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사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료사진=임한별 기자
문형표 사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료사진=임한별 기자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오늘(21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찬성 의결을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회에 따르면 문 이사장은 이날 변호인에게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문 이사장은 곧 보건복지부에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이날 작성한 '사퇴의 변'에서 "나는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거나 해당 기업으로부터도 어떠한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국민연금공단으로 하여금 합병에 찬성하도록 구체적, 명시적으로 지시한 바도 없었다"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진실을 밝히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예기하지 못한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은 외면받고 묻혀 버렸으며, 오로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찬성했다'는 결과만 부각돼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연금공단과 임직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뿐인 바,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 그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나는 앞으로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다. 사필귀정. 모든 것이 올바른 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 이사장의 사퇴의 변 전문이다.


이제 저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저는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하여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거나 해당 기업으로부터도 어떠한 요청을 받은 바 없었으며, 국민연금공단으로 하여금 합병에 찬성토록 구체적·명시적으로 지시한 바도 결단코 없었습니다.


다만, 기금운용에 대한 최종 책임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외국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인한 국가경제 및 자본시장에 대한 우려의 마음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진실을 밝히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예기치 못한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은 외면받고 묻혀 버렸으며, 오로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찬성했다'는 결과만 부각되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연금공단과 임직원 모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뿐인 바,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 그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저로 인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눈총을 감내하셨을 6000여 임직원 여러분께 마음속 깊이 고개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일이 선후배, 동료 직원들께서 온몸을 던져 어렵게 쌓아 온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와 최근 한층 더 가까워진 '1국민 1연금'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원희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전 직원이 똘똘 뭉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되 최선의 상황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선제적이고 조속한 조치들, 일관되게 지켜 온 사각지대 해소의 방향성이 잘 유지되기를 당부드립니다.

아울러, 국민들께서도 지금까지 보여 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국민연금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변함없기를 바라며, 국민연금이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한 걸음 물러섰던 것으로 이해해 주시고 지켜봐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저는 앞으로 재판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필귀정. 모든 것이 올바른 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30년 연금제도 역사와 같이 해 왔던 연금학자로서 언제나 국민연금의 발전을 응원하고 기원드릴 것이며, 저의 지식과 경험이 앞으로 국민연금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또한 소망합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