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1조원 시장에 '부츠' 도전장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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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복합쇼핑몰로 치열하게 경쟁해온 유통업계가 이번엔 연 1조원대 드럭스토어시장에서 한바탕 대결을 펼칠 조짐이다. 불황 속 알뜰소비 추세로 드럭스토어가 성장세를 타면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CJ올리브영이 1위 굳히기에 들어가고 GS리테일의 왓슨스와 롯데 롭스가 2위를 다투는 가운데 ‘분스’로 고전했던 이마트가 새 브랜드 ‘부츠’로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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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매장. /사진=박효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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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왓슨스 매장. /사진=머니투데이 DB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
◆올리브영 독주… 왓슨스·롭스 추격
유통업계에 따르면 드럭스토어시장 규모는 2011년 3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대로 4배가량 성장했다. 이처럼 불황 속에도 드럭스토어시장이 급격히 커진 것은 브랜드가 아닌 품질을 우선시하는 소비트렌드가 확산돼서다. 또 한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테스트한 후 구매할 수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2011년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일부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일반매장 판매가 가능해진 점도 드럭스토어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그만큼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첫 매장을 연 올리브영은 현재 매장 790개를 소유하며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국내 드럭스토어 최초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에는 성장세가 더뎠지만 2000년대 들어 매장수와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 2011년 2119억원이던 매출은 2013년 4571억원, 2015년 760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 8000억원에 육박했다.
올리브영은 올해에도 1위 굳히기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온리원 브랜드’ 강화에 역량을 집중한다. 닥터자르트, 메디힐, 차앤박, 레브론 등의 단독브랜드와 웨이크메이크, 라운드어라운드 등 PB(자체브랜드)상품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매장(미니·고급형)을 오픈해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전략이다.
업계 2위 왓슨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GS리테일은 최근 왓슨스 단독 경영권을 거머쥐면서 정체됐던 드럭스토어부문 체질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당초 왓슨스는 GS리테일과 왓슨스홀딩스가 50%씩 출자해 만든 합작법인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GS리테일이 왓슨스홀딩스 보유지분 50%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GS리테일의 100% 자회사가 됐다. 업계 2위인 왓슨스(매장 128개)는 올해 편의점(GS25) 등과의 시너지를 강화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롯데의 롭스는 몸집 키우기에 한창이다. 공격적으로 점포수를 늘리며 매장 100개 돌파를 눈앞에 뒀다. 현재 매장 수 90개로 업계 3위인 롭스는 해마다 매장 수를 급격히 늘리며 왓슨스 뒤를 바짝 쫓는 중이다. 2013년 홍대에 1호점을 낸 뒤 2014년 30개, 2015년 53개, 지난해 87개에 올 들어 3개점을 더해 총 90개다. 올해 30여개의 매장을 더 열어 100개 이상의 매장을 형성, 규모의 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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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스 매장. /사진=박효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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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츠 스타필드 하남점 조감도. /사진제공=이마트 |
◆신세계 이마트, ‘부츠’로 재도전
이들 3사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신세계 이마트는 영국 1위 드럭스토어 ‘부츠’ 측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체인점 독점 운영권을 따내면서 모처럼 반등의 기회를 마련했다. 이마트는 새 브랜드 ‘부츠’(Boots)를 앞세워 ‘1강(CJ) 2중(GS·롯데)’ 체제를 형성한 드럭스토어시장을 흔들 기세다.
이마트는 오는 5월 스타필드 하남점에 부츠 1호점을, 올 3분기에는 명동 본점을 열고 한국형 드럭스토어 사업모델을 전략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부츠 매장의 형태를 ▲주거지역(소형) ▲소규모 도심상권(중형) ▲도심상권(대형)으로 구분해 상권별로 상품 구성 등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또 부츠의 자체 브랜드인 ‘넘버세븐’(NO.7)과 ‘솝앤글로리’(Soap&Glory) 등 미용·일상 분야의 경쟁력 있는 글로벌브랜드를 매장에 도입하고 피코크, 센텐스 등 이마트 PL(자체기획)상품을 고루 갖춰 기존 드럭스토어와 차별화를 꾀한다.
특히 명동본점은 1256㎡ 규모의 대형전문점으로 출점해 내·외국인을 아우르는 명동의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대신 기존 드럭스토어 분스(Boons)와 화장품편집숍 슈가컵은 순차적으로 폐점해 부츠로 전환 운영할 방침이다. 이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자체 드럭스토어사업을 부츠로 만회하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그동안 ‘부츠’를 들여오기 위해 공을 들였던 이유기도 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슈가컵 매장 자리에 부츠 1호점이 생기는 것”이라며 “분스 매장은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지 쪼그라드는 W스토어·판도라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와 농심 메카마트의 판도라 등은 의약품 중심 드럭스토어라는 점 외에 이렇다 할 전략을 찾지 못한 채 고전 중이다. 2004년 설립돼 전국에 137개 매장을 둔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는 매년 20억~30억원의 적자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판도라(9개 매장) 역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두 드럭스토어는 초반에 약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드럭스토어 본래 목표를 추구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타 업체의 다채로운 변화와 공격적인 사세 확장 속에서도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다 보니 강점이 도리어 단점이 돼 입지가 더욱 쪼그라드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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