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호황이 지속되지만 부동의 국적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위기에 직면했다. 불안한 국내외 정세와 고유가, 환율상승 등 복합적인 난기류에 직면한 가운데 노사관계도 악화돼서다. 이에 지난 1월11일 대한항공 조종대를 잡은 조원태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임명과 동시에 대외환경의 불안요소와 노사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사명을 짊어져서다. 조 사장은 변화와 소통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고 대한항공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소통경영’ 광폭행보

대한항공은 지난달 27일 인천 대저동에 위치한 정비격납고에서 최근 도입한 B787-9 항공기 공개행사를 열었다. 새 비행기를 공개하는 자리였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조원태 사장에게 쏠렸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그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기 때문이다.

행사는 기내에서 이어졌다. 항공기 내부 소개에 이어 기내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기자들이 승객석에 앉은 가운데 조 사장은 기내승무원이 브리핑하는 위치에서 마이크를 잡고 질문을 받았다. 이런 이색 기자간담회는 조 사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라고 대한항공 측은 설명했다. 그의 취임 일성인 ‘소통경영’의 한 사례인 셈이다.


조 사장은 취임 직후 첫 공식스케줄로 사측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조종사노동조합을 방문하는 등 인상 깊은 행보를 보였다. 적극적인 소통만이 대한항공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 사장은 “노조와는 첫 대면 이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통에 대한 집념은 이날 행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 사회자가 질의응답을 마무리하려 하자 ‘모든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고 나선 것. 언론과 소통을 통해 주주와 고객의 오해를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사진=뉴스1 황기선 기자

◆ 공격적 재무구조 개선책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목표가 모순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항공기 도입으로 생기는 부채는 장기부채고 비행기가 '서비스-인' 되면 즉시 매출이 창출된다. 결국 매출을 극대화시켜 빨리 빚을 갚겠다는 전략이다.”


조 사장은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새 항공기를 도입하는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중·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차세대 항공기를 통해 LCC와 차별화된 노선을 운항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

대한항공이 도입한 B787-9의 특성을 살펴보면 그의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 ‘꿈의 비행기’로 불리는 이 항공기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연료효율이다. 가볍고 튼튼한 탄소 복합재를 대폭 적용해 연료효율을 20% 이상 높였다. 유가상승이 두렵지 않다.


B787 라인업 중 항속거리가 가장 긴 B787-9을 도입한 이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 사장은 “여객사업본부장 시절 기름 많이 먹고 좌석 채우기 힘든 비행기는 정말 보기 싫었다”며 “동체를 늘린 B787-10은 모든 노선을 커버하기에는 항속거리가 부족해 B787-9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B787-9는 동체길이를 늘린 B787-10보다 수송가능 여객수가 적지만 최대 항속거리는 1만5700㎞에 달한다. 모든 노선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존에는 A380이나 B747, B777 등 대형항공기만이 미주 등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했는데 항공기가 큰 만큼 기름 소비가 많아 400~500석에 달하는 좌석을 모두 채우지 못하면 손해 보기 십상이었다. 신규노선 취항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부담 없이 띄울 수 있는 B787-9라면 기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된 노선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

◆ 최우선가치는 안전

조 사장은 이날 ‘항공사에겐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기내난동 사태에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했고 B787 안전성 논란도 신중히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기내난동 사건을 겪은 이후에도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로 승무원들이 강력대응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 사장은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승객의 소리에 민감하다 보니 직원들이 난동승객 대처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다른 승객에게 피해가 가는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장비와 지침을 개선하고 승무원의 판단에 회사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배터리 폭발 등 B787 안전논란과 관련해서도 모든 우려가 해소됐다고 자신했다. “2013년에 사고가 있었는데 이후 보잉이 다각적으로 접근한 결과 완벽한 안전성을 확보해 현재 전세계에서 525대가 사고 없이 운항 중”이라며 “안전성이 충분히 검토된 뒤 도입하다보니 해외 글로벌 항공사에 비해 도입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런 헐스트(Darren Hulst) 보잉 마케팅 디렉터는 “보잉사는 이 문제에 대해 세가지 솔루션을 마련해 완벽한 안전성을 확보했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확신한다”고 덧붙했다.

조 사장은 이날 이란 취항과 송현동 복합문화센터 등 대외적 사정으로 차질을 빚는 사업에 대한 추진 의지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고 있지만 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