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정세가 불확실성에 휩싸인 가운데 주택사업은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됐고 중동 발주처 일방적 계약중단 등 해외 수주환경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라서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수사와 끊임없이 제기되는 주택사업 축소설 등이 겹쳐 대표이사인 최치훈 사장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사내에서는 판교사옥 이주 1년여 만에 서울 리턴설까지 흘러나와 여러모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삼성물산이 입주한 판교 알파리움 타워. /사진=김창성 기자
삼성물산이 입주한 판교 알파리움 타워. /사진=김창성 기자

◆최치훈 사장의 무거워진 어깨

“앞으로도 주택사업을 잘하겠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논현동 대한건설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대형 종합건설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이후 끊임없이 주택사업 축소, 혹은 매각설에 시달렸다. 현대건설과 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의 주택사업은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해 그룹 계열사를 합치고 팔며 미래 신먹거리 창출 로드맵을 그리는 동안 비주류 취급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주택본부를 팀으로 축소하는 조직개편까지 단행되자 소문이 기정사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런 가운데 최 사장이 “주택사업을 잘 하겠다”고 말했지만 짤막한 한마디로 소문을 잠재우진 못했다. 올해 삼성물산은 지난해(1만187가구)보다 1170가구가 줄어든 9017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다. 주요 건설사가 공급과잉 우려 속 물량을 대폭 줄인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공급량 축소를 사업축소나 매각설과 재차 연관 짓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경쟁사를 압도하던 아파트브랜드 ‘래미안’의 입지가 최근 크게 줄어 각종 브랜드 조사에서 추격을 허용한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사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와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를 거쳐 통합 삼성물산 대표이사에 오르는 동안 언제나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오너리스크와 복잡한 대내외 환경에 직면한 올해야말로 최 사장의 진가 발휘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동의 갑질, 해외 불확실성 확대


삼성물산은 최 사장 부임 이후 통합 삼성물산 출범, 구조조정 등 굵직한 내부 현안을 해결하며 다소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해 건설부문에서 12조9530억원의 매출과 3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3분기 연속 흑자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 해외시장 흐름은 암울하다. 특히 삼성물산은 최근 해외시장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등 해외사업장 공사 지연 등으로 34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카타르 철도공사(QRC)가 발주한 14억달러 규모의 지하철 역사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공정률 40%를 넘긴 지난해에 갑자기 현지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 체면을 구겼다.


국내 주요 건설사는 중동 발주처와의 계약 이행이 실적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최근 오일머니의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가 늘며 해외 먹거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몇년간 국제유가가 낮게 형성돼 해외 주력시장인 중동의 발주가 줄어든 것도 고민거리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전년 대비 20% 줄어든 약 51억달러. 업계에서는 해외경기 불황 속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보지만 당초 목표인 약 86억달러에는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라 올해 역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올해 전체 해외실적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인 지난달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전년 동기(36억달러)보다 56% 줄어든 16억달러로 최근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녹록지 않은 해외수주 환경을 대변한다.

◆'서울 리턴설'에 뒤숭숭

판교사옥 이주 1년 만에 서울 리턴설이 나도는 것도 부담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월 서울 서초사옥에서 경기 성남 판교 알파리움타워로 이주했고 하반기부터 인력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후 그룹 사업구조 개편과 통합 삼성물산 출범 등을 거치며 예견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사내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직원 수는 2015년 말 기준 7952명에서 구조조정 시점인 지난해 9월 기준 6742명으로 1210명(15%) 줄었다.

지난해 인력을 줄인 삼성물산은 올 초부터 사옥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2개동으로 나뉜 건설부문의 알파리움 업무공간을 순차적으로 이전해 1개동으로 통합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런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 사옥 서울 리턴설이 나돈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천호동 소재 주상복합 단지인 래미안 강동팰리스 오피스동으로 오는 7월 이주한다는 것. 여기에 서초사옥을 떠날 무렵 나돌던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들어간다는 풍문까지 더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당 건물의 주거동이 오는 7월 입주를 앞둬 최근 사내에 이런 소문이 돌았던 것 같다”며 “하지만 내부 관계자의 확인 결과 사옥 이주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사옥 리턴설은 꽤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다. 래미안 강동팰리스는 지하 6층~지상36층, 연면적 9만여㎡ 규모로 대기업 인력이 입주해도 손색없는 규모다. 일반분양 건물이 아니라 사업성을 위한 매각이나 삼성 계열사 입주 등을 위한 용도로 지어져 삼성물산이 아니라도 그룹 계열사가 이곳에 입주할 여지는 이주 시점의 문제일 뿐 언제든 열려 있다.

다만 이 시나리오가 사실일 경우 판교사옥 이주 뒤 인근에 전셋집 등을 얻어 출퇴근하던 직원들은 1년6개월여 만에 판교에서 다시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 촌극이 빚어진다.

이 부회장 구속수사로 그룹 전체가 사업 추진에 힘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대내외 악재까지 겹친 삼성물산이 위기를 잘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