여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이날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특검이 제기한 범죄혐의 소명 정도를 어느 정도 인정함으로써, 앞으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날 이 부회장 구속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뇌물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논리가 법원 판단에 따라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 이상 소추 이유 중 삼성 관련 부분은 이유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삼성 이 부회장의 구속수사로 이같은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잃게 됐다.

학계에서도 영장 발부가 곧 유죄선고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유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