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아이오닉 플러그인(IONIQ Plug-in)을 출시하며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전기(EV)로 이어지는 친환경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른바 ‘아이오닉 삼총사’가 구성된 것. 친환경 전용모델에 이처럼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한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출시는 단순한 라인업 보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들이 최신 친환경차를 앞세워 전방위 공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대비책이자 현대차 친환경기술의 최전방 시험대로 꼽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아이오닉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브랜드 세부전략 방향 바꿨다

아이오닉은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전용 라인업이자 차세대 이동수단을 포함한 새로운 브랜드다. 현대차가 큰 기대를 안고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현실의 벽은 매우 높았다.

지난해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 7399대와 전기 3749대를 합해 1만1148대의 판매실적을 거뒀다. “새로운 개념의 차종임에도 1만대를 넘긴 건 대단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기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SUV 니로는 1만8710대가 팔렸다. 매달 판매량이 평균적으로 1000대를 넘었으니 아이오닉보다 2배 이상 팔린 셈이다. 올 들어서도 아이오닉 494대, 니로 2299대가 판매돼 둘의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아이오닉과 니로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차종이다. 


아이오닉과 니로는 철저하게 ‘숫자’를 강조했다. 아이오닉은 연비와 배출가스 등 전통적인 친환경차가 내세웠던 숫자를 앞세웠다. 반면 니로는 실 구매가나 트렁크사이즈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숫자를 내세웠다. 결과는 판매량으로 드러났다.


결국 현대차는 니로의 스토리텔링 방법을 참고, 비슷한 방향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추상적인 내용을 걷어내고 친환경차가 주는 효용 중에서도 현실적 문제인 ‘경제성’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제품이 팔려야 추구하는 이념을 알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

◆라인업 재정비, 구원투수 등판


지난달 27일 현대차는 경기도 고양시 소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아이오닉 컨퍼런스를 열고 친환경차 비전과 마케팅 비전을 공유했다. 요점은 친환경차의 전반적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현대차의 친환경 기술수준의 현주소를 밝히는 것이다.

이날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은 “아이오닉 플러그인의 출시로 현대차의 친환경 전용 플랫폼이 완성됐다”면서 “앞으로도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통해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지능형 안전기술 등의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오닉을 필두로 다른 라인업에도 친환경모델을 보강,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아이오닉의 부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탓이란 시각과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차는 두가지 요인이 겹친 것으로 보고 시장확대전략과 함께 상품성을 보완한 2017년형을 조심스레 내놨다.

현대차가 제시한 시장확대전략 중 구매자 대상 프로그램은 ▲가정용 충전기 상담·설치·A/S 등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는 ‘홈 충전기 원스톱 컨설팅서비스’ ▲원하는 곳으로 방문해 무상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충전서비스’ ▲배터리 내구성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배터리 평생 보증서비스’ ▲3년 이내 현대차 재구매 시 합리적인 중고차 잔가를 보장해주는 ‘중고차 잔가 보장서비스’ ▲아이오닉 시승을 통해 구매 전 친환경차를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카셰어링서비스’ 등이다.

2017년형 아이오닉은 기존 구매자의 불만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와 일렉트릭(EV) 뒷좌석의 헤드룸을 넓히고, 스티어링휠을 감싼 가죽 일부에 구멍을 뚫어 그립감을 개선했다. 아울러 지능형 안전 기술인 ‘현대 스마트 센스’를 탑재,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기존 하이브리드 트렁크에 탑재된 12V 보조배터리를 빼고 해당 기능을 고전압 리튬이온배터리에 통합했다. 이를 통해 트렁크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해 효용을 높였다. 이와 함께 2017년형 일렉트릭의 충전 커넥터를 기존 차데모 타입에서 콤보 타입으로 변경했으며 배터리 보증기간을 ‘평생 무제한’으로 늘렸다.

◆치열한 경쟁 예고한 PHEV

친환경 라인업 중에서도 PHEV는 올 한해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EV와 HEV의 중간형태여서 충전해서 일정거리를 달릴 수 있고 더 먼 거리는 내연기관의 힘을 빌릴 수도 있어서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꼽힌다. 게다가 PHEV에 대한 정부보조금이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난 점도 매력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PHEV 지원대상은 300대로 한정됐지만 시장의 수요가 많을 경우 추가 예산을 확보해 보조금 지급대상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더라도 업체들이 일정기간 동안 마케팅비용으로 해당 보조금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이오닉 플러그인은 쉐보레의 주행거리연장전기차 볼트(VOLT)와 경쟁을 벌인다. 여기에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기아 니로 PHEV, 토요타 프리우스 PHEV가 경쟁에 가세한다. 4파전 구도가 형성되면 시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친환경차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업체의 신경전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치열하다. 이 시장은 각국 정부의 정책과 맞닿아 있고 자칫 방심한 사이 앞으로의 먹거리를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 현대차가 받아들 아이오닉의 올해 성적표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